경력경쟁채용 업무 부당 처리한 공무원에게 사실상 무징계인 '불문경고'
비상임위원에게 부적절한 수당 지급…'제도개선 조치', '주의 처분'
부정당 업체·무자격 시공사와 계약 체결 등 부실 계약 반복
"모럴해저드 때문…기관끼리 감시할 수 있게 시스템 개선해야"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고위직 자녀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지난 10년간 채용 비리·예산 낭비·부실 계약 등에 미온적 대처를 일삼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선관위는 감사원이 2015년 이후 실시한 5차례의 감사에서 채용 비리·예산 낭비·부실 계약 등에 대한 지적을 받았으나, 불문경고·주의 통지 등 사실상 무징계로 일관해 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선관위의 조치가 감사원의 처분 요구 사항을 이행했다고 하더라도,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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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이 18일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2019년 감사원이 실시한 기관 운영 감사에서 경력경쟁채용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선관위 공무원에 대한 처분을 요구받자, 해당 공무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만 법률상 징계가 아닌 '불문경고' 조치를 했다.
2022년에도 경력경쟁채용시험 서류전형 점수 부여 오류가 적발됐으나, 실질적으로 불이익이 없는 주의 통지를 내렸다.
비상임위원에게 월정액 수당을 부당 지급하는 등 정부가 정한 예산 편성 지침에 반하는 사례에서도 선관위가 경징계를 이어왔음이 확인됐다.
감사원이 2019년 진행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감사에서 선관위는 예산 편성 및 집행 부적정 사례를 지적받았지만 예산 편성·집행과 보조금 집행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는 업무 반영 조치만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2022년에도 비상임위원에게 부적절한 수당이 지급된 것이 적발됐으나, 제도개선 조치와 주의 처분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이 밖에도 선관위는 무자격 시공사와 계약 체결 등 부실 계약 문제에 봐주기식 처분을 계속해 왔다.
2015년 부정당 업체와의 계약, 2019년 선거 장비 점검 용역 계약 부당 처리, 2022년 무자격 시공사와 공사 계약 체결 등 부실 계약 문제가 반복됐으나, 선관위는 불문경고·주의 처분 등 사실상 무징계 처분을 내렸다.
유 의원은 "공정성이 핵심인 선관위에서 불투명한 운영이 반복됐다"며 "그동안 선관위가 감사원의 지적 사항에 경징계로 일관했는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관위를 믿을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유 의원은 "현재로서는 외부 감사를 할 만한 기관이 없기 때문에 선관위가 감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면서 "특별감사관을 도입해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원인으로 '선관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지목하며 시스템 개선을 통한 선관위의 자정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관위에서 강력한 조치가 없었던 것은 모럴해저드 때문"이라면서 "(선관위의 조치가) 정당한가 아닌가는 수사위원회의 수사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부 자정 기관이 엄정하게 통제했어야 한다"며 "선관위원장을 포함해 대부분 위원이 비상임이기 때문에 조직적 은폐가 가능한 구조다. 각급 선관위와 중앙 선관위 안에서 기관끼리 감사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rkgml9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