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자·탈락자 규격입찰서 미리 작성해 제출
"앞으로 법률상 합의 추정 사례 늘어날 것"
[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CCTV 보안시스템 업체 브이유텍·넥스챌·오티에스가 구매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합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담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대화 내역 등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법률상 합의 추정을 근거로 부당한 공동행위를 인정한 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총 3건의 CCTV 보안시스템 구매 입찰에서 규격입찰서 대리 작성을 합의한 3개의 사업자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700만원을 부과한다고 19일 밝혔다.
과징금은 ▲브이유텍 1800만원 ▲넥스챌 1300만원 ▲오티에스 600만원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브이유텍은 2022년 6월부터 그해 12월까지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제한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넥스챌과 오티에스를 입찰에 참가하게 해 각각 낙찰받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낙찰자는 낙찰자 버전, 탈락자는 탈락자 버전의 규격입찰서를 제출해 합의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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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공정거래위원회] 2025.03.19 100wins@newspim.com |
특히 이들 사업자가 제출한 규격입찰서는 동일한 포장상자에 담겨 제출됐고, 탈락 업체의 탈락자 버전 규격입찰서에 기재된 오탈자가 동일했다. 이런 특징을 근거로 사전 합의했다는 개연성이 파악됐다.
공정위는 입찰의 모든 과정을 브이유텍이 주도했다는 점, 넥스챌과 오티에스의 경우 이 사건 입찰에서 낙찰받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와 역할이 확인되지 않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각 입찰별 낙찰예정자와 투찰금액도 브이유텍 주도로 결정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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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공정거래위원회] 2025.03.19 100wins@newspim.com |
아울러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2023년 9월 초순 브이유텍은 '공정위 조사 대책 보고서'를 작성하고, PC 등에서 담합 관련 자료를 삭제하며 증거 인멸 정황이 확인됐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40조 제5항과 제40조 제1항 제8호를 적용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7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행위에 외형상 일치가 있고, 다수의 정황 증거가 있어 담합했다고 볼만한 개연성이 있는 경우 법률상 합의 추정(공정거래법 제40조 제5항)에 의거한 법 위반 행위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합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직접적인 의사연락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법률상 합의 추정을 통해 부당한 공동행위를 인정한 사례"라며 "향후 공정거래법 제40조 제5항의 적용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100wi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