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오늘, '고무신을 신은 판사' 김홍섭이 그립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정치 권력의 압력 받자 검사직 때려 치고 돼지 키워
도시락 싸들고 고무신 신고 출퇴근 한 대법원 판사
'사형수의 아버지', '사도법관'으로 불린 시대의 정신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사법부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몰려 있다. 지금 국민은 판사들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런 판결을 위해 오직 필요한 것은 '정의'다. 길지 않은 사법부의 역사 속에서 그런 '정의'를 실천하여 거의 유일하게 존경받는 판사가 있다. 판사 김홍섭이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사도법관'으로 추앙받는 판사 김홍섭. 2025.03.24 oks34@newspim.com

 

김홍섭(金洪燮, 1915~1965)은 청빈한 법관의 대명사였다. 타락하면 곧바로 '법비'나 '법꾸라지'가 되는 법조계에서 공정성을 지켰던 인물이었다. 신념에 입각한 판결을 하면서도 풍류를 아는 인물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사도법관' 혹은 '고무신을 신은 판사'라고 불렀다.

전라북도 김제 출생. 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전주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1939년 일본대학(日本大學)에 입학하여 2년 만에 조선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였다. 귀국 후 김병로(金炳魯)와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고 활약하다가 광복이 되자 서울지검 검사로 임용됐다.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을 담당하여 명성을 떨쳤지만, 그해 9월 검사직에 대한 회의를 느껴 사임했다. 그 뒤 당시의 대법원장이던 김병로의 간청으로 법조계에 복귀, 서울지방법원 판사·고등법원 판사·지방법원장·대법원 판사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가 아직도 회자(膾炙)되는 것은 청렴강직했던 삶에 있다. 그는 평생 부인이 싸준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고 양복은 한 번도 맞춰 입은 적이 없었다. 구두도 한 번 안 신고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슬하에 8남매를 두고 가장으로서 짐이 무거웠지만, 어떤 청탁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청렴한 삶을 둘러싼 일화는 넘쳐난다. 검사였던 그는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을 맡아 양심에 따라 수사권을 지휘하고자 했지만, 정치권력의 압력으로 심한 갈등을 겪었다. 결국, 검사직을 내던지고 한강변 뚝섬에서 닭과 돼지를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살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판사 김홍섭. 2025.03.24 oks34@newspim.com

김홍섭은 한국 전쟁 직후 서울로 환도한 뒤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됐다. 그는 끊어진 한강 다리 때문에 피난을 가지 못한 시민들이 부역자로 몰리고, 이웃집 장독에서 간장을 가져다 먹다가 잡혔다고 특수절도죄로 재판정에 선 이들을 앞에 두고 자책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누구를 재판할 수 있는가. 국민을 이 같은 처지에 몰아넣은 자들은 누구인가.' 본인도 가족들을 돌보기 힘든 상황에서도 박봉을 쪼개서 그들을 돕기도 했다.

명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김홍섭 판사는 스스로 사형수의 대부를 자처하여 틈날 때마다 구치소와 교도소를 오갔다. 1956년 1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육군 특무대장 김창룡을 암살한 허태영 대령은 사형 선고를 받은 뒤 김홍섭 판사의 인도로 가톨릭에 귀의했다. 그리고 사형이 집행되기 직전 김 판사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평소 많은 독서와 사색을 즐겼던 김홍섭 판사의 수상집 '무상(無常)을 넘어서'는 아직까지도 읽히는 책이다. 그 책에 쓴 법에 대한 단상은 오늘에도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법을 예장처럼 차리고서 근엄·자중하는 사람.
법을 보신처세 도구로 삼아 변융자재로 구사하는 사람.
법을 장난감 딱총처럼 휘두르면서 때때로 세간을 놀래어 주는 사람.
법을 빨간 넥타이처럼 목에 달고서 장식에 이용하는 사람.
법을 양식 바가지처럼 꽁무니에 차고서 염치없이 쫓아다니는 사람.
법을 경이원지(敬而遠之)는 하지만 끊어 팽개칠 용기도 없어 질질 끌고 다니는 사람.
법을 사갈같이 엽기하는 사람.
법을 악마처럼 증오하는 사람.

이 책에는 그가 쓴 희곡도 수록돼 있다. 그는 '최대의 오판'이라는 희곡에서 인류 최대의 오심은 '예수님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지는 장면,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이 내려지는 재판 장면, 창세기에 하와가 뱀의 꾐에 빠져 죄를 짓는 장면'이라고 기술했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김홍섭의 에세이와 희곡을 수록한 책 ' 무상을 넘어서'. [사진 = 바오로딸]  2025.03.24 oks34@newspim.com

1960년 대법원 판사로 발령받았던 김홍섭은 5.16 쿠데타를 비판하다가 광주고등법원장으로 좌천되었다. 1964년 광주고등법원장에서 서울고등법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간암 진단을 받고 이듬해 3월 16일에 51세의 아까운 나이에 눈을 감았다. 그는 평생 '사랑과 청빈의 삶' 그 자체를 몸소 실천했다.

여담이지만, 김홍섭 판사의 장남인 김정훈은 사제의 길을 걷고자 가톨릭대학 신학부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사제가 되기 직전인 1977년 그곳에서 불의의 등반사고로 불과 30세의 나이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 발간된 유고집 '산 바람 하느님 그리고 나'를 읽다 보면 김 판사의 장남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산과 사람을 사랑하고, 겸손하고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oks34@newspim.com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5.03.24 oks3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국정원 "로저스 대표 위증 고발 요청"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를 위증 혐의로 고발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도중 "국정원이 오늘 청문회를 모니터링하던 중, 청문회를 지켜보던 국정원장이 로저스 대표를 위증죄로 고발해 달라고 과방위에 요청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며 "구체적인 위증 내용도 함께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안은 간사에게 전달해 내일 청문회 종료 시점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12.30 pangbin@newspim.com 로저스 대표는 이날 청문회에서 쿠팡이 정부 및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정보 유출자를 접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저희는 피의자와 연락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그 기관(국가정보원)에서 피의자와 연락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명확한 지시나 명령이 있었느냐'는 추가 질의에는 "명령이었다. 지시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누구와 소통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 이름은 없지만 해당 이름을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로저스 대표는 해킹에 사용된 장비의 포렌식과 관련해서도 "정보기관이 복사본을 보유하고 있고, 원본은 경찰에 전달했다"며 "그 기관이 별도의 카피를 만들어 우리가 보관하는 것도 허락했다"고 말했다. 또 '셀프 면죄부 조사 아니냐'는 지적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한 조사"라며 "이사회도 한국 법에 따라 협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측은 로저스 대표의 주장과 선을 긋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포렌식 검사와 로그 분석의 주체는 과기정통부가 주관하는 민관합동조사단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경찰청"이라며 "국정원이 지시하거나 조사를 주도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배 부총리는 "국정원은 증거물을 국내로 반입하는 과정에서 훼손이나 분실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지원을 한 것으로 안다"며 "이를 조사 지시나 개입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정원도 별도의 입장을 내고 로저스 대표의 발언을 부인했다. 국정원은 지난 26일 공지를 통해 "쿠팡 사태와 관련해 국정원은 쿠팡 측에 어떠한 지시를 할 위치에 있지 않으며, 어떠한 지시를 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외국인에 의한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를 국가안보 위협 상황으로 인식해, 관련 정보 수집·분석을 위한 업무 협의를 진행한 바는 있다"고 설명했다. mkyo@newspim.com 2025-12-30 18:00
사진
이혜훈 "내란은 민주주의 파괴"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내란은 민주주의 파괴하는 일이며 실체파악 잘 못했다"라며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5.12.30 yym58@newspim.com   2025-12-30 10:27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