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이중 기재 문제...회계 시스템 허점 노출
경기도의회, 도민 혈세 유용 여부에 문제 제기
공직자 자율적 청렴과 제도적 감시 균형 필요
[수원=뉴스핌] 박승봉 기자 = 지난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 초까지, 경기도교육청 제1부교육감이 사용한 업무추진비 일부 내역이 허위로 작성된 채 반복 집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본지 2024년 5월24일자 '경기도교육청 제1부교육감 업무추진비 허위기재·유용 의혹')
8일 공익제보자에 따르면 반복된 고급 식당 이용, 3만 원 초과 식사비 지출, 이중 참석 기재 등 석연치 않은 정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공익제보로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의 회신은 '단순 착오'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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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 제1부교육감 업무추진비 부패행위 신고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답변. [사진=공익제보자] |
뉴스핌 취재 결과 이 사건은 단순한 행정 오류가 아닌 공공 예산 집행의 구조적 취약성과 감시 시스템의 형식적 작동을 드러내는 사안으로 분석됐다.
교육행정의 최일선에서 예산을 집행하는 고위 공직자가 청렴의 경계를 넘었는지를 묻는 이번 사건은 국민의 알 권리와 감시 기능의 실질성을 함께 들여다 봐야한다.
◆ "반복된 고가 식사, 기준 초과 지출"...지방예산 집행 규정 위반 가능성
제보에 따르면 제1부교육감은 2023년 8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서울 여의도에 있는 고급 일식당에서 총 5회에 걸쳐 점심식사 비용을 업무추진비로 지출했다. 해당 식당은 메뉴 가격이 대부분 1인당 3만 원을 초과하며, 이는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과 청탁금지법에서 명시한 '1인당 3만 원 이하'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단지 금액을 초과했다는 점만이 아니다. 2023년 8월 9일 오후 12시 35분, 제1부교육감이 서울사무소 서기관 등과 함께 식사를 했다고 기록한 지출 내역이 존재하지만, 단 2분 뒤인 12시 37분에는 같은 인물이 또 다른 부서(의회협력과)의 업무추진비 대상자로도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기록상 한 사람이 같은 시각에 두 건의 식사 대상자로 등재된 '이중 기재'라는 명백한 회계상 오류다.
◆ 교육청 "회계 담당자 단순 착오"...권익위는 '확인 불가'로 종결
경기도교육청 측은 "서기관과 서울사무소장이 동일 인물이며, 착오로 이중 기록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에 대해 "식사 참석자를 특정할 수 없으며,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공익신고를 종결 처리했다.
그러나 단일 식당에서 반복된 고가 지출, 동시간 이중 참석 기록이라는 중대한 정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위 인사의 직접 조사 없이 기록상 해석만으로 사건을 마무리한 데 대해 시민단체와 예산감시 전문가들은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교육청 측은 "부교육감은 경기도교육청 부기관장으로서 기관 전반의 통상적인 조직운영, 대민활동, 유관기관과의 업무유대, 직원격려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이를 목적으로 기관운영업무추진비를 집행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1부교육감이 2023. 8월 ~ 2024. 3월 기간 중 총 5회 여의도 소재 일식당에서 집행한 것은 부기관장으로서 직무 수행목적에 맞게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또한, "2023. 8. 9. 점심식사비 집행대상을 중복하여 작성한 것은 회계담당자의 단순착오로 인한 것으로 확인하였으며, 이를 곧바로 제1부교육감이 업무추진비를 허위로 집행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고, 식사참석자를 특정할 수 없어 청탁금지법 제8조에 따른 위반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회신했지만, 해당 지출은 이미 공식 기록으로 1년 이상 공개가 된 상태다.
이에 대해 한 경기도의원은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은 도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예산이며, 기록이 허위로 작성된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는 명백한 예산 유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권익위가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종결 판단을 내린 것은 무책임한 조치이며, 도의회 차원의 행정조사 혹은 감사원 특별감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공직 윤리는 감시 없이 자정되지 않는다"...제도 개선 절실
이번 사건은 공직자의 일상적인 예산 집행이 '자율적 청렴'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회계 기록 하나가 허위로 작성될 수 있는 구조, 그리고 이를 제지할 실질적 감시 장치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산감시 시민단체들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의 실명 공개 의무화▲지출 금액 자동 검증 시스템▲청탁금지법과 연계된 전자 회계 플랫폼▲정기 외부 감사제도 도입 등을 실질적인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세금은 투명하게 쓰여야 하고 그 기록은 사실이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회계 실수가 아니라, 교육행정 내부의 시스템과 감시 기능의 작동 여부를 시험대에 올려놓은 중대한 시그널"이라며 "진상 규명과 제도 개선 없이 종결 처리될 경우 국민이 감시자 역할을 대신 떠안아야 하는 불신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1141worl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