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연준 발표 앞두고 안전자산 수요↑
미 달러는 중동 위기 속 강세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국채 수익률이 17일(현지시간) 하락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및 경제전망 발표를 하루 앞두고 안전자산 선호가 강하게 나타난 영향이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장보다 5.9bp(1bp=0.01%포인트) 떨어진 4.395%를 기록했다. 단기금리에 민감한 2년물 역시 2.4bp 하락해 3.946%까지 내려갔다. 2년물과 10년물 간 금리 차는 3bp 줄어든 45bp로, 장단기 금리차는 다시 좁혀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동 정세 불안이 채권시장의 방향을 흔들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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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 테헤란에서 발생한 폭발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6.16 mj72284@newspim.com |
◆ 중동 리스크·연준 발표 앞두고 안전자산 수요↑
컨설팅업체 액션이코노믹스의 킴 루퍼트 채권 부문 이사는 "중동 전선이 더욱 복잡해지며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위험회피성향을 강화하면서 국채 수요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란에 대한 미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당장은 최고지도자를 제거할 계획은 없다"며 외교적 해법의 여지를 남겼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공습은 닷새째 계속되고 있으며, 미국 국방부는 중동에 추가 전투기 배치를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연준은 18일 통화정책 결정을 발표한다.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단서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웰링턴 매니지먼트의 마이크 메데이로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노동시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지속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 전망을 기존 50bp 인하에서 25bp로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금리선물시장은 올해 말까지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중동 사태 장기화로 유가가 상승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은 다시 커질 수 있다.
경제 지표는 혼재된 모습을 보였다. 5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9% 감소하며 예상치를 밑돌았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수입물가는 보합에 머물렀다.
◆ 미 달러는 중동 위기 속 강세
외환시장에서도 중동 리스크가 주요 통화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미 달러화는 이날 유로, 엔화, 파운드 등 주요 통화 대비 모두 강세를 보였다. 특히 안전자산으로 통하던 엔화가 약세로 전환된 것이 눈에 띈다.
달러화는 이날 엔화 대비 0.4% 오른 145.32엔을 기록했다. 달러화 강세 속 유로/달러는 0.68% 하락한 1.1481달러를 기록했고, 파운드/달러는 1.08% 하락한 1.3430달러에 거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영국과의 무역 협상을 위한 일부 관세를 인하하는 합의에 서명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0.64% 오른 98.8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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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캐나다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에게 손짓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노하라 우토 메시로우 커런시 매니저먼트 수석 투자 전략가는 "달러는 최근 들어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통적인 안전자산 역할을 하지 못했지만, 중동이라는 외부 리스크 요인이 다시 부각되면서 달러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BOJ)은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내년부터 자산 축소 속도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엔화는 BOJ 회의 직후 강세를 보였지만, 가즈오 우에다 총재의 기자회견 후 약세로 돌아섰다.
이외에도 유로/달러는 0.68% 하락한 1.1481달러를 기록했고, 파운드/달러는 1.08% 하락한 1.3430달러에 거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영국과의 무역 협상을 위한 일부 관세를 인하하는 합의에 서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를 하루 앞당겨 떠났다는 소식도 주목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NSC)와의 중동 관련 논의를 위해 일정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란 핵개발 이슈와 맞물려 고조되는 중동 갈등은 브렌트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포렉스라이브의 애덤 버튼은 "시장에서는 미국의 궁극적 목표가 단순한 핵시설 무력화가 아니라 정권 교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는 전쟁 확산 가능성과 함께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내외 변수 속에서 연준은 18일, 영란은행(BOE)과 스웨덴 릭스방크는 이번 주 후반 각각 기준금리 결정을 내린다. 시장은 이들 결정이 향후 글로벌 금리 방향성을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