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젊음이 당신에게서 왔듯이" SNS 뒤흔든 감성 힙합
직장인→힙합가수, 대중을 깨운 크로키오의 진심
기억 잃은 할머니가 남긴 한마디 "준석이 노래 좋다!"
[서울=뉴스핌] 정태선 기자 = "나의 이 젊음이 당신에게서 내게로 흘러왔듯이…" 한 줄의 가사가 담긴 영상이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70만 뷰를 향하고 있다.
화제의 곡은 '어머니의 어머니!'. 감성 힙합이라는 장르에 따뜻한 스토리까지 더해진 이 곡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늦깎이 가수 크로키오(crockyO)다.
경영학 전공, 군 복무, 직장생활까지 마친 그는 서른을 앞두고 몰래 음악에 도전했다. 2018년 '싸이렌'으로 첫발을 뗀 후, 힙합 씬을 꾸준히 경험하며 실용음악 강단에도 서왔다.
그러던 그가 처음 대중을 의식하고 만든 곡은 2023년 방영된 KBS2 드라마 비밀의 여자 OST '사랑의 시작은 그 한 장면에서'. 시청률 13%를 넘긴 이 드라마를 통해 그는 본격적으로 '대중'을 마주하게 됐다.
"대중이 제 노래에 관심 없길래, 제가 대중에게 관심을 가져보기로 했어요"라는 농담 뒤에는 음악에 대한 진심이 숨어 있다.
이번 신곡 '어머니의 어머니!'는 개인사에서 출발했다. "집안의 첫 손자로 태어난 제가 할머니, 어머니로부터 받은 놀라운 사랑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거든요. 이제는 치매를 앓고 계신 할머니를 어머니와 함께 돌보면서 섬뜩한 깨달음이 있었어요. 나의 이 찬란한 젊음이 당신에게서 흘러왔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을 기억해요. 이제는 그 젊음의 기억조차 없는 그분의 시간이, 어머니를 통해 내게로 전해졌다는 걸 느끼는 순간… 눈물이 터졌지요."
곡의 도입부엔 실제 할머니 장영애 씨의 육성이 삽입돼 있다. "아이고, 꽃도 참 예쁘게도 피었다…" 딸도, 손자도 잊은 채 꽃을 바라보며 남긴 이 짧은 말이 오히려 노래 전체의 정서를 압축한다.
"기억이 없으시던 할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준석이 노래 참 좋다' 하셨을 때는… 정말 소름이 끼쳤죠." 이 한마디가 결국 노래의 후반부를 완성하게 만든 결정적 순간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꽃밭처럼 따뜻한 사운드 위에 얹힌 유년의 기억, 그리고 현재의 고백은 단순한 가족 이야기를 넘어 세대 간 정서의 다리로 확장된다.
크로키오는 "'딴따라'로 살아도 괜찮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앞으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과 대중의 간극을 좁혀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음악을 '그림 그리듯' 풀어내는 아티스트, 크로키오의 다음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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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키오 |
wind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