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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도 등 돌렸다…트럼프의 '엡스타인 파일 ' 공약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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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했던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부에서 균열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플로리다주 템파에서 열린 보수 청년단체 '터닝포인트 USA' 행사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엡스타인 사건 대응에 불만을 가진 일부 지지자들의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1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수년째 엡스타인 이야기뿐"이라며 "왜 오바마, 사기꾼 힐러리, 코미, 브레넌,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의 루저들과 범죄자들이 만든 문서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15일 피츠버그 일정을 마친 뒤에는 기자들에게 "엡스타인 파일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다. 꽤 지루한 일"이라며 공개 요구 자체를 평가절하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에게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하지만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요구하는 움직임은 지지층 일부를 넘어 공화당 지도부로까지 번지고 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15일 공개된 팟캐스트 '베니 쇼' 인터뷰에서 "나는 투명성을 지지한다"며 엡스타인 관련 자료의 공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팸 본디 법무장관이 직접 나서 '고객 목록'에 대한 발언을 해명해야 한다"며 "민감한 사안이지만, 국민이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존슨 의장이 법무부에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촉구하며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고 해석했다.

◆ '엡스타인 파일' 논란의 핵심

엡스타인은 2000년대 초부터 미성년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인신매매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2019년 수감 상태에서 사망했다. 특히 그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별장과 뉴욕 맨해튼 자택 등에서 정·재계 유력 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의 교류가 언급된 인사들의 명단은 2024년 1월 뉴욕 법원이 공개한 943쪽 분량의 재판 관련 문서에서 드러났다. 명단에는 트럼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앤드루 영국 왕자, 빌 게이츠 등 유명 인사들이 포함돼 있었으나, 이들이 실제 범죄에 연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하며 정보기관과 '딥스테이트'에 맞서겠다는 메시지로 지지층을 결집시킨 바 있다. 하지만 정작 트럼프 행정부가 엡스타인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으면서, '자신이나 측근의 이름이 명단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사건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엡스타인 파일 논란은 크게 성접대 고객 명단과 엡스타인 타살 의혹 두가지다. 엡스타인 파일과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선 팸 본디 법무장관은 지난 2월 "엡스타인 파일이 내 책상 위에 있다"고 밝혀 명단 존재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이달 초 내각 회의에서는 "검토를 위해 내 책상 위에 파일이 놓여져 있다는 의미였다"라고 해명했고, 연방수사국(FBI)도 "고객 명단이란 건 없다"고 밝혔지만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엡스타인 타살설에 불을 지핀 것도 법무부다.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엡스타인이 수감 중 사망한 전날인 2019년 8월 9일 밤에 촬영된 교도소 폐쇄회로(CC)TV 영상을 '원본'이라며 공개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편집돼 두 개의 원본 클립을 이어 붙인 것이며, 9일 밤 11시 58분 58초부터 다음날 자정까지 약 1분을 포함해 총 2분 53초 분량이 삭제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본디 장관은 이달 초 내각 회의에서 자정 무렵이 "CCTV 시스템이 매일 자동 리셋되는 시점"이라고 해명했지만, 편집 흔적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그의 시원치 않은 해명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일부 보수층은 본디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는데,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그는 훌륭히 일하고 있다"며 장관을 감쌌다.

제프리 엡스타인.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인 2명 중 1명 "정보 공개 수준에 불만족"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파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길 바라겠지만 15일 나온 여론조사는 달랐다.

CNN이 여론조사 기관 SSRS에 의뢰해 지난 10-13일 성인 10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공개한 바에 따르면 정부의 엡스타인 사건 관련 정보 공개 수준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단 3%에 불과했다. '불만족한다' 응답 비율은 50%,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29%, '잘 모르겠다'는 17%로 나타났다.

공화당 지지층마저 만족 응답은 4%에 그쳤다. '불만족한다'는 40%로 가장 높았고,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38%, '잘 모르겠다'는 18%로 집계됐다.

해리 엔턴 CNN 수석 데이터 분석가는 "특정 사안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비율이 고작 4%라니, 이건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다. 이런 결과는 본 적이 없다"라며 "전체적으로 이 여론조사를 표현하자면 '불만족'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절하다. 이것이 바로 미국인들이 엡스타인 사건 관련 정보 공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엡스타인 파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충수가 되고 있단 평가다.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재선 공약으로 내걸어 스스로 띄운 이슈가 지금은 되레 지지층의 불신과 분열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파일 공개 요구가 이어지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해명과 법무부의 대응이 계속해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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