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품목 관세 '232조 조사' 결과에 촉각
삼성전자, 테슬라 수주에 '투자 확대' 기대감
이재용 회장 방미, 협상 뒷받침 해석도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한미 통상 협상에서 한국 반도체가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으면서 업계에 안도감이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대규모 파운드리 계약을 성사시키며 추가 투자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 품목별 관세 정책이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삼성의 미국 내 투자가 향후 대응 전략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한미 통상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최혜국 대우'를 약속하면서 일단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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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
정부는 이날 한미 관세협상 타결 관련 "수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면서 "향후 반도체와 의약품의 경우도 최혜국대우를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유사하게 한국과 15% 상호관세율을 적용하고 반도체 부문에서 '가장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열린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한미 간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감소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발표된 합의 내용의 세부 사항에 대한 양국 간 추가 논의 과정을 면밀히 지켜보며 이에 맞춰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반도체 품목 관세는 향후 마무리되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수입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및 관련 제품에 대한 232조 조사를 진행 중이며, 결과는 내달 중순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조사에는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모니터 등 완제품까지 포함돼 있어 파장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해당 조사 과정에서 미국 당국에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해왔으며, 양국 정부와의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반도체 232조 조사 결과와 이에 따른 한미 간 후속 협의 등을 토대로 사업 전반에 미칠 기회와 리스크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며 "비즈니스 영향 최소화를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의 대미 반도체 투자 확대 여부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근 테일러 지역에서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신규 첨단 공장을 짓고 있다. 전체 투자 규모는 370억 달러(약 54조 원)에 달하며, 향후 60조 원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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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뉴스핌DB] |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3조 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칩 'AI6'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업계는 이 같은 수주와 투자 성과가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 전략과 맞물려 관세 협상에서 한국 측 지렛대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상호관세 협상이 막판으로 접어들던 시점인 지난 29일 미국으로 전격 출국했다. 업계는 이번 출장이 단순한 글로벌 협력 논의가 아닌, 정부의 대미 협상 전략을 뒷받침하는 행보였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 회장의 방미는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 이후 12일 만에 이뤄진 첫 해외 일정이기도 하다.
업계는 반도체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전략 자산인 만큼, 미국이 무리하게 고율 관세를 적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반대로 대만과 같은 경쟁국의 미국 내 투자 확대에 맞춰 한국 기업에도 '투자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최혜국 대우를 명시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세부 조치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경계심을 풀기엔 이르다"며 "결국 추가 투자와 현지 생산 확대가 실질적인 관세 회피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