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1일 美 현지서 상호 관세 협상 결과 발표
자동차 품목관세 25%→15% 인하…日 동일 수준
철강 50% 유지…"美, 철강에 대해 강한 입장 보여"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우리 정부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다만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는 여전히 50%의 기존 관세가 유지된다.
한국 협상단은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주미대사관에서 한미 관세 협상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했다.
이날 정부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당초 다음 달 1일부터 모든 대미 수출 제품에 적용될 예정이었던 상호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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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관련 부품에 적용되는 품목 관세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는 앞서 미 정부와 협상을 진행한 일본과 동일한 수준이다.
자동차는 한국 수출의 핵심 품목이자 국내 고용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큰 주력 산업이다. 이번 관세 인하로 가격 경쟁력을 일부 회복한 만큼,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을 방어하는 데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경쟁국인 일본과 동일한 관세 수준을 확보함으로써 동등한 경쟁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통상 전략적 의미도 적지 않다는 해석이다.
이날 여 본부장은 "미 측이 일본·유럽연합(EU)과 자동차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우리 정부는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으니 한국은 FTA가 없는 다른 나라보다 낮은 12.5%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일본·EU의 자동차 관세가 발표된 이후 미국 내 자동차 노조 업계 반발이 심해 15%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속 요청해 15%를 확보해 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철강·알루미늄·구리에는 여전히 50%의 고율 관세가 적용된다. 미 정부는 철강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 본부장은 "철강에 대해서는 일본이나 EU도 아직 어떤 예외 조치도 인정받지 못했다"며 "이번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철강에 대한 인하 필요성을 직접 요청했지만, 미국은 철강에 대해서는 굉장히 강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철강은 자동차·조선 등 국내 제조업 전반의 기반이 되는 기간 산업으로, 한국 수출 구조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 이번 협상에서 철강 관세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수출 기업의 부담과 수익성 악화 우려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철강 수출의 상당 부분이 미국향이라는 점에서, 현지 수요 둔화와 맞물릴 경우 한국 철강 업계 전반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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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