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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 한창인데…한은의 돌연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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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은행권 우선 발행해야"…입법 논의는 비은행 포함
국회 4건 법안 발의 연말 국회 통과…"CBDC 배제 안 해"
"인플레 대응, 코인런, 외환 등 근본 문제 해결 안돼"

[서울=뉴스핌] 온종훈 선임기자 =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입법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온 한국은행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0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다수의 비(非)은행 기관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화폐 가치가 다 다를 수 있어 19세기 (미국) 민간화폐 발행에 따른 혼선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며 "그런 상황에선 통화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어렵고 중앙은행 시스템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부재했던 19세기 미국 상황을 빗댈 정도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코인의 "안전하게 도입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이후 정치권의 입법 논의가 비은행 금융기관을 포함하는 다소 '결'이 다른 형태로 진행되었음에도 한달 가까이 한은의 공식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월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2025.07.10 photo@newspim.com

앞서 한은이 준비했던 중앙은행판 디지털화폐(CBDC) 1차 실용성 테스트를 마무리 했음에도 새정부 출범 이후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논의가 모이면서 연내 추진 예정이었던 2차 테스트 일정도 참여 은행들의 미온적인 입장 등으로 무기 연기된 상태였다.

여기다 한은은 지난 6월말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업무보고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관리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부터 시작하자"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가 오히려 일부 위원들에게 "(한은이) 좀 더 전향적으로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까지 받은 상태였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한은의 입장은 비교적 분명하다. 디지털코인 발행의 기초자산이 한국은행권인 원화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한은 입장에서는 통제 밖에 있는 통화의 허용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교적 시스템을 갖춘 은행권을 중심으로 시작하고 한은이 추진 중이던 CBDC의 초기 단계인 예금토큰(시중은행 예금기반 디지털화폐)부터 단계적으로 해 가자는 것이다. 

한은이 이렇게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자칫 통화 증발로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통화정책 무력화)을 초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급결제 시스템의 최종 책임자인 한은이 스테이블코인 확산으로 일어나게 되는 코인런(대규모 인출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외환시장 충격 등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새정부 들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혁신성' 을 명분으로 내건 여야 정치권과 민간의 요구를 전면 부정할 수 없는 만큼 논의가 흐르면서 한은은 최근 입장을 내부적으로 수정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더라도 인허가 과정에서 통화당국인 한은이 참여하는 방식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에서 "대통령이 말씀하시듯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당연하다"고 전제하면서 신중론을 개진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에 따라 한은이 추진해오던 CBDC는 현재 국회의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 속도에 보조를 맞춰 2차 테스트를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국회에는 현재 4건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으며, 자본금 요건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척되고 있다. 지난 7월 민병덕·강준현(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자본금 기준을 5억~10억원, 10억원 이상으로 제시한 법안을 발의했고, 지난달 28일에는 안도걸(민주당)·김은혜(국민의힘) 의원이 50억원 이상 요건을 포함한 법안을 추가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이들 법안이 연말쯤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로선 스테이블코인 관련 논의가 예금토큰 발행을 막는 방향으로 결론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법제화 속도에 맞춰 CBDC 사업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법적 기반이 갖춰지면 사업을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은은 또 은행을 중심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에서 한발 후퇴해 발행인가 단계에서 관계 기관의 '만장일치' 동의를 거치게 하자고 수정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통과된 미국 지니어스법의 '스테이블 코인 인증심사위원회'(SCRC)가 연방준비제도(연준), 재무부 등으로 구성돼 있고, 비금융 기업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경우 만장일치 심사를 거치도록 한 점이 참조가 됐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한은의 침묵이 언제 끝날지는 이 같은 요구가 입법이나 제도화 과정에서 얼마나 반영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에 정면 배치하고 금융안정과 외환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만큼 한은 목소리를 좀 더 높여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ojh11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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