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회담서 '조선업·방위비·중국' 삼각 이슈 주목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오는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신들은 한국이 준비한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마스가, 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이번 논의를 움직일 것이라며 마스가를 집중 조명했다.
이번 회담에는 관세, 주한미군 역할,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 동맹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의제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외신들은 그중에서도 '마스가'를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스가'라는 새 키워드가 한미 정상회담을 움직이고 있다면서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미 동맹이 미묘한 갈등 국면에 놓인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기쁘게 할 만한 '선물'을 들고 백악관을 찾는다면서, 그 선물은 바로 한국의 조선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WP는 중국과의 대립을 피하고 신중한 접근을 원하는 이 대통령과, 중국 견제에 한국이 함께해 주길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 간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에서 한국은 조선업을 트럼프와 협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어쩌면 유일한 카드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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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스핌DB] |
◆ 트럼프를 움직일 '마스가'의 잠재력
지난 7월 한미 양국이 무역 협상의 결정적 국면에 들어섰을 때, 한국 협상단은 미국 측 협상 파트너에 상자를 건넸고 그 상자 안에는 "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즉 MASGA라는 구호가 새겨진 빨간색 야구 모자 10개가 들어 있었다. 모자에는 미국과 한국 국기가 함께 장식돼 있었다.
이 모자와 함께 한국은 약속을 내놨다. 미국의 조선 산업 부흥을 돕기 위해 1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것이었다. 미국 조선업은 중국에 크게 뒤처져 왔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관심사로 떠오른 분야였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한국 협상단에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말했고, 이후 양측은 선박 및 타 산업 투자 약속과 함께 자동차에 대한 관세와 상호 관세 인하를 포함한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한국은 미국산 에너지 1000억 달러어치 구매에도 합의했다.
WSJ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해양 제조업의 침체를 자주 한탄했고, 특별 세제 혜택과 백악관 내 전담 부서 신설을 통해 이를 빠르게 되살리겠다고 공언해왔다면서, 한국 협상단은 조선업만큼 파급력이 큰 사안은 없을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상선 조선의 1%도 채 차지하지 못한다. 반면 중국은 약 60%, 한국은 22%를 차지한다.
미국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미 해군은 제때, 예산 내에서, 대량으로 선박을 건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외국 경쟁으로부터 자국 조선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은 오히려 미국 상업 선단의 노후화를 초래했다고 의회조사국은 지적했다.
이러한 미국 조선업의 취약성은 대만 사태 가능성과도 직결된다.
중국 해군은 이미 미국보다 함정 수에서 우위를 점했으며, 그 격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미 해군은 건조 적체를 겪고 있고, 노후함 퇴역으로 함대 규모가 줄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무력으로라도 통일하겠다고 공언했고, 대만과 미 국방부 모두 2027년을 잠재적 시점으로 보고 있다.
랜드연구소 오미연 한국석좌는 중국이 이미 세계 최대 해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군함을 건조하는 규모가 "경악스러울" 수준이라면서, 따라서 미국은 중국 국영 조선소에 대한 대규모 정부 지원을 고려할 때, 독자 노선보다는 동맹국과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도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진행하며 미국 조선업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시사했지만, 일본 최대 조선업체 이마바리 조선소는 미국 조선업 직접 지원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한국은 훨씬 더 적극적이다. 한국은 세계 최대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조선 강국이다. 특히 중국의 상선 조선은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허드슨연구소의 해군 전문가 브라이언 클라크는 상업적 측면에서도 미국은 동맹의 투자를 끌어들여 자국 조선 생산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공급망·물류 차단 같은 강압적 행동을 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 필요한데, 한국 기업이 필리 조선소 모델을 따라 더 많은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조선업계도 준비돼 있다는 입장이다.
정우만 현대중공업 해양사업 기획담당은 "한국은 미국이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 우리는 줄 게 많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주요 군수·상업 조선업체에 생산능력 확대 자문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미 해군 함정의 상당수 정비·수리·개조 작업은 괌, 하와이, 미 본토에서 이뤄지고 있다.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의 이재현 연구원은 이 정비 작업의 일부를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 조선소로 이전한다면 미 본토 조선소가 신조함 건조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만약 대만 사태가 발생할 경우 동맹국 조선소에서 손상된 선박을 수리할 수 있다는 점은 미국의 큰 이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동맹국 조선소와 기지를 활용할 수 있고, 이는 중국이 갖지 못한 장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역시 협력의 효과를 자신하는 모습으로,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 필리 조선소를 방문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소를 인수했으며, 1억 달러를 투자해 첨단 장비와 설계·제조 노하우를 도입, 생산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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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방위비 증액·중국 이슈도 관심
로이터통신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한반도에 주둔 중인 미군 유지비를 더 부담하라는 요구를 받게 될 것이며, 이번 회담은 안보와 중국 문제가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비공식 합의로 마무리된 한미 무역 협상에서는 해당 이슈들이 대체로 배제됐지만,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은 한미 동맹의 미래와 핵무장을 한 북한에 대한 접근법이 백악관 논의의 핵심 주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는 한국이 매년 10억 달러 이상을 미군 주둔 지원에 쓰고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건설 비용도 부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히 더 많은 것을 원한다"며,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연간 50억 달러, 심지어 100억 달러까지 요구한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동맹국이 GDP 대비 5% 수준의 국방비를 쓰기를 원한다. 한국은 현재 3.5%"라고 덧붙였다.
위성락 대통령 안보실장은 한국이 미·중 경쟁과 같은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맞게 한미 동맹을 현대화하려 하고 있으며, 국방비 증액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위 안보실장은 기자회견에서 "방위비 문제는 한미 간에 논의되고 있으며, 구체적인 수치 등은 아직 진행 중이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국방부 내부에서는 일부 미군을 한국에서 철수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 국방부 일각에서는 동맹을 중국 견제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것이 한국의 의지에 달려 있지만, 미국 당국자는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에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이러한 상황이 한미 동맹을 전폭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접근을 하겠다고 다짐한 이 대통령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두 사람 모두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