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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이 기회다] '평화의 도시' 히로시마·'자전거 순례지' 오노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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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의 상흔 딛고 부활한 지역 거점도시
젊은 창업가 '흡수'하는 조용한 항구 마을
자전거 도로 따라 문화와 이야기 풍성

◼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일본 히로시마 오노미치①>

현재 대한민국에서 지방 소멸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지역 균형 발전, 지방 소멸 대응 기금, 지방 시대 등 소멸 위기 대응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왔지만, 지방 소멸은 오히려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뉴스핌은 지역의 특성에 가치를 더해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에 주목한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전국 곳곳에서 경제적 활성화와 새로운 생활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청년에게는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로컬 전문가'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가 함께하고 있는 뉴스핌의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시리즈는 한 사람에서 마을 공동체, 지역 공동체로 확산되면서 지역의 활력을 이끌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의 도전과 성장기를 담아낸다. 바로 지역의 가치와 사람, 혁신과 창조의 이야기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따져본다. 현장과 학계, 로컬 전문가 등의 제언을 들어 로컬 상생의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한다. 또한 미국 포틀랜드, 프랑스 리옹 등 해외 로컬크리에이터 선진지의 현실과 전략, 미래 비전을 조명해 지속 가능한 로컬 생태계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히로시마. 세계인들에게는 인류 최초로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으로 알려진 일본의 지방 도시다. 태평양 전쟁 시기에 군사기지로 발전해 한때 아시아 제국(諸國)들을 침략하는 발판으로써 번영했으나, 그 야망과 함께 잿더미가 됐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의 상흔을 딛고 평화롭고 온화한 분위기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장소로 탈바꿈했다.

히로시마 근교의 작은 항구 도시인 오노미치(尾道, Onomichi)는 전후 쇠락기를 거쳐 지금은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창업 허브로 발전 중이다. 일본 혼슈 섬과 시고쿠 지역을 잇는 경유지로, 수려한 자연 풍광과 문화 자산을 바탕으로한 관광 산업이 뜨고 있다. 특히 폐창고를 리모델링해 자전거 여행자들을 위한 쉼터로 거듭난 U2는 오노미치 부활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뉴스핌>은 9월초 로컬 전문가인 채지민 성신여대 지리학과 교수와 함께 일본 히로시마와 오노미치, 그리고 세토내해(瀬戸内海)에서 자전거 여행자들을 반기는 이쿠치지마(生口島) 섬 이곳 저곳을 취재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히로시마현의 소도시 오노미치에 있는 센코지 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시 전경. 앞에 있는 바다는 세토내해(瀨戶]內海)로 이 바닷길을 따라 조선통신사가 왕래했다. 2025.09.05 calebcao@newspim.com

4일 오전 히로시마 공항에 도착한 취재팀은 히로시마 시내로 이동해 히로시마 시립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언용 전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사무관을 만났다. 히로시마에서 4년째 거주 중인 이 전 사무관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문체부에서 근무했다. 이 지역에 대해 그보다 더 잘 설명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전 사무관이 소개한 히로시마는 과거엔 '군사 거점', 지금은 '평화의 도시'이다. 일본 제국에 의해 국권이 침탈당한 역사를 가진 한국에게도 히로시마는 역사적 관련성이 큰 도시이다.

[히로시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난 4일 오전 이언용 전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사무관이 히로시마 소재 호텔 로비에서 채지민 교수와 함께 히로시마와 오노미치 지역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09.04 calebcao@newspim.com

"과거 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군사기지였습니다. 만주로 출병하는 군인들이 여기서 양성됐고, 야마토 전함이라는 거대 전함을 만든 인근의 구레(吳) 조선소가 있으며, 미국 진주만을 공격한 일본 군함들도 이곳에서 건조했습니다. 한반도에서는 1894년에 청일전쟁이, 1904년에 러일전쟁이 있었죠. 일본이 승리하면서 제국주의로 가게 되는데, 그 출발점이 여기였고 모든 배들이 이곳을 거쳐 출항했습니다." 이 전 사무관의 설명이다.

도쿄에서부터 히로시마까지 철도가 놓여 졌고, 훗날 그 철도는 야마구치현(県, 일본의 행정구역)의 시모노세키까지 연결된다. 시모노세키가 조선 병탄의 거점이었으니 그 병참 기지 역할을 한 히로시마는 여러모로 한반도와 뗄 수 없는 관계다. 일제 패망의 마침표를 찍은 두 차례 원폭 투하의 첫번째 목표물이 됐으나, 히로시마에 살고 있던 조선인들도 상당수가 피해를 입었다.

[히로시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의 아치 안쪽 너머로 '원폭돔'이 보이는 모습. 2025.09.04 calebcao@newspim.com

1945년 당시 인구 10분의 1이 조선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한 사람은 2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일본측 공식 기록은 7000여명이다. 전체 사망자를 14만명으로 추산하는데, 조선인의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

이 전 사무관은 "원자폭탄을 개발한 스토리인 '오펜하이머(2023)'라는 영화가 나온 뒤 서양인 관광객들이 늘어난 것 같다"면서 "지금 세계 곳곳에서 전쟁 중이고 핵무기 이야기가 나오니 궁금해서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가 인터뷰하고 있는 이곳(폭심지로부터 약 600m 밖의 호텔) 일대는 전부 사라졌었고, 모두 새로 지은 건물들"이라며 창 밖을 바라봤다. 빌딩 숲 너머로 또 다른 건물을 세우는 크레인이 움직이고 있었다.

[히로시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안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2025.09.04 calebcao@newspim.com

현재 폭심지 인근에는 평화기념공원이 조성돼 있다. 일본 정부는 평화기념자료관을 짓고 원폭으로 인해 화상을 입거나 방사능에 피폭돼 사망한 사람들의 사진들을 전시해 놓았다.

"도시가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화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도 굉장히 많고, 정부를 향한 반골 기질도 있어요. 또 평화와 반핵(反核)에 대한 것을 어렸을 때부터 배우는 '평화학습'이라는 책을 어렸을 때부터 히로시마 중고등학생들은 공부합니다. 수학여행으로도 많이 오는 곳입니다."

[히로시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금은 풀잎만 무성한 일본군 대본영 터. 2차 세계대전 당시 육군과 해군의 군무를 총괄하던 곳이었다. 2025.09.04 calebcao@newspim.com

평화기념공원 안에는 꺼지지 않는 평화의 불이 지금도 타오르고 있다. 그 아래에는 원폭으로 희생된 사람들이 일본, 조선, 서양인 유골이 한데 어우러져 묻혀 있다.

히로시마가 나가사키와 함께 원폭 피해를 입었지만 빠르게 복구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가 원폭 피해에 대한 보상법과 복구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 편의가 제공됐고, 건물도 관련 법에 근거에 다시 지었다. 츄고쿠(中国, 일본 혼슈섬 서쪽 끝에 있는 지방) 지방의 거점 도시인 점도 한몫 했다.

이 전 사무관은 "유니클로 창업자가 히로시마현 옆의 야마구치현 출신인데, 히로시마가 이곳의 핵심 지역이라 가장 먼저 이곳에 가게를 처음 열었다. 히로시마 원도심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활기가 돌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도심이 죽어가는 문제가 있는 것과는 반대"라고 지적했다. 히로시마의 대학생들이 졸업 후 지역에 잔류하는 비율도 60%대로 높은 편이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오노미치의 중심 상점가인 '오노미치 혼도오리(本通り) 상점가' 모습.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취재팀은 5일 버스를 타고 히로시마로부터 약 80여km 거리에 있는 오노미치로 이동했다. 한적한 작은 항구도시인 오노미치는 284.88㎢의 넓이에 약 13만여명 인구가 살고있다. 헤이안 시대인 1169년부터 명나라와의 무역선이 오가던 세토내해의 기항지로 번영을 이뤘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전후 20년~30년간 중심거리가 황폐해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10년새 젊은이들이 이주해와 카페, 식당, 갤러리, 공방 등을 창업하며 활기를 보태고 있다.

오노미치는 청년들의 정착을 위해 이주지원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도시인 도쿄에서 이주해오면 올해 기준으로 1인일 경우 60만엔(한화 약 565만원), 2인 이상 가족일 경우 100만엔(약 941만원)을 지원한다. 여기에 18세 미만 자녀를 대동하면 1인당 100만엔이 추가 지급된다. 그러나 올해 지원금 지급은 이미 지난 4월 예산 상한에 도달해 중지될 정도로 인기있는 이주 희망지이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상점들이 밀집한 중심가인 '오노미치 혼도오리(本通り) 상점가'이다. 금요일 오전임에도 관광을 온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상점가를 거닐며 구경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혼도오리를 따라서 오노미치의 명물인 라멘집들과 갤러리, 공방들이 늘어서 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1923년 건립된 '오노미치 상업회의소' 건물이 지역의 역사 박물관 겸 주민들의 회의소 역할을 하고 있다.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이 거리에는 1923년에 지어진 '오노미치 상업회의소' 건물이 도시의 역사 박물관 기능을 맡고 있다. 놀라운 것은 2층에 있는 50여명을 수용하는 의사당이 개방돼 있는 것도 모자라 주민들이 한화 5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대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혼도오리 상점가와 연결된 골목길들도 저마다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소설 '방랑기'로 유명한 여류 작가 하야시 후미코(林芙美子)가 머물던 집도 골목길 안쪽에 위치해 있다. 혼도오리에서 올려다 보이는 산 중턱에도 많은 문인들이 과거 바다를 내려다보며 시와 창작 활동을 했던 공간들이 남아 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좌) 오노미치 혼도오리와 연결된 작은 골목길 (우) 오노미치 혼도오리에 있는 청년 예술가들의 '크리에이터 마켓'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상점가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크리에이터 숍도 있다. '오노미치 크리에이터 마켓'에서 만난 지역 20대의 젊은 예술가 테라사카 사야카 씨는 오노미치 시립대학에서 미술연구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가게의 주인도 테라사카 씨도 모두 오노미치 출신이 아닌 외지인으로 왔다가 정착한 사람들이다.

테라사카 씨는 오노미치에 들렀다가 이 지역의 분위기에 빠져 눌러앉았다고 한다. 다른 예술가나 청년 사업가들도 비슷한 이유로 정착했다. 청년이 살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지역 활성화의 시작이 됐다.

테라사카 씨는 "장래에 나만의 가게를 만들고 싶어서 앞으로도 오노미치에 살거 같다"며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이라고 말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센코지 전망대로 올라가는 언덕길에서 바라본 오노미치 혼도오리 쪽 거리 모습. 철도 아래로 나있는 굴다리가 통행을 이어준다.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상점가를 따라 불교 사찰인 센코지(天光寺)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길을 따라 걸으면 일본 애니메이션에 봤을 법한 풍경이 펼쳐진다. 한쪽에서는 푸른 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다른 쪽에선 철도길을 건너편으로 일본식 공동묘지와 절, 푸른 녹음이 우거진 숲이 눈에 들어온다.

센코지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탑승하면 해발 144m 높이의 센코지공원에 다다를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세토내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세토내해 바닷길을 따라서 조선통신사들이 오사카까지 갔고, 오노미치에 들러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센코지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노미치 전경.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센코지공원에는 오노미치 시립미술관을 비롯해 다양한 볼거리가 넘쳐난다. 산비탈을 따라 내려가며 구경할 수 있는 '문학의 길'과 고양이들이 몰려 사는 '고양이 골목'은 관광객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고양이 골목에는 돌에 고양이 페인팅을 입힌 후쿠이시네코(福石猫)와 고양이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골목 곳곳에서 고양이들이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온순한 고양이들이 튀어나와 자신을 쓰다듬어 달라고 접근한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오노미치 고양이 골목길에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고양이들이 곳곳에서 드러누워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고양이 골목길의 고양이 모습.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오노미치가 관광지로 각광을 받는 또 한가지 이유는 해안가에 있던 1943년에 지어진 '우와야(上屋) 2호 창고'를 리노베이션한 '오노미치 U2(2014년 3월 오픈)'다. 이름의 유래는 '우에야 2호 창고'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이다. '마을 안의 작은 마을'을 테마로 자전거 여행객들을 위한 호텔, 레스토랑, 바, 카페, 자전거 숍이 입점해 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오노미치 U2'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약 2000㎡의 창고 안은 입구부터 호텔까지 중앙으로 길게 통로가 뻗어 있다. 혼도리 상점가에서 설계 구상을 얻었다고 한다. 내부의 호텔 싸이클(CYCLE)은 자전거 여행자들 친화적으로 설계됐다. 객실에는 자전거를 걸어 놓을 수 있는 행거가 벽면에 설치돼 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오노미치 U2' 내부의 자전거 샵.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오노미치가 자전거 여행의 주요 경유지가 된 이유는 일본 최대 섬인 혼슈 섬에서 시코쿠섬을 연결하는 오노미치 다리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 다리와 도로를 따라 일본은 자전거 길을 조성해 놓았다. 이 길을 '시마나미 카이도(しまなみ海道)'라고 부른다.

길을 따라 가면 무카이시마(向島), 인노시마(因島), 이쿠치지마(生口島), 오미시마(大三島) 섬 등으로 연결된다. 7개의 섬을 거치면 시코쿠에 다다른다.

달리면서 보이는 바닷가 풍경은 일본 최초로 지정됐으며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세토내해 국립공원이다. 우리나라의 한려해상국립공원처럼 여러 섬들과 바다를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취재팀이 U2를 둘러보고 있는 중에도 사이클 복장을 한 여행객들이 내부 이곳 저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6일 오전 배를 타고 오노미치 부두에서 이쿠치지마로 떠나는 모습. 정면에 보이는 도시가 오노미치다. 2025.09.06 calebcao@newspim.com

6일 이른 아침 취재팀은 오노미치역 앞 부두에서 배를 타고 이쿠치지마 섬으로 향했다. 이쿠치지마 섬이 다리로 이어진 때는 1991년이다. 오노미치 쪽에서 세어 보면 다리로 세번째로 연결된 섬이다.

섬은 온난한 기후를 살려 감귤과 레몬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섬 곳곳의 상점가에는 특산품을 이용한 디저트나 건조과일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농사만 짓는 동네는 아니다.

[이쿠치지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6일 오전 뉴스핌 취재팀과 만나 이야기 보따리를 푼 이쿠치지마 토박이 만도코로 할머니. 2025.09.06 calebcao@newspim.com

이곳은 일본화(日本畵)의 거장인 히라야마 이쿠오(1930-2009) 화백이 태어난 곳이다. 그의 성장기와 소년시절에 그린 회화, 원숙기에 만들어낸 대표 작품까지 전시한 '히라야마 이쿠오 미술관'이 들어서서 예술팬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부두 바로 앞에 있는 '시오마치 상점가'는 쇠퇴해 가고 있었으나 시마나미 카이도를 달리는 자전거 여행객들이 SNS로 이 거리를 홍보하며 지금은 기념품 가게와 카페, 호텔이 운영되고 있다.

부모님도 자신도 섬에서 나고 자랐다는 70대 만도코로 할머니는 상점가 한복판에서 일본식 말차를 판매하고 있다. 취재진과 우연하게 만난 그는 일본어가 통하자 연신 반갑다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이쿠치지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이쿠치지마 시오마치 상점가를 지나는 자전거 여행객들. 2025.09.06 calebcao@newspim.com

할머니는 "외국인들이 많이 와. 서양인 보다는 아시아인들이 체감상 좀 더 많은 것 같네. 대만, 중국, 한국인들이 특히 많아"라며, 기자를 향해 "일본어 잘하네? 교수님은 아름다우시고"라고 칭찬을 쏟아 낸다.

그러면서 "여기는 자전거 여행 교통의 요지야. 이 앞에 코산지 절에 가봤어? 어머니를 위한 효심으로 지은 절이야. 그거 지은 이후로 여기가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고 해. 덕분에 우린 돈도 벌고 고맙지"라고 설명했다.

[이쿠치지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이쿠치지마 코산지 앞에서 자전거 여행객들이 자전거를 주차하는 모습. 2025.09.06 calebcao@newspim.com

코산지(耕三寺)는 1936년에 오사카에서 특수강관 제조회사를 운영하던 기술자이자 사업가인 코산지 코조(耕三寺 耕三, 1891-1970)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어머니께 얻은 은혜를 감사하기 위해 건립한 절이다. 절 앞에는 여행객들이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도록 주차 시설을 마련해 놓았다.

외국인들이 오면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어봤다.

할머니는 "외국어를 못하니까 서로 인사하고 싶어도 대화가 불가능한 게 불편하지"라며 "그래도 사람들이 오면 차 대접하는 일이 즐거워"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자전거 여행객들이 이쿠치지마 섬의 도로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2025.09.06 calebcao@newspim.com

수려한 자연 풍광, 맛있는 레몬과 감귤, 소도시와 작은 섬이 가지고 있는 문화 유산, 여러 인물들의 스토리, 자전거 도로라는 훌륭한 인프라, 방치됐던 폐공장의 화려한 변신이 여행객들에게 메마른 땅만 보며 달려 가는 것이 아닌 풍성한 볼거리와 경험을 선사하고 있었다.

calebcao@newspim.com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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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잠수함은 순항핵잠(SSGN)" [서울=뉴스핌] 김종원 선임기자 =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700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은 핵연료를 추진 동력으로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과 순항미사일(SLCM)을 운용할 수 있는 8700t급 중형 순항유도탄 핵잠(SSGN)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올해 3월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가 추진되고 있다고 공개했다. 당시 잠수함 하단부만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동체 전체를 전격 공개했다. 건조 중인 핵잠 배수량이 8700t급이라고 처음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700t급 핵잠수함 건조 현장을 지도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25일 보도했다. 사진은 방청도료가 칠해진 대형 선체를 살펴보는 김정은과 수행 간부들. [사진=노동신문]  ◆핵연료 장전·원자로 시운전·실출력 운전 남아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핵잠 건조 단계와 관련해 원자로 등 핵심 장비가 들어간 상태의 외피 결합과 외관 완성으로 평가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핵추진잠수함 건조 단계로 볼 때 원자로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 주터빈 계통, 감속기·주축 라인, 주냉각 펌프 하우징, 미사일 발사관 구조물이 내부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잠수함 중앙부에 서 있는 김 위원장의 선체 중앙부는 원자로 구획 부분"이라면서 "최고지도자에게 공개했다는 것은 원자로 탑재가 끝난 완전한 선체 실루엣 상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향후 핵연료 장전과 완전한 원자로 시운전, 실출력 운전이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8700t급과 중형 순항유도탄 핵잠(SSGN), 함교와 발사관 구간이 연동된 설계라고 봤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25개의 다축 트롤리에 얹혀 있는 잠수함 공개와 배수량 기준 미국·러시아·중국 등의 통상 1만1000~1만8000t급의 전략핵잠(SSBN)이나 순항핵잠(SSGN) 보다는 작은 사이즈"라면서 "배수량 기준으로는 러시아의 아쿨라급(8000~8500t), 델타급 III·IV(9000~10000t)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700t급 핵잠수함 건조 현장을 살펴봤다고 노동신문이 25일 전했다. 사진은 딸 주애와 함께 이야기 하고 있는 모습. 뒤편의 '군자리 혁명 정신'이란 글귀는 6.25 전쟁 당시 탄약과 무기 제조와 보급을 위해 지하 군수공장이 위치한 군자리의 주민들이 결사의 각오로 임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선동 구호. [사진=노동신문] ◆SLCM에 소수 SLBM 운용 혼합형 배치 특히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공개한 잠수함의 특징은 중앙 미사일 발사관 구획과 함교를 구분하지 않고 일체화시킨 설계"이라면서 "함교(지휘·항법·센서·통신 상부구조)와 발사관(VLS) 사이에 독립 격벽을 치고 외관상 매끄럽게 연동된 외형으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선체골격에서는 러시아 델타급 III·IV, 선체 비율에서는 중국의 진급(Type 094)과 유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앙부가 두툼해지는 배럴형(bulged) 실루엣으로 발사관을 중앙에 집중 배치하는 델타급의 전형적 특징과 유사하다. 중앙 발사관 높이를 함교와 연동시킨 것은 SLCM 이외에도 소수의 SLBM을 운용하는 혼합형 배치 가능성도 있다고 홍 선임연구위원이 분석했다. 북한의 잠수함 용어 표현과 잠수함 성격으로 봤을 때 순항핵잠(SLCM)용이거나 SLCM 다수와 SLBM 소수의 혼합 플랫폼으로 봤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을 영문판에 'nuclear-powered strategic guided missile submarine'로 표기해 'guided missile'은 통상 순항미사일(SLCM)"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왼쪽 셋째) 국무위원장이 핵잠수함 건조 현장을 돌아봤다고 노동신문이 25일 전했다. 사진은 노동당 군수공업부장 조춘룡(김정은 오른쪽) 등과 잠수함 설비를 살펴보는 장면. 뒤편으로 '침략자 미제와 대한민국 것들을 쓸어버릴 무기생산에 총권기하자'는 선동 구호가 보인다. [사진=노동신문]  ◆한국 해군 핵잠수함 건조·도입 속도 붙을 듯 홍 선임연구위원은 "일단 핵탄두 SLCM을 탑재하는 SSGN의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다만 소수의 SLBM과 다수의 SLCM 혼합 플랫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핵탄두와 재래식탄두 이중 용도의 전략 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잠수함일 경우에는 저고도 비행으로 요격 회피 가능성이 있어 '제2격' 보복능력이 신장될 것으로 분석됐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8700t급 SSGN일 경우 전략순항 미사일 화살-2, 화살-1라-3(대형화 개량형), 불화살-3-3-1 등을 탑재할 수 있고 사거리는 1500~2000km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잠수함 함수 부분에 어뢰관 6~7개가 식별돼 핵어뢰 탑재 가능성도 나온다. 현재 미국은 공격핵잠(SSN) 50척과 순항핵잠(SSGN) 4척, 전략핵잠(SSBN) 14척 잠수함 전력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24시간 365일을 중단 없이 전략·전술 작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 핵잠 실물 전체를 전격 공개함에 따라 향후 한국의 핵잠 건조와 도입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kjw8619@newspim.com 2025-12-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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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공항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 스타트업 입사 4년 차인 30대 직장인 A씨는 연말에 아껴둔 휴가를 소진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로 쓰지 못한 연차를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회사에서도 연차 소진 권고가 내려지면서 징검다리 연휴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A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3일, 24일과 26일 연차를 내고 22일 저녁 일본에 도착해 여정을 시작하는 6박 7일 여행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는 이들로 설렘이 가득차 있던 김포공항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해 화요일인 26일 징검다리 연휴에 연차를 낸 이들과,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관광객 등이 공항에 자리했다. 2025.12.24 aaa22@newspim.com 24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김포공항은 여행객으로 북적였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금요일 하루를 연차로 내면 최소 3박 4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어서다. 내년 1월 1일 신정까지 연차를 내면 최장 11일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다. 커다란 캐리어를 양손에 쥐고 있는 하루토(가명·23) 씨는 이날 고국인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는 "한국 여행을 마치고 가족들과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함께 보내기 위해 고국인 일본에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국장에는 외국인들이 화장품 등 다양한 선물을 가득 담은 박스와 커다란 캐리어를 밀며 분주히 오갔다. 출국장에 위치한 체크인 줄에는 커다란 기내용 캐리어를 쥔 사람들로 줄들이 가로세로 빽빽히 차 있었다. 이른 아침 시간에 출발하느라 챙기지 못한 끼니를 벤치에 앉아 간단히 빵과 커피로 때우는 이들도 간간히 보였다. 안양에서 왔다는 30대 커플은 "4박 5일 일정으로 대만으로 갈 예정"이라며 "직장인이라 업무 때문에 더 휴가를 내지 못해 아쉽다. 뒤에 휴가를 더 붙였다면 유럽에 가고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업무가 쌓여있어도 연차를 아예 날릴 수는 없고 (회사에서도) 소진하라는 분위기여서 다행이었다"라며 "대만에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김포공항 출국장 한 켠에 쌓여 있는 캐리어와 수화물들. 2025.12.24 aaa22@newspim.com 이날 공항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서울 서초구 양재에서 공항으로 왔다.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만나러 간다"며 "중국에서 2주 정도 같이 연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보내는 장기 휴가가 가능한 이유는 크리스마스인 25일, 내년 신정인 1월 1일이 각각 목요일이기 때문이다. 금요일인 26일(금요일), 29일부터 31일까지, 내년 1월 2일(금요일) 등 총 5일의 연차를 사용하면 최장 11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가족끼리 휴가일을 맞춰 같이 해외 휴가를 가는 경우도 있었다. 장승훈(28·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씨는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 관련 프로그램에 양해를 구하고 나를 포함해 총 6명이 중국 상하이로 어머니 생일과 가족 기념일을 겸해 가족 여행을 간다"며 "아버지나 삼촌 등 다른 분들도 휴가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중국을 가본 적이 없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출국하는 여행객들의 목적지는 일본과 중국이 대부분이었다. 고환율과 엔저의 영향으로 여행 경비 부담이 비교적 덜한 일본이나 중국이 인기 관광지로 꼽혔다. 여행 전문 기업 노랑풍선에 따르면 올해 12월 25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노랑풍선을 통해 해외 패키지여행을 예약한 고객 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 일본이 30%로 가장 높았고, 중국(20%)이 그 뒤를 이었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각각 16%, 7%를 차지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한한령 완화와 단체 비자 발급 확대, 주요 노선의 항공편 증편 등 여행 여건이 개선되면서 중국 여행객이 늘었다"며 "긴 연휴로 장거리 여행을 가는 이들이 생기며 유럽은 8% 수준을 늘었다"고 설명했다. aaa22@newspim.com 2025-12-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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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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