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전국 지자체

속보

더보기

[로컬이 기회다] '평화의 도시' 히로시마·'자전거 순례지' 오노미치

기사입력 : 2025년09월13일 12:00

최종수정 : 2025년10월03일 12:21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원폭의 상흔 딛고 부활한 지역 거점도시
젊은 창업가 '흡수'하는 조용한 항구 마을
자전거 도로 따라 문화와 이야기 풍성

◼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일본 히로시마 오노미치①>

현재 대한민국에서 지방 소멸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지역 균형 발전, 지방 소멸 대응 기금, 지방 시대 등 소멸 위기 대응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왔지만, 지방 소멸은 오히려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뉴스핌은 지역의 특성에 가치를 더해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에 주목한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전국 곳곳에서 경제적 활성화와 새로운 생활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청년에게는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로컬 전문가'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가 함께하고 있는 뉴스핌의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시리즈는 한 사람에서 마을 공동체, 지역 공동체로 확산되면서 지역의 활력을 이끌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의 도전과 성장기를 담아낸다. 바로 지역의 가치와 사람, 혁신과 창조의 이야기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따져본다. 현장과 학계, 로컬 전문가 등의 제언을 들어 로컬 상생의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한다. 또한 미국 포틀랜드, 프랑스 리옹 등 해외 로컬크리에이터 선진지의 현실과 전략, 미래 비전을 조명해 지속 가능한 로컬 생태계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히로시마. 세계인들에게는 인류 최초로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으로 알려진 일본의 지방 도시다. 태평양 전쟁 시기에 군사기지로 발전해 한때 아시아 제국(諸國)들을 침략하는 발판으로써 번영했으나, 그 야망과 함께 잿더미가 됐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의 상흔을 딛고 평화롭고 온화한 분위기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장소로 탈바꿈했다.

히로시마 근교의 작은 항구 도시인 오노미치(尾道, Onomichi)는 전후 쇠락기를 거쳐 지금은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창업 허브로 발전 중이다. 일본 혼슈 섬과 시고쿠 지역을 잇는 경유지로, 수려한 자연 풍광과 문화 자산을 바탕으로한 관광 산업이 뜨고 있다. 특히 폐창고를 리모델링해 자전거 여행자들을 위한 쉼터로 거듭난 U2는 오노미치 부활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뉴스핌>은 9월초 로컬 전문가인 채지민 성신여대 지리학과 교수와 함께 일본 히로시마와 오노미치, 그리고 세토내해(瀬戸内海)에서 자전거 여행자들을 반기는 이쿠치지마(生口島) 섬 이곳 저곳을 취재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히로시마현의 소도시 오노미치에 있는 센코지 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시 전경. 앞에 있는 바다는 세토내해(瀨戶]內海)로 이 바닷길을 따라 조선통신사가 왕래했다. 2025.09.05 calebcao@newspim.com

4일 오전 히로시마 공항에 도착한 취재팀은 히로시마 시내로 이동해 히로시마 시립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언용 전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사무관을 만났다. 히로시마에서 4년째 거주 중인 이 전 사무관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문체부에서 근무했다. 이 지역에 대해 그보다 더 잘 설명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전 사무관이 소개한 히로시마는 과거엔 '군사 거점', 지금은 '평화의 도시'이다. 일본 제국에 의해 국권이 침탈당한 역사를 가진 한국에게도 히로시마는 역사적 관련성이 큰 도시이다.

[히로시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난 4일 오전 이언용 전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사무관이 히로시마 소재 호텔 로비에서 채지민 교수와 함께 히로시마와 오노미치 지역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09.04 calebcao@newspim.com

"과거 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군사기지였습니다. 만주로 출병하는 군인들이 여기서 양성됐고, 야마토 전함이라는 거대 전함을 만든 인근의 구레(吳) 조선소가 있으며, 미국 진주만을 공격한 일본 군함들도 이곳에서 건조했습니다. 한반도에서는 1894년에 청일전쟁이, 1904년에 러일전쟁이 있었죠. 일본이 승리하면서 제국주의로 가게 되는데, 그 출발점이 여기였고 모든 배들이 이곳을 거쳐 출항했습니다." 이 전 사무관의 설명이다.

도쿄에서부터 히로시마까지 철도가 놓여 졌고, 훗날 그 철도는 야마구치현(県, 일본의 행정구역)의 시모노세키까지 연결된다. 시모노세키가 조선 병탄의 거점이었으니 그 병참 기지 역할을 한 히로시마는 여러모로 한반도와 뗄 수 없는 관계다. 일제 패망의 마침표를 찍은 두 차례 원폭 투하의 첫번째 목표물이 됐으나, 히로시마에 살고 있던 조선인들도 상당수가 피해를 입었다.

[히로시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의 아치 안쪽 너머로 '원폭돔'이 보이는 모습. 2025.09.04 calebcao@newspim.com

1945년 당시 인구 10분의 1이 조선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한 사람은 2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일본측 공식 기록은 7000여명이다. 전체 사망자를 14만명으로 추산하는데, 조선인의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

이 전 사무관은 "원자폭탄을 개발한 스토리인 '오펜하이머(2023)'라는 영화가 나온 뒤 서양인 관광객들이 늘어난 것 같다"면서 "지금 세계 곳곳에서 전쟁 중이고 핵무기 이야기가 나오니 궁금해서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가 인터뷰하고 있는 이곳(폭심지로부터 약 600m 밖의 호텔) 일대는 전부 사라졌었고, 모두 새로 지은 건물들"이라며 창 밖을 바라봤다. 빌딩 숲 너머로 또 다른 건물을 세우는 크레인이 움직이고 있었다.

[히로시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안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2025.09.04 calebcao@newspim.com

현재 폭심지 인근에는 평화기념공원이 조성돼 있다. 일본 정부는 평화기념자료관을 짓고 원폭으로 인해 화상을 입거나 방사능에 피폭돼 사망한 사람들의 사진들을 전시해 놓았다.

"도시가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화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도 굉장히 많고, 정부를 향한 반골 기질도 있어요. 또 평화와 반핵(反核)에 대한 것을 어렸을 때부터 배우는 '평화학습'이라는 책을 어렸을 때부터 히로시마 중고등학생들은 공부합니다. 수학여행으로도 많이 오는 곳입니다."

[히로시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금은 풀잎만 무성한 일본군 대본영 터. 2차 세계대전 당시 육군과 해군의 군무를 총괄하던 곳이었다. 2025.09.04 calebcao@newspim.com

평화기념공원 안에는 꺼지지 않는 평화의 불이 지금도 타오르고 있다. 그 아래에는 원폭으로 희생된 사람들이 일본, 조선, 서양인 유골이 한데 어우러져 묻혀 있다.

히로시마가 나가사키와 함께 원폭 피해를 입었지만 빠르게 복구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가 원폭 피해에 대한 보상법과 복구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 편의가 제공됐고, 건물도 관련 법에 근거에 다시 지었다. 츄고쿠(中国, 일본 혼슈섬 서쪽 끝에 있는 지방) 지방의 거점 도시인 점도 한몫 했다.

이 전 사무관은 "유니클로 창업자가 히로시마현 옆의 야마구치현 출신인데, 히로시마가 이곳의 핵심 지역이라 가장 먼저 이곳에 가게를 처음 열었다. 히로시마 원도심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활기가 돌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도심이 죽어가는 문제가 있는 것과는 반대"라고 지적했다. 히로시마의 대학생들이 졸업 후 지역에 잔류하는 비율도 60%대로 높은 편이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오노미치의 중심 상점가인 '오노미치 혼도오리(本通り) 상점가' 모습.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취재팀은 5일 버스를 타고 히로시마로부터 약 80여km 거리에 있는 오노미치로 이동했다. 한적한 작은 항구도시인 오노미치는 284.88㎢의 넓이에 약 13만여명 인구가 살고있다. 헤이안 시대인 1169년부터 명나라와의 무역선이 오가던 세토내해의 기항지로 번영을 이뤘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전후 20년~30년간 중심거리가 황폐해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10년새 젊은이들이 이주해와 카페, 식당, 갤러리, 공방 등을 창업하며 활기를 보태고 있다.

오노미치는 청년들의 정착을 위해 이주지원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도시인 도쿄에서 이주해오면 올해 기준으로 1인일 경우 60만엔(한화 약 565만원), 2인 이상 가족일 경우 100만엔(약 941만원)을 지원한다. 여기에 18세 미만 자녀를 대동하면 1인당 100만엔이 추가 지급된다. 그러나 올해 지원금 지급은 이미 지난 4월 예산 상한에 도달해 중지될 정도로 인기있는 이주 희망지이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상점들이 밀집한 중심가인 '오노미치 혼도오리(本通り) 상점가'이다. 금요일 오전임에도 관광을 온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상점가를 거닐며 구경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혼도오리를 따라서 오노미치의 명물인 라멘집들과 갤러리, 공방들이 늘어서 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1923년 건립된 '오노미치 상업회의소' 건물이 지역의 역사 박물관 겸 주민들의 회의소 역할을 하고 있다.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이 거리에는 1923년에 지어진 '오노미치 상업회의소' 건물이 도시의 역사 박물관 기능을 맡고 있다. 놀라운 것은 2층에 있는 50여명을 수용하는 의사당이 개방돼 있는 것도 모자라 주민들이 한화 5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대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혼도오리 상점가와 연결된 골목길들도 저마다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소설 '방랑기'로 유명한 여류 작가 하야시 후미코(林芙美子)가 머물던 집도 골목길 안쪽에 위치해 있다. 혼도오리에서 올려다 보이는 산 중턱에도 많은 문인들이 과거 바다를 내려다보며 시와 창작 활동을 했던 공간들이 남아 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좌) 오노미치 혼도오리와 연결된 작은 골목길 (우) 오노미치 혼도오리에 있는 청년 예술가들의 '크리에이터 마켓'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상점가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크리에이터 숍도 있다. '오노미치 크리에이터 마켓'에서 만난 지역 20대의 젊은 예술가 테라사카 사야카 씨는 오노미치 시립대학에서 미술연구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가게의 주인도 테라사카 씨도 모두 오노미치 출신이 아닌 외지인으로 왔다가 정착한 사람들이다.

테라사카 씨는 오노미치에 들렀다가 이 지역의 분위기에 빠져 눌러앉았다고 한다. 다른 예술가나 청년 사업가들도 비슷한 이유로 정착했다. 청년이 살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지역 활성화의 시작이 됐다.

테라사카 씨는 "장래에 나만의 가게를 만들고 싶어서 앞으로도 오노미치에 살거 같다"며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이라고 말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센코지 전망대로 올라가는 언덕길에서 바라본 오노미치 혼도오리 쪽 거리 모습. 철도 아래로 나있는 굴다리가 통행을 이어준다.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상점가를 따라 불교 사찰인 센코지(天光寺)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길을 따라 걸으면 일본 애니메이션에 봤을 법한 풍경이 펼쳐진다. 한쪽에서는 푸른 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다른 쪽에선 철도길을 건너편으로 일본식 공동묘지와 절, 푸른 녹음이 우거진 숲이 눈에 들어온다.

센코지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탑승하면 해발 144m 높이의 센코지공원에 다다를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세토내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세토내해 바닷길을 따라서 조선통신사들이 오사카까지 갔고, 오노미치에 들러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센코지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노미치 전경.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센코지공원에는 오노미치 시립미술관을 비롯해 다양한 볼거리가 넘쳐난다. 산비탈을 따라 내려가며 구경할 수 있는 '문학의 길'과 고양이들이 몰려 사는 '고양이 골목'은 관광객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고양이 골목에는 돌에 고양이 페인팅을 입힌 후쿠이시네코(福石猫)와 고양이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골목 곳곳에서 고양이들이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온순한 고양이들이 튀어나와 자신을 쓰다듬어 달라고 접근한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오노미치 고양이 골목길에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고양이들이 곳곳에서 드러누워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고양이 골목길의 고양이 모습.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오노미치가 관광지로 각광을 받는 또 한가지 이유는 해안가에 있던 1943년에 지어진 '우와야(上屋) 2호 창고'를 리노베이션한 '오노미치 U2(2014년 3월 오픈)'다. 이름의 유래는 '우에야 2호 창고'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이다. '마을 안의 작은 마을'을 테마로 자전거 여행객들을 위한 호텔, 레스토랑, 바, 카페, 자전거 숍이 입점해 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오노미치 U2'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약 2000㎡의 창고 안은 입구부터 호텔까지 중앙으로 길게 통로가 뻗어 있다. 혼도리 상점가에서 설계 구상을 얻었다고 한다. 내부의 호텔 싸이클(CYCLE)은 자전거 여행자들 친화적으로 설계됐다. 객실에는 자전거를 걸어 놓을 수 있는 행거가 벽면에 설치돼 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오노미치 U2' 내부의 자전거 샵.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오노미치가 자전거 여행의 주요 경유지가 된 이유는 일본 최대 섬인 혼슈 섬에서 시코쿠섬을 연결하는 오노미치 다리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 다리와 도로를 따라 일본은 자전거 길을 조성해 놓았다. 이 길을 '시마나미 카이도(しまなみ海道)'라고 부른다.

길을 따라 가면 무카이시마(向島), 인노시마(因島), 이쿠치지마(生口島), 오미시마(大三島) 섬 등으로 연결된다. 7개의 섬을 거치면 시코쿠에 다다른다.

달리면서 보이는 바닷가 풍경은 일본 최초로 지정됐으며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세토내해 국립공원이다. 우리나라의 한려해상국립공원처럼 여러 섬들과 바다를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취재팀이 U2를 둘러보고 있는 중에도 사이클 복장을 한 여행객들이 내부 이곳 저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6일 오전 배를 타고 오노미치 부두에서 이쿠치지마로 떠나는 모습. 정면에 보이는 도시가 오노미치다. 2025.09.06 calebcao@newspim.com

6일 이른 아침 취재팀은 오노미치역 앞 부두에서 배를 타고 이쿠치지마 섬으로 향했다. 이쿠치지마 섬이 다리로 이어진 때는 1991년이다. 오노미치 쪽에서 세어 보면 다리로 세번째로 연결된 섬이다.

섬은 온난한 기후를 살려 감귤과 레몬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섬 곳곳의 상점가에는 특산품을 이용한 디저트나 건조과일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농사만 짓는 동네는 아니다.

[이쿠치지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6일 오전 뉴스핌 취재팀과 만나 이야기 보따리를 푼 이쿠치지마 토박이 만도코로 할머니. 2025.09.06 calebcao@newspim.com

이곳은 일본화(日本畵)의 거장인 히라야마 이쿠오(1930-2009) 화백이 태어난 곳이다. 그의 성장기와 소년시절에 그린 회화, 원숙기에 만들어낸 대표 작품까지 전시한 '히라야마 이쿠오 미술관'이 들어서서 예술팬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부두 바로 앞에 있는 '시오마치 상점가'는 쇠퇴해 가고 있었으나 시마나미 카이도를 달리는 자전거 여행객들이 SNS로 이 거리를 홍보하며 지금은 기념품 가게와 카페, 호텔이 운영되고 있다.

부모님도 자신도 섬에서 나고 자랐다는 70대 만도코로 할머니는 상점가 한복판에서 일본식 말차를 판매하고 있다. 취재진과 우연하게 만난 그는 일본어가 통하자 연신 반갑다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이쿠치지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이쿠치지마 시오마치 상점가를 지나는 자전거 여행객들. 2025.09.06 calebcao@newspim.com

할머니는 "외국인들이 많이 와. 서양인 보다는 아시아인들이 체감상 좀 더 많은 것 같네. 대만, 중국, 한국인들이 특히 많아"라며, 기자를 향해 "일본어 잘하네? 교수님은 아름다우시고"라고 칭찬을 쏟아 낸다.

그러면서 "여기는 자전거 여행 교통의 요지야. 이 앞에 코산지 절에 가봤어? 어머니를 위한 효심으로 지은 절이야. 그거 지은 이후로 여기가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고 해. 덕분에 우린 돈도 벌고 고맙지"라고 설명했다.

[이쿠치지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이쿠치지마 코산지 앞에서 자전거 여행객들이 자전거를 주차하는 모습. 2025.09.06 calebcao@newspim.com

코산지(耕三寺)는 1936년에 오사카에서 특수강관 제조회사를 운영하던 기술자이자 사업가인 코산지 코조(耕三寺 耕三, 1891-1970)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어머니께 얻은 은혜를 감사하기 위해 건립한 절이다. 절 앞에는 여행객들이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도록 주차 시설을 마련해 놓았다.

외국인들이 오면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어봤다.

할머니는 "외국어를 못하니까 서로 인사하고 싶어도 대화가 불가능한 게 불편하지"라며 "그래도 사람들이 오면 차 대접하는 일이 즐거워"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자전거 여행객들이 이쿠치지마 섬의 도로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2025.09.06 calebcao@newspim.com

수려한 자연 풍광, 맛있는 레몬과 감귤, 소도시와 작은 섬이 가지고 있는 문화 유산, 여러 인물들의 스토리, 자전거 도로라는 훌륭한 인프라, 방치됐던 폐공장의 화려한 변신이 여행객들에게 메마른 땅만 보며 달려 가는 것이 아닌 풍성한 볼거리와 경험을 선사하고 있었다.

calebcao@newspim.com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10·15 부동산대책] "2금융권 모두 묶였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이번에 발표된 10. 15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매입 자금 조달의 '마지막 통로'로 불리던 2금융권 대출길이 사실상 완전히 막혔다. 그동안 1금융권 대출 한도를 채운 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등 2금융권으로 넘어가 추가 자금을 확보하던 관행이 이번 대책 이후에는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을 목표로 수도권 및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주택 시가 기준 15억원 이하는 6억원, 15억~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일괄 제한했다. ◆ "2금융권 통한 추가 대출도 불가능"…한도·DSR·LTV 일괄 적용 이전까지는 은행권에서 한도를 채운 뒤 2금융권으로 넘어가 추가 대출을 받는 식의 '보충 레버리지'가 가능했지만 이번 대책으로 저축은행·상호금융·보험사·카드사 등 전 금융권이 동일 기준을 적용받게 됐다. 또한 규제지역 신규 지정에 따라 해당 지역의 주담대 LTV(담보인정비율)는 70%에서 40%로 하향되며 전세대출·신용대출을 이용한 주택 구입도 금지된다. 이에 따라 2금융권을 통한 '추가 대출'이나 '신용대출 보완'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번 대책에서 1·2금융권 동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LTV 기준을 적용하면서 '2금융권으로 가면 더 빌릴 수 있다'는 공식은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은행보다 DSR 허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은행권이 40%이라면, 저축은행은 50~60%였다. 하지만 금리가 조금 더 높았다. 이런 가운데 1·2금융권 동일 DSR·LTV 기준을 적용하면서 2금융권으로 갈 유인이 없어졌다. 만약 2금융권의 금리가 8%이라면 실제 대출 한도는 오히려 줄어든다. 연소득 6000만원 기준으로 은행(금리 4%)에선 약 3억5000만원까지 가능하지만 저축은행(금리 8%)에서는 2억6000만원 수준에 그친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25.10.15 hkj77@hanmail.net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1금융권이 막히면 2금융권으로 돌던 흐름까지 완전히 끊길 것"이라며 "대출 금리는 더 높은데 한도까지 줄어, 비은행권 대출의 매력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가 예민한 곳들은 지표 관리를 위해 더욱 보수적으로 대출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업자대출·우회대출 차단"…고소득자 레버리지 봉쇄 그동안 일부 고소득층은 사업자등록을 내고 2금융권 사업자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매입하는 편법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6·27 대책에서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고 사업자대출을 통한 주택자금 유용도 차단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주택구입 자금으로 유용되는 사업자대출은 동일한 심사 기준과 DSR 적용을 받는다"며 용도 외 사용 시 대출 회수 및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이전에는 2금융권 사업자대출로 10억원대까지 자금을 끌어오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제는 용도검증 강화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소득이 높아도 DSR 제한에 걸려 실수요 외 매입은 어렵다"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 2025-10-15 10:49
사진
불안이 불지핀 랠리 금값 4200달러 돌파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정학 불안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계속되면서 금 가격이 15일(현지시간) 온스당 4,200달러도 뚫고 올랐다. 국제유가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 격화와 공급 과잉 전망 여파가 계속되며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1.2% 올라 4,213.60달러를 기록했다. 금 현물은 장중 한때 사상 최고치인 4,217.95달러까지 상승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뒤 한국시간 기준 16일 오전 1시 33분 기준 1.3% 오른 온스당 4,196.76달러를 기록했다. 금괴. [사진=블룸버그통신]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0.32% 하락해 금값 매력을 더했다.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낮은 고용·낮은 해고의 침체(doldrums)' 상태에 있다"고 말하며 완화적(비둘기파적) 톤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주식시장이 흔들려도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미중 갈등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씨티인덱스와 포렉스닷컴의 시장 분석가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금은 지금 완전히 폭주하는 국면에 있으며,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최근 며칠간 미·중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이 주식의 롱 포지션(상승 베팅)을 헤지하기 위해 금으로 분산투자를 할 이유가 더욱 늘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10월 금리 인하 0.25%포인트(25bp)를 단행할 확률을 98%, 12월 추가 인하는 100%로 완전히 반영한 상태다. 시장 참가자들은 또한 미국 정부 셧다운(일시적 행정 중단) 상황에도 주목하고 있다. 셧다운으로 인해 공식 경제 지표 발표가 중단되면서, 정책 결정자들의 경제 전망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는 무역 갈등보다 공급 과잉 가능성을 경계하며 하락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물은 배럴당 61.91달러로 마감하며 전일 대비 0.48달러(0.8%)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은 0.43달러(0.7%) 내린 58.27달러로 마감했다. 두 벤치마크 모두 5월 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이틀 연속 최저가를 갱신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 산유국 연합이 예정보다 빠른 속도로 감산 중단분을 복구하기로 하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확대돼 유가는 여전히 압박을 받고 있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년 기록적인 공급 과잉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으며, 일부 대형 원유 트레이딩 회사들은 "기대보다 빨리 공급 초과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중 무역 긴장이 심화되고 OPEC+ 산유국들의 생산이 확대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UBS의 애널리스트 지오반니 스타우노보는 "유가는 여전히 무역 긴장과 투자심리(리스크 선호)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만,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일정 부분 제한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0-16 06:13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사제목
기사가 번역된 내용입니다.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