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 2개월여래 최저 수준
러시아, 우크라이나 공격 여파로 감산할 수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16일(현지시간) 금값이 사상 최초로 3,700달러를 돌파했다. 유가는 러시아와 중동 관련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1% 넘게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전날보다 0.2% 오른 온스당 3,727.50달러에 마감됐다. 금 현물은 장 초반 3,702.95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한국시간 기준 16일 오후 11시 49분 기준 전날보다 0.3% 상승한 온스당 3,690.59달러를 기록했다.
오안다 산하 마켓펄스 애널리스트 자인 바우다는 "글로벌 성장 둔화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위험이 여전히 안전자산 수요를 높이고 있지만, 금값 랠리를 이끄는 핵심 요인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 기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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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도구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9월 17일 이틀간의 연준 회의 종료 시점에 25bp(0.25%포인트) 인하를 거의 확실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50bp 인하 가능성도 일부 존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월요일 소셜미디어 게시글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더 큰"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달러 지수는 주요 통화 대비 2개월여 만의 최저치로 하락하며 금값 매력을 키웠다.
독립 금속 트레이더 타이 왕은 "금값은 7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급격한 달러 약세에 힘입어 치솟고 있다"며 "다만, 내일 예정된 연준의 중대 결정을 앞두고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 일부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잘 알려진 금은 올해 들어 약 41% 급등했다. 9월 8일에는 온스당 3,600달러 선을 처음 돌파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랠리가 지속적인 중앙은행 매입, 안전자산 선호 심화, 미 달러에 대한 글로벌 이탈 움직임, 그리고 달러의 고질적인 약세라는 강력한 요인들이 결합해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국제유가는 러시아 공급 차질 불안과 중동 리스크 속에 상승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1월물은 배럴당 1.03달러(1.5%) 오른 배럴당 68.47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은 1.22달러(1.9%) 상승한 배럴당 64.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로이터통신은 세 명의 업계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의 송유관 독점 기업인 트랜스네프트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핵심 수출 항만과 정유시설이 타격을 입으면서 생산자들이 감산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평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최근 몇 주간 러시아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왔으며, 지난주에는 러시아 주요 서부 원유 수출 터미널인 프리모르스크 운영을 방해했다.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은 "프리모르스크 같은 수출 터미널에 대한 공격은 러시아가 해외로 석유를 판매하는 능력을 제한해 수출 시장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크다"며 "더 중요한 점은 이번 공격이 국제 석유 시장을 직접적으로 교란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주며, 이는 유가에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할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8월과 9월 들어 현재까지 하루 약 30만 배럴 규모의 러시아 정유 능력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추정했다.
또 AP통신은 이스라엘이 예멘 항구 도시 호데이다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중동 분쟁이 격화되고, 전 세계 원유의 약 3분의 1을 생산하는 지역의 공급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졌다.
한편 투자자들은 9월 16~17일 예정된 연준의 금리 결정 회의도 주목하고 있다. 연준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경기 부양과 연료 수요 확대를 뒷받침할 수 있다. 다만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경제의 건전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