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저자본 PF 관행, 건설·주택업계 압박
LH 직접 시행, 품질·재정 우려부터 해소해야
정책 내용보단 실행력이 주택시장 회복 열쇠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고금리와 저자본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관행이 건설과 주택시장을 함께 옥죄는 가운데, 실행력 있는 공급 대책이 회복을 좌우할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시행사 자기자본비율 확대와 공공·민간의 역할 조정, 금리 인하가 맞물릴 경우 업계 체질 개선과 주택 공급 안정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은 '건설․노동 정책 대전환, 주택업계의 생존 전략' 강연회에서 '정부 주택정책 방향과 건설업계 대응방안'을 소개하고 있다. 2025.09.26 chulsoofriend@newspim.com |
◆ 브리지론과 보증 레버리지, 건설업계 취약성 키운다
26일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은 '건설․노동 정책 대전환, 주택업계의 생존 전략' 강연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올해 건설투자 전망 변동률은 -8.1%다. 고금리를 이유로 부진했던 건설수주를 이유로 지난해(-3.3%)에 이어 여전한 하락세를 보이겠으나, 수주 회복세가 점차 반영되며 2026년에는 2.6%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건설투자는 기존 전망을 하회했다. KDI는 PF 시장 정상화 지연, 대출 규제 강화와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여파 등을 회복 저지 요소로 꼽았다. 건설수주 개선세가 수도권과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 등 일부를 중심으로 이뤄져 불균형적인 회복 추세가 나타날 수 있다.
송 소장은 "건설투자 부진이 거시 흐름에 하방 압력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간 PF 정상화와 인허가·착공 지표 개선, 공공부문의 실행이 뒷받침될 때 내년 플러스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건설업계의 가장 큰 부담은 PF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기자본 20~40%를 기반으로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해외와 달리 한국 시행사는 자기자본 3% 내외의 저자본 구조가 일반적이다. 문제가 생기면 시공과 금융사까지 연쇄 전이가 쉽다.
브리지론 중심의 단기 조달과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의 규제 공백, 보증 중심의 레버리지 관행은 금리 상승 국면에서 취약성을 키웠다. 건설사가 시행사 지급보증으로 대규모 우발채무를 부담하는 관행도 리스크로 지목된다.
PF 위험도를 결정하는 주된 요인은 금리다. PF 구조상 금리가 1%p(포인트)만 바뀌어도 레버리지 구조 때문에 자기자본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송 소장은 "토지 매입 단계에서 브리지론이 2금융권 고금리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며 "토지를 시세 이상으로 빠르게 확보해야 하는 업계 생리 때문에 고금리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수익성 회복은 원가 안정과 정책 실행력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분양가 합리화, 자재비 안정, 공정 효율 개선이 맞물려야 순이익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정책의 경우 단순 착공·분양·입주 단계에서의 실행력과 인허가 간소화의 실질 적용, 보상 협의 지연 최소화 등 후속 조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송 소장은 "수도권 핵심지나 신규 교통망 인접지 등에선 사업성이 높아지는 반면 수요 기반이 약한 비우량 입지는 점점 약화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재무 체력이 취약한 중소 건설사·시행사를 중심으로 M&A(인수합병)와 구조조정이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공급 확대책, 실행력 없으면 효과는 '무용지물'
주택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핵심지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나 외곽과 비수도권은 약세가 뚜렷하다. 착공은 10년 평균·전년 대비 모두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수도권은 비아파트·공공부문 착공 급감이 눈에 띈다.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비수도권 비중이 크다. 금리·원가·교통·생활 인프라와 같은 기초 체력이 취약한 지역일수록 미분양 해소 속도가 느리다.
정부는 이달 초 수도권 135만 가구 등 공급계획과 LH 직접 시행, 도심 고밀·유휴지 활용, 인허가 단축과 같은 실행수단 병행 등이 담긴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업계에선 공급물량 기준을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옮기며 실질적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착공 목표가 다소 과해 실행력에 의문이 생긴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 소장은 "정비사업 완화가 가격 기대를 자극해 투기적 수요를 불러올 수 있다"며 "민간의 능동적 참여와 리스크 관리가 성공 조건이며, 착공에서 준공으로 이어지는 실행력 확보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LH 직접 시행의 경우 공급에서의 신뢰 확보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부는 LH의 직접 시행을 통해 주택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민간 PF의 부실 위험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KDI가 주택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내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LH의 직접 시행이 민간 대비 주택 품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공공기관 특유의 경쟁 부재와 원가절감 압박 탓에 '공공 품질은 낮다'는 인식이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LH 재정 악화도 또 하나의 문제다. 이미 LH는 대규모 공공주택사업·3기 신도시·공공임대 등을 추진하며 부채가 늘어난 상태인데, 직접 시행까지 업역을 확대하면 재무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소장은 "민간 건설사는 경기변동에 따라 공급 물량을 급격히 조절하곤 하지만, 공공은 비교적 안정적인 예산과 계획에 기반해 공급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다"며 "다만 공공의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민간 시장이 위축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품질·재정 부담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
자기자본비율 17%p(포인트) 증가 시 사업비 변화 [자료=KDI] |
◆ "자기 돈 더 태워야" PF 체질 개선이 살 길… 집값은 금리가 결정
전문가 사이에선 건설업계 체질 개선을 위해선 PF 제도 점검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든다. KDI 조사 결과 개발사업에서 시행사가 자기자본비율을 17%p 높이면 총사업비가 평균 7.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용은 -11.1%로 낙폭이 더 크다. 분양이 덜 돼도 버틸 여력이 커진다는 의미다.
송 소장은 "사업을 하려면 자기 돈을 더 투입하고 움직여야 책임감이 생긴다"며 "자본을 거의 투입하지 않는 시행사에게 건설사가 보증을 서주는 관행을 벗어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측면에서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입지·생활 인프라·교통 접근성을 강조하는 공급 대책 시행을 제언했다. 현재 전국에 2만7000여 가구로 집계되는 준공후 미분양의 완충장치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송 소장은 "세제 인센티브와 임대전환, 공공 매입형 주택 등으로 현금흐름을 보정해 도미노식 부실을 막고, 지역별로는 교통망·산업·교육·생활SOC(사회간접자본)를 묶은 복합 패키지로 수요 기반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을 좌우하는 궁극적인 키는 정책이 아닌 금리라는 견해도 등장했다. 예컨대 2019년 12월 매매가 15억원 초과 주택에는 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9억~15억원 주택엔 LTV(담보인정비율)을 20%만 인정하는 초강경 수요 억제책이 나왔다.
그러나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금리 인하기가 겹치면서 기준금리가 1.25%에서 0.5%까지 감소한 데 따라 2022년 1월까지 수도권·비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반면 2022년 이후 금리 인상 국면에선 상승폭 둔화와 하락이 관찰됐다.
송 소장은 "수요 규제만으로 가격을 통제하기 어렵고 금리 변동과 공급이 핵심이라는 방증"이라며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면 실제로 떨어지는 건 0.25%p지만 실제로 시장에 적용되는 영향은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