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부조리를 조명하는 여덟 편의 기묘한 이야기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20세기 미국 문학을 선도하고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이디스 워튼의 기담집 '무덤의 천사'가 출간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은 어처구니없는 소동이나 비극적 운명, 잔인한 욕망과 공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다룬다. 이디스 워튼은 공포 소설에 대해 "이성의 영역이 아닌, 우리 심연에 자리한 훨씬 원초적인 어둠을 들여다보게" 하며, "즐길 거리가 아니라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라고 이야기했다. 그의 기담은 여성의 억압된 삶 속에 도사린 두려움과 공포, 차별적 사회를 그려내며 당대의 기담들과는 다른 '인간에 대한 탐구'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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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이디스 워튼 '무덤의 천사' 표지. [사진 = 민음사] 2025.10.02 oks34@newspim.com |
표제작인 '무덤의 천사'는 위대한 학자인 할아버지의 업적을 편찬하는데 인생 전부를 헌신적으로 바친 손녀의 삶을 추적한다. 할아버지의 명성이 서서히 잊히는 것을 본 손녀는 자신이 그저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는 삶'만을 살았는지 자문하다가, 할아버지의 삶을 취재하려는 한 방문객과 마주한다. 워튼의 대표적인 공포 소설 '미스 메리 파스크'도 함께 수록되었다. 한 부인의 부탁으로 '죽은 자들의 만'에 위치한 부인의 언니 집에 방문하는 남성의 여정을 다뤘으며, 거듭되는 충격적인 반전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밖에도 '벨벳 귀마개'와 '밤의 승리'등도 수록돼 있다.
'보스턴 리뷰'지는 '가부장적인 사회 구조와 고립된 여성의 고통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자 현실과 초자연을 통합하는 서사'라고 평가했다. 김지혜, 정윤희 옮김. 320쪽. 값 17,000원.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