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벨기에 등 책임 소재·법적 문제 들어 "신중해야"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이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거액의 군사력 확충 자금을 대출하는 방안을 놓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랑스와 벨기에 등이 책임 소재와 법적 문제 등을 지적하며 찬성표를 던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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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로이터 =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왼쪽부터)가 1일(현지 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크리스티안스보르 궁전에서 열린 유럽연합(EU) 비공식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2025.10.1. ihjang67@newspim.com |
유럽연합(EU)은 1일(현지 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비공식 정상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배상금 대출'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구상은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1400억 유로(약 230조원) 규모의 대출금을 무이자로 제공하자는 것이다. 대출금은 나중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쟁 배상금을 지불할 때 갚도록 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이 제안은 짧게 논의되는데 그쳤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여러 EU 회원국 정상들이 "원칙적으로는 수용할 의사가 있지만 법적·재정적 파급 효과에 대한 EU 집행위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러시아 동결 자산 대부분이 묶여 있는 덴마크의 경우 러시아 자산을 갖다 쓸 경우 그에 따른 여러 법적 책임 등을 EU 회원국 모두가 나눠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는 "이번 구상이 실현될 경우 그에 따른 위험을 (EU 회원국 모두가) 나눠져야 하며 러시아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를 대비한 법적 보호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뤽 프리덴 룩셈부르크 총리도 "다른 국가의 자산을 이런 식으로 단순히 빼앗을 수는 없다"며 "러시아가 상환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회의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음에 따라 EU 집행위가 3주 후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다음 EU 정상회의에서 이 구상을 공식적인 법적 제안으로 상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이 사안을 보고 받은 EU 관리 3명이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제안을 훨씬 더 구체화해야 한다"며 "위험이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우리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위험이라는 점은 매우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 EU 관계자는 "집행위는 접근법의 핵심 요소를 제시했고, 피드백은 건설적이었지만 벨기에는 여러 법적·기술적 우려를 제기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들은 이 문제에 대해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동결 자산은 전 세계적으로 274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중 2100억 유로 정도가 EU 역내에 묶여 있으며, 특히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국제예탁결제기구 유로클리어에 1830억~1940억 유로가 동결돼 있다.
동결 자산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지급준비금으로 보관한 단기 국채였는데 만기 도래로 현금화된 규모가 1400억 유로에 달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등은 이 1400억 유로를 우크라이나에 대출금 형식으로 제공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EU 정상들은 오는 2일에도 코펜하겐에서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를 열고 러시아 드론 방어와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EU+알파(α) 정상회의'로 불리는 EPC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인 지난 2022년 10월 범유럽 차원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약 40개국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