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집값 폭등세가 이어지자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애초 갭투자(전세끼고 주택매입) 거래가 많았던 마포, 성동, 강동구 등 일부 지역의 핀셋 규제가 예상됐던 것과 비교하면 체감 강도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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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건설중기부장 |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것은 지난 2018년 8월 27일 이후 약 7년 만이다. 부동산 시장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2022년 말 해제했던 것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만큼 정부와 여당이 최근 나타난 집값 신고가(新高價) 열풍의 심각성을 깊이 느꼈다는 방증이다. '문재인 시즌2'라는 비아냥까지 흘러나오자 정치적으로도 부담으로 컸을 것이다.
규제도 중요하지만 눈에 띄게 늘어난 '집값 띄우기' 불법거래를 뿌리 뽑을 수 있는지가 집값 안정화의 핵심 ′키′다. 집값 폭등을 복잡한 수급 논쟁이나 거시경제 변수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눈앞에 성행하는 가격 띄우기라는 불법거래 행위부터 엄하게 다스려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시세를 조장하는 불법거래가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서울에서만 의심 거래가 2023년에 135건, 지난해에는 167건이 발견됐다. 진행방식이 어렵지 않고 적발되더라도 처벌 부담이 크지 않다. 주택법상 담합, 불법거래 등 시세 조종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을 내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대부분이다. 이런 거래는 부동산 시장에 투자수요가 몰리고 집값이 우상향할 때 벌어진다. 반대의 경우에는 소위 약발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매도인이나 특정 이해관계자가 실제로 거래 의사는 없으면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계약을 신고한 뒤, 상당 기간이 지난 후 슬그머니 계약을 해제하는 방식이 가장 쉽게 이뤄지는 불법거래다. 소수의 시장 참여자 벌이기도 하고 법인의 특수관계인 간 자전거래, 중개사의 개입 등 조직적인 형태로 움직인다.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 계약일과 잔금일 사이의 최대 기간을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수법이다. 전적으로 당사자 간의 계약 자유 원칙에 따라 정해지니 불법성 여부를 가리기도 만만찮다.
문제는 한 단지의 '신고가' 기록이 실거래가 시스템에 노출되면, 이는 주변 단지 시세를 끌어 올리는 강력한 기준점이 된다는 점이다. 실수요자들에게 "지금 안 사면 평생 기회가 없다"는 소위 공포(FOMO) 현상이 확산하는 치명적인 무기로 사용된다. 이후 허위 계약이 해제되더라도, 한번 오른 시세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최근 시세에 대한 정보가 부동산 관련 '앱'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면서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 실거래가 신고를 하기 전에도 이미 신고가 거래인지, 상승 폭이 얼마인지 등이 단지 주민에게 공유된다. 당연히 집주인들은 기존 거래가보다 높은 금액을 받기를 희망하며 경쟁적으로 호가를 높인다. 대기 매수자는 불법거래인지 정상거래인지 파악도 하기 전에 시세가 더 오르지 않을까 걱정하며 덜컥 매수시장에 동참한다.
정책의 정교함 이전에 시장질서의 회복이 우선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려면, 불법거래에 무관용 원칙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당국 등 관련 기관 간의 공조 체계를 강화하고, AI 기반의 실거래가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이상 거래를 조기에 식별해야 한다. 불법 행위자에 대해서는 실거래가 조작에 따른 부당 이익 환수와 함께, 중개인 및 법무인력에 대한 처벌까지 이어지는 전방위적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는 듯하다. 이번 대책에서 집값 부풀리기를 바로잡겠다는 내용을 상당부분 할애했다. 부동산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법·투기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정부 기관별 대응체계를 고도화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다만 암세포처럼 번지는 불법거래를 근절하기 위해선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책이 조속히 작동돼야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 집값 안정화의 선결 과제이기 때문이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