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공급망, 무역전쟁 무기화 가능 수준
산학연 합심, 전고체 배터리 분야 미래 준비
전해질, 계면, BDA 등 연구성과 줄이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은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글로벌 2위 자동차 시장인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의 자국 시장 진입을 봉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사실상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
SNE 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글로벌 자동차용 배터리 1위 기업은 중국의 CATL(닝더스다이, 寧德時代)로 점유율 36.6%를 기록했다. 2위는 점유율 17.9%의 BYD(비야디, 比亞迪)였다. 4위는 CALB(중촹신항, 中創新航)로 점유율 4.8% 였고, 고션(가오쉬안, 國軒)이 3.7%로 7위였다. 글로벌 10위권 기업 중 6곳 업체가 중국 기업이다. 나머지 3곳은 한국이고, 1곳은 일본 업체다. 중국업체 6곳의 점유율 합계는 68.2%다.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서의 중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역시 상당한 수준이다. 중국 제외 시장에서의 점유율 1위는 CATL로 28.5%였고, BYD가 7.6%로 5위였다.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 합계는 42.1%였다.
2차전지 완제품에서 중국 업체들이 뚜렷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데 더해 중국은 2차전지 공급망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희토류 카드에 이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로 리튬 이온 배터리를 꼽았다.
WSJ은 배터리가 중국 이외 국가에서 만들어지더라도 내부를 보면 중국 원부자재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정보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 양극재의 79%, 음극재의 92%가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정제된 리튬의 63%, 정제된 코발트의 80%, 정제된 흑연의 98%도 중국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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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용 배터리 글로벌 점유율 현황 |
◆'꿈의 배터리' 각광받는 전고체 배터리
중국은 차세대 배터리로 각광받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이어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도 중국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로 되어 있는 전해액을 고체 형태로 만든 배터리를 뜻한다.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게 되면 여러 가지 획기적인 강점들이 발생한다.
우선 안전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가연성 유기용매로 이루어진 액체 전해액이 없어지면서 누액, 발화, 폭발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내부 단락이 발생해도 화재 확산이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에너지 밀도가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아진다. 액체 전해질은 리튬 금속과 반응해 불안정하지만 고체 전해질은 그 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 때문에 고용량, 고전압 소재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하면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500km에서 1000km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전고체 배터리는 고온 및 저온 환경에서 화학적 안정성이 높아진다. 혹한 지역에서도 충전 성능과 시동 성능이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배터리 수명도 늘어난다. 이론적으로 충방전 2000회 이상, 즉 10년 이상으로 배터리 수명이 늘어난다.
때문에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배터리 업체들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중국의 배터리 1위 업체인 CATL은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된 로드맵을 올해 초 공개한 바 있다. CATL은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생산한 후 2030년에 양산하겠다는 방침이다. 2위 업체인 BYD 역시 동일한 개발 일정을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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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고체 배터리 샘플 이미지 [신화사=뉴스핌 특약] |
◆3대 난제에 상용화까지 5년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의 화재 위험을 사실상 없앨 수 있으며 주행거리를 대폭 연장시키는 획기적인 제품이다. 시장에서는 전고체 배터리를 '꿈의 배터리'로 칭하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강점이 명확한 전고체 배터리이지만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기술적 난제들이 많다. 가장 큰 난제로는 ▲전해질 혁신 ▲계면 안정화 ▲제조 공정 개선 등 세 가지가 꼽힌다.
이온 전도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기계적 강도와 화학 안정성을 확보한 전해질을 개발해내기란 쉽지 않다. 고체인 만큼 잘 부서지거나, 황화수소 가스가 발생하는 등의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또한 고체 전해질은 제조 비용이 높다는 것도 단점이다.
안정적인 계면을 제조해 내는 것도 어려운 작업이다. 계면은 고체 전해질과 양극재 및 음극재 사이의 경계면을 뜻한다. 이들이 모두 고체인 만큼 경계면에서 물리적 화학적 불안정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계면에 미세한 빈틈이 발생하면 충전 시 전류가 불균일하게 흐르고 출력 성능과 수명이 감소한다. 이로 인해 단락이나 열폭주의 위험이 있다. 빈틈 없는 밀착을 이뤄낼 수 있는 소재나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제조 난이도 역시 극복 과제로 꼽힌다. 고체는 유연하지 않기 때문에 셀을 제작할 때 각 소재 간의 밀착을 확보하기가 어려우며, 고온 고압의 대량생산 설비가 필요하다. 해당 제조 공정은 기존의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 라인과 호환성이 낮다. 배터리 공장 설비 교체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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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공장 모습 [신화사=뉴스핌 특약] |
◆대학교와 연구소가 원천기술 속속 개발
주목할 점은 최근 들어 중국에서 전고체 배터리의 난점을 해결하는 기술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기술은 원천 기술에 해당하며 기업이 아닌 국영 연구소와 대학에서 성과가 창출되고 있다. 중국 내에서 산학연 공조가 긴밀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지난 9월 중국 칭화(淸華)대학 화학공학과의 연구팀은 '음이온이 풍부한 용매화 구조 설계'를 개발해 냈으며, 이를 기반으로 불소 함유 폴리에터 전해질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해당 연구 성과는 논문 형식으로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에 등재됐다.
폴리에터 전해질은 고체이며, 연구팀은 해당 전해질을 사용하여 전고체 배터리를 제작했다. 제작된 전고체 배터리는 604Wh/kg의 에너지 밀도를 기록했다. 이는 현재 리튬 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150~320Wh/kg인 점을 감안하면 에너지 밀도가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해당 전고체 배터리는 안전성 테스트도 통과했다. 못을 박아도 화재와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다. 또한 120도의 높은 온도의 박스 안에 6시간 동안 방치되었지만, 연소나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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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샘플 [신화사=뉴스핌 특약] |
◆계면층에 이어 AI 시뮬레이션 설계까지
이어 또 다른 칭화대학교 연구진은 가소성(plasticity)이 풍부한 무기 SEI(고체 전해질 계면층)를 개발해 냈다. 해당 연구 결과 역시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에 등재됐다.
칭화대 연구진이 개발한 가소성 SEI는 기계적 성능, 리튬 이온 전달 능력이 뛰어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가소성 무기 SEI는 변형이 잘 되면서도 구조가 무너지지 않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를 배터리 전해질 계면층으로 사용하면 고전류 밀도와 저온 환경에서도 충전과 방전 안전성이 크게 향상된다. 특히 –20℃ 이하의 환경에서도 충·방전이 가능해지며, 고속 충전을 충분히 지탱해 낼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 공정상의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설계 자동화 프로그램도 만들어졌다. 11월 베이징대학교는 이건(屹艮)과기와 공동으로 AI 기반 차세대 리튬 이온 배터리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BDA)를 개발해 냈으며, 개발 성과를 논문 형식으로 중국 내 권위 있는 학술지인 '국가 과학 진전'에 게재했다. 해당 소프트웨어는 AI와 다중 스케일 물리 시뮬레이션을 결합해낸 세계 최초의 설계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국이긴 하지만 시행착오 중심의 개발 방식에 머물러 있으며, 연구개발 효율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됐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BDA를 활용하면 차세대 기술의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소프트웨어가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ys174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