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까지 428억달러…전년 대비 50%↑
정부 PIS 펀드·KIND 투자 성과 뒷받침
"저가 경쟁 심화…G2G 협력·전문인력 확충 필요"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올해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정부가 제시한 연간 500억달러(약 73조원)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 지역의 원전 프로젝트 수주가 실적을 크게 끌어올린 가운데, 발전·에너지 전환 사업에서도 대형 계약이 이어지고 있어 연말까지 추가 증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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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10월 한국 건설사 지역별 해외 사업 수주 비중(%) [그래픽=AI 제작] |
◆ 유럽 원전·산업설비가 실적 견인…삼성물산·현대건설 두각
1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올해 10월까지 해외에서 따낸 공사 수주는 428억858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85억2590만달러) 대비 약 50.3% 증가했다.
중동은 110억9280만달러로 27%, 중남미(6억4470만달러)는 32%만큼 각각 줄었다. 유럽은 198억1930만달러로 전년 동기(31억2980만달러) 대비 6배 이상 뛰면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최근 5년 평균 연간 수주액인 334억달러의 절반을 넘는 '대어' 사업인 187억달러 규모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종별로는 산업설비 분야가 340억7920만달러(79.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년 동기(203억7647만달러) 대비 167.3% 증가했다. 이어 ▲건축 52억8517만달러(12.3%) ▲토목 13억1703만7000달러(3.1%) ▲전기 11억3441만9000달러(2.6%) 순이다.
헤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유럽 원전 사업, 중동 발전·메탄올 플랜트, 아시아인산 플랜트 등 다수의 산업설비 공사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며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커지면서 세계적으로 발전·원전 투자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삼성E&A가 대표적으로 올해 수주 확대를 주도한 회사다. 삼성물산은 지난달까지 62억9080만달러 규모의 해외 수주를 확보했다. 호주 나와레 BESS(배터리 적용 에너지저장장치) 프로젝트, UAE(아랍에미리트) 알다프라 가스복합발전소, 카타르 두칸 태양광발전소 등에서 사업권을 따냈다.
현대건설은 글로벌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홀텍(Holtec), 페르미아메리카(Fermi America)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대형 원전 및 SMR(소형모듈원전) EPC(설계·조달·시공)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삼성E&A는 사우디아라비아 가스 처리 시설과 미국·아시아 플랜트 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달 미국 와바시 저탄소 암모니아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미국 내 친환경 건설사업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의 불가리아 원전, 미국 팰리세이즈 SMR 등에서의 가시적 성과가 기대되는 가운데 원전 밸류체인의 실질적 성과가 기업 가치 상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삼성E&A의 경우 미국 시장 재진출 측면에서는 시공을 제외한 EPC 업무 영역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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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건설사 연도별 1~10월 해외 수주 추이 [그래픽=AI 제작] |
◆ 정부 지원 확대에도 내년 실적은 '불투명'…경쟁력 확보가 관건
올해 연간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은 500억달러로, 지난해 목표치인 400억달러보다 100억달러 많다. 최종 성적표가 나오기까지 약 2달이 남은 가운데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금융지원 확대와 대형 원전·발전 프로젝트 발주가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목표 달성엔 무리가 없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글로벌 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PIS) 2단계 펀드 조성을 마무리하고 해외 투자개발사업 지원에 착수했다.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펀드 가운데 5100억원은 베트남·튀르키예·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신용등급 BBB- 이상 국가의 교통·도시개발 프로젝트에 우선 투자할 예정이다.
해외 인프라 투자개발 전담기관인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은 올 상반기까지 17개국 41건의 사업에 총 1조6000억원을 간접투자하며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EPC 수주 효과를 창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체코 원전이라는 단일 대형 프로젝트에 지나치게 실적이 집중돼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해외건설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7년 세계 4대 건설 강국 목표를 달성을 위해선 또 다른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스페인·튀르키예 기업을 중심으로 한 저가 수주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사우디 네옴시티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인도네시아 신수도 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 국가 간 경쟁 강도가 더욱 높아지는 실정이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지속적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해 기술 경쟁력과 신인도 확보는 필수"라며 "G2G 협력 확대, 원팀 코리아 구성, 공공·민간의 통합적 해외사업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인력 투자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최근 전체 수주액 중 EPC와 기본설계(FEED) 비중이 과거에 비해 크게 확대되며 수익성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에도, 국내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할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분의 대형 건설업체는 진출 대상 국가에 엔지니어링 전담 센터와 법인을 설립하곤 한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내국인 인력 부족은 핵심 업무 수행 시 외국 인력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지금까지 꾸준히 인력 양성에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큰 성과가 없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기존 인력양성 정책의 한계를 재검토하고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