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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팍'이 픽한 한국작가 정희민,세계적 거장 호안 미로와 나란히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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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데우스로팍 서울,정희민·미로 개인전 동시개최
11월21일~2026년 2월7일, 1,2층서 각각 열려
정희민 '번민의 정원', 호안 미로 '조각의 언어'전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38살의 한국의 미술가 정희민(Heemin Chung)이 세계적 거장 호안 미로(Joan Miró, 1893~1983)와 나란히 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어빙 펜이 1948년 스페인 타리고나에서 촬영한 호안 미로의 사진. 자신의 조각작품을 안고 있는 미로는 당시 55세였다. [이미지 제공=타데우스 로팍] 2025.11.19 art29@newspim.com

오스트리아 기반의 다국적 화랑 타데우스로팍은 서울 지점에서 전속작가인 정희민과 세계적 거장 호안 미로의 개인전을 지난 11월 21일 동시에 개막했다. 타데우스로팍 서울 1층에서는 정희민의 개인전을, 2층에서는 호안 미로의 개인전을 2026년 2월 7일까지 연다. 

두 작가는 서로 특별한 연관성은 없고, 전시도 층을 달리해 개별적으로 열리는 것이긴 하나 세계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스페인의 거장과 한국의 유망작가가 나란히 전시회를 갖는 것은 색다르면서도 의미있는 일이다. 호안 미로의 개인전은 '조각의 언어'라는 타이틀로 열린다. 미로의 전시는 세종문화회관(2016)과 마이아트뮤지엄(2022)에서 열린 회고전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조각의 언어'는 지난 1990년대 이후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미로의 청동조각을 중심으로 그의 생애 마지막 시기 작품을 집중조명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호안 미로 'Gymnaste', 1977. Bronze. 102x92x86cm.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SAC Seoul 2025. 2025.11.24 art29@newspim.com

타데우스 로팍의 시니어디렉터인 라티시아 카투아르는 "호안 미로와 정희민 작가는 연결점이 있다. 미로는 마요르카섬의 스튜디오 주변에서 수집한 일상적인 재료들(옷걸이,나무,빵조각 등) 등 발견된 오브제를 확장해 조각작업을 했다. 정희민 작가는 디지털 세계에서 발견되는 이미지, 도상들을 자신의 조각, 회화 등 작업세계로 호출을 한다는 점에서 교차지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작가는 무의식을 통해 보이지않는 세계를 조형언어로 드러내고자 했다. 형태 이전의 감정을 다루는 호안 미로의 태도는 한국 선비들의 사유방식과 맞닿아 있어 흥미로왔다"고 덧붙였다.

미로는 자연스러운 사고과정을 조합(assemblage: 아상블라주)으로 발전시키고, 꿈의 세계에 형태를 부여하면서 자유로움과 직관을 작품에 담아내는데 있어 혁신적인 개척자였다. 그의 아상블라주 조각작업은 매우 독창적이고 시적인 방식으로 구현됐다. '초현실주의 선언'을 쓴 브르통은 미로의 조각들을 '물리학의 시'라고 표현했다.

호안 미로 또한 "나는 정말로 환상적이며 살아있는 괴상한 것들의 세계를 조각 속에서 창조할 것이다"라고 읊조렸다. 이렇듯 초현실주의적 아상블라주에 뿌리를 두고 있는 미로의 조각은 작가의 예술세계 속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13점의 조각은 후기 아상블라주 조각으로 작가 특유의 끊임없는 실험정신이 응결된 결정체다.

흥미로운 것은 일상에서 발견한 사물을 활용해 특유의 조형언어로 변모시켰다는 점이다. 그의 손끝에서 사물들은 상상력과 시적 감각을 입고 새롭게 결합돼 하나의 독창적인 '조각적 별자리'로 재탄생했다. 예술평론가이자 시인인 자크 뒤팽은 후기 조각들은 미로 특유의 독창적인 조각적 상상력이 가장 순도높게 드러나 있다"고 평했다.

마요르카 작업실에서 완성한 일련의 작품들은 스페인 민속예술과 공예품, 해안식물과 광물까지 작가가 발레아레스 제도에서 수집한 요소들이 흥미롭게 담겨 있다. 또 가족농장이 있던 카탈루냐 몬트로익 주변서 채집한 들풀과 꽃, 돌의 형상도 반영됐다. 또 박제 앵무새 등 '발견된 오브제'에서도 영감을 얻어 이를 독창적으로 표현했다.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에 위치한 매그 재단에 조성된 '미로의 미로(Labyrinth Miró)'1964, 1968, 1973)는 미로 조각의 정점으로 꼽힌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호안 미로 'Figure', 1976. Bronze. 205x62x38cm.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SAC Seou 2025. 2025.11.24 art29@newspim.com

한편 이번 전시에는 미로의 초기 과슈회화와 20세기 영향력있는 사진가인 어빙 펜(1917–2009)이 스페인 타라고나에서 1948년 촬영한 초상사진 두 점이 함께 내걸렸다. 미로와 그의 조각 사이의 상호적 관계를 예리하게 포착한 어빙 펜의 사진은 예술가의 존재와 조형세계가 어떻게 긴밀히 맞닿아 있는지 잘 드러낸다.

사진에 담긴 작은 청동 조각들은 1940년대 미로의 손끝에서 직접 빚어진, 원초적 볼륨감을 지닌 작품들로 그의 창의성과 인간적 따뜻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조부의 전시를 위해 내한한 미로의 손자 호안 푼옛 미로는 "할아버지는 내게 말했다. 산에서 버섯을 찾듯 일부러 사물을 찾는 건 아니야. 어느 순간 갑자기 '쾅!'하고 마치 자석에 끌리듯 자연스럽게 눈이 멈춰. 그게 중요하다고 했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수집한 오브제들을 작업실 바닥에 흩어놓고, 조합해 '시적 충격'을 불러일으키는 형태로 배열한 뒤 이를 청동으로 주조해 시간의 흔적 속에서도 변치 않는 조각으로 완성했다는 것이다. '꿈의 자동기술'을 바탕으로 가장 단순하고 소박한 소재에서 고도의 시적 조형을 이끌어낸 셈이다. 

[서울=뉴스핌] 할아버지인 호안 미로의 한국 전시를 위해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을 찾은 손자 호안 푼옛 미로. 그는 "조부는 오늘날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천재이자, 카탈루냐인 특유의 해학과 재치를 작품에 절묘하게 녹여낸 작가"라고 소개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11.25 art29@newspim.com

한 작품에서는 옷걸이와 대나무, 플라스틱 파편이 곧 공연을 펼칠 듯한 생동감 넘치는 체조선수로 탈바꿈되고, 또 다른 작품에서는 야자나무 그루터기 위에 놓인 합성고무와 뒤틀린 병 조각들 사이로 토템적 포옹을 나누는 한 쌍의 인물이 된다. 각 오브제에 잠재된  '영적 에너지'를 이끌어내어, 겉보기에 무관해 보이는 사물들을 어린아이같은 장난기, 카탈루냐 특유의 해학을 버무려 그만의 시적 감성이 깃든 조각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갤러리 야외 중정에는 높이 3m에 달하는 작품 '여인과 새'(1982)가 자리잡았다. 원시적인 형태와 과장된 성징을 지닌 이 조각은 구석기시대 여신상을 연상시키며, 그 위를 장식한 초승달 모양의 새는 미로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지상과 천상세계 간의 강력한 연결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는 공간연출가인 양태오 디자이너가 갤러리 공간을 조선시대 미학과 문인정신이 반영되도록 유려하면서도 섬세하게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즉 한옥의 차경(借景) 개념을 반영한 한지구조물의 열린 틈을 통해 미로의 시적인 조각 작품들을 하나 둘씩 교차 감상하도록 했다. 이로써 카탈루냐 예술가의 애니미즘적 감수성과 한국적 미감이 부드럽게 어우러지고 있다.

◆호안 미로는 어떤 작가?= 1893년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나 1983년 스페인 동남부의 섬 마요르카 팔마에서 생을 마감했다. 미술학교 재학시절 '촉각 드로잉'실험에 영향받아 조각에 빠져들었다. 첫 개인전은 1918년 바르셀로나의 달마우화랑서 가졌는데 당시 작품은 야수파와 폴 세잔, 입체파의 영향이 드러난다. 1920년 파리서 파블로 피카소와 만나 인연을 맺었고, 전위시인들과 친교를 쌓았다. 1924년 시인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에 서명했고, 이후 '꿈의 회화' 연작을 시작했다.

한 사조에 머무르길 거부했던 미로는 1927년에는 스스로 "회화를 살해하겠다"고 선언하며 1930년대 내내 조각적 오브제와 콜라주, 종이작업을 실험했다. 1937년 파리국제박람회 스페인관에 벽화를 제작했고, 1940~1941년에 제작한 '별자리' 연작은 '20세기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첫 회고전은 1941년 뉴욕 MoMA에서 열렸다. 1958년에는 도자기 벽화 '태양의 벽'과 '달의 벽'을 파리 유네스코본부에 설치해 구겐하임 국제상을 수상했다. 1970년에는 뉴욕과 파리에서 조각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를 가졌고, 1971년 미니애폴리스 워커아트센터를 필두로 미국 순회전을 개최했다. 미로의 조각 작품은 뉴욕 MoMA, 달라스 내셔조각센터, 워싱턴 D.C. 허시혼미술관, 런던 테이트모던, 파리 퐁피두센터, 취리히 쿤스트하우스 등에 소장돼 있다.

◆회화이면서도 부조같은 정희민의 작품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정희민(b.1987)의 개인전 '번민의 정원'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타데우스 로팍 런던서 열린 개인전 '움브라(UMBRA)'에 이어 로팍에서의 두번째 개인전으로, 신작 회화와 청동조각이 출품됐다. 정희민은 기술이 우리의 지각과 감각을 매개하는 동시대 환경 속에서 가상과 물질이 교차하는 감각적 경험을 탐구한다. 비물질적인 이미지를 손끝의 감각으로 더듬어나가는 그는 가상세계를 통해 감응하는 일련의 풍경들을 회화적이면서도 조각같은 언어로 재구성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정희민 '두 입이 속삭여 4',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겔 미디움, UV 프린트 73x61cm,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Paris, Salzburg, Milan, Seoul ©정희민, 사진=전병철 .2025.11.24 art29@newspim.com

정희민의 회화는 바다의 파도, 조개껍질, 돌, 꽃, 나무껍질 등 자연서 유래한 이미지로부터 출발한다.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작가는 3D모델링을 통해 변형시킨 뒤 캔버스 혹은 투명한 겔 미디움 시트 위로 옮긴다. 작가는 8년 전부터 아크릴 안료의 보조제로 사용되는 겔 미디움을 조각적 재료로 확장해 자신만의 고유한 다층적 부조로 구현해왔다. 겔이 마르기 전 상태의 점성과 유동성을 이용해 표면 위에 주름과 층을 형성시키며, 이 과정에서 회화의 표면은 부피감을 지닌 물질적 장이자 릴리프로 전환된다. 

작가는 일련의 이 작업을 '풍경화'로 여긴다. 수공의 물질과 디지털 데이터의 층이 축적된, 하지만 완전히 융합되진 않은채 공존하는 표면은 유기적이면서도 인공적인 감각을 드러낸다. 정희민 작품의 마티에르는 합성플라스틱이나 데이터의 표면, 나아가 지질학적 단면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물질적 기원에서 분리된채 가상공간 속에서 편평하게 소비되는 이미지들에 다시금 물질적 자율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미술평론가 문혜진은 이같은 작업을 가리켜 "텍스처가 다른 회화 이미지와 겔 미디움이 조각조각 기워져 있는 불완전한 환영의 그림 평면은 가상과 실제가 분리 불가능하게 뒤섞인 혼합현실과 다름없다"고 평했다. 

전시 제목인 '번민의 정원'은 모니터를 통해 인식되는 디지털시대의 불안과 내적 동요를 은유하고 있다. 정희민에게 '가상공간'은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인공 생태계이자, 이미지들이 살아 움직이며 복제되고 변주되는 '시뮬라크라의 정원'과 같다.

작가는 "나는 인공과 자연을 분리된 세계로 보지않는다. 우리가 '자연'이라 부르는 것도 결국 인공세계 안에서 작동하는 또 하나의 자연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뒤틀린 나뭇가지 또는 DNA 나선구조를 연상시키는 두 점의 청동 조각 '접히고 당겨져 1'(2025)와 '접히고 당겨져 2'(2025)는 작가의 회화에 드리워진 형태를 반영하듯 디지털 왜곡의 과정을 통해 구현된다. 이는 자연계와 디지털 시스템 모두를 지배하는 질서와 무질서의 긴장, 증식·변이·엔트로피의 운동성을 시각화한 것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타데우스로팍 서울의 1층 전시장 바닥에서 천정까지 꽉 들어찬 정희민 조각 '접히고 당겨져', 2025. 브론즈. 323x94x145cm,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Paris, Salzburg, Milan, Seoul ©정희민, 사진=전병철.2025.11.24 art29@newspim.com

정희민의 작업은 동시대 기술환경에 대한 탐구이자, 19세기 낭만주의의 '숭고' 개념에 대한 재해석이기도 하다. 영국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가 정의한 숭고는 인간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함이 주는 두려움과 경외의 감정으로, 낭만주의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이끈 핵심 개념이다. 정희민은 터너(J. M. W. Turner)의 회화처럼, 인간이 압도적인 자연의 힘 앞에서 느끼는 감정의 깊이를 오늘날의 디지털 풍경 속에서 호출하고 있다. 무한히 확장되고 통제불가능한 가상의 세계를 마주하는 경험을 신체적 감각과 정동의 언어로 번역함으로써, 디지털 시대의 숭고를 독자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

결국 '번민의 정원'은 자연과 인공, 질서와 혼돈의 경계가 서로를 전제하며 공존하는 풍경이 모인 장이다. 작가는 이질적인 세계와 감각들을 하나의 화면 안으로 견인해옴으로써 그 안에서 혼돈과 질서, 성장과 소멸, 통제와 유동성이 공존하는 동시대적 풍경을 펼쳐보이고 있다.

◆정희민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를 졸업했다. 두산아트센터(2023), 신도문화공간(2022), 뮤지엄헤드(2021),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2016)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국내외 유수의 기관에서 개최된 단체전에 참여했고, 2022부산비엔날레에 출품했다. 2022년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두산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정희민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금호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올해 초 패션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한남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사운드 아티스트 조율과 함께 설치프로젝트 '다른 곳, 레마, 열린 몸통'을 선보였다. '인공적 정원'의 개념을 탐구한 이 작품은 소리, 영상, 조각이 결합되고, 구리 및 청동의 유기적 형상들이 흘러내리며 만들어내는 감각적 밀림을 구현한 독특한 설치미술이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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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금리차 축소에도 '엔저' 왜?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음에도 엔화 약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미일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환율 흐름이다. 그러나 올해 외환시장은 이 공식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했고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지만, 엔화는 여전히 1달러=155엔 부근에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엔화의 코넌드럼(수수께끼)'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문제는 '금리'가 아니라 '경제 구조' 상황이 이러하자 시장의 시선은 금리에서 일본 경제의 구조적 요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일본은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재무성에 따르면 올해 1~10월 경상수지는 27조6000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29조3000억엔)에 이어 사상 최대가 유력하다. 이 가운데 약 5조엔이 일본 국내로 환류되며 엔화 매수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보면 엔화에 불리한 흐름이 뚜렷하다. 무역수지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10월까지 1조5000억엔 적자다. 원유·자원 수입 대금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구조 자체가 엔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더 심각한 것은 서비스수지다. 일본은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 만성적인 적자를 안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디지털 수지는 5조6000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방일 관광객 증가로 여행수지가 5조4000억엔 흑자를 내며 간신히 이를 상쇄하고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불안정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디지털 적자가 2035년에는 18조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2024년 기준 원유 수입액(약 10조엔)을 훌쩍 넘는 규모다. 클라우드, 동영상 스트리밍, 생성형 AI 등 핵심 디지털 서비스가 해외 기업에 장악된 상황에서, 여행수지 흑자로 이를 계속 메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교토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의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교토 시내의 공원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NISA와 재정 확장이 초래한 엔화 매도 일본 정부가 추진한 신(新)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 역시 의도치 않은 엔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제도 개편 이후 해외 투자신탁 매수에 따른 자금 유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UFJ모간스탠리증권에 따르면 신 NISA 도입 이후 해외 펀드 투자로 월평균 약 6900억엔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약 8조엔 규모의 엔화 매도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NISA 계좌 수가 현재 2700만개에서 4000만개 수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5~10년 동안 매년 10조엔 안팎의 엔화 매도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재정 정책에 대한 불안도 겹친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내세운 대규모 재정 지출이 성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지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 남아 있다. 일본 국채의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최근 약 2년 만의 고점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로 편성된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추가경정예산 역시 '재정 팽창'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한다. 외국계 금융권에서는 "재정 지출이 성장으로 연결되더라도 1~2년의 시차가 불가피하며, 그동안은 엔화 약세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엔저 지속,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파급 효과가 적지 않다. 가장 직접적인 채널은 엔/원 환율이다. 엔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유지하면, 원화가 달러 대비 일정 수준에서 움직이더라도 엔/원 환율은 상대적으로 하락(원화 강세)하기 쉽다. 이는 수출 경쟁 측면에서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본과 경합하는 자동차, 조선, 기계, 소재 산업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엔저가 지속될수록 한국 수출기업은 원가 절감이나 기술 경쟁력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마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수입 물가 측면에서는 일부 완충 효과도 있다.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중간재·부품 가격이 낮아지면서 제조업 원가 부담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한국의 대일 수입 구조가 완제품보다는 핵심 소재·부품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 효과가 소비자 물가 안정으로 직결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시장에서는 엔/원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화가 저금리 통화이자 조달 통화로 다시 활용될 경우, 위험자산 선호 국면에서는 원화 등 아시아 통화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구조적 엔저 인식이 굳어질 경우, 엔화 약세와 함께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는 '동조화 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04년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기에도 미 국채 금리가 오르지 않는 현상을 당시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코넌드럼'이라 불렀다. 결과적으로 저금리는 부동산 버블을 키우고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지금의 엔화 역시 비슷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금리차라는 단순한 설명으로는 더 이상 환율을 이해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구조적 경상수지 변화, 디지털 적자, 자본 유출, 재정 신뢰까지 얽힌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다면, 엔화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goldendog@newspim.com 2025-12-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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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자택·사무실·차량기록 전방위 압색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팀)이 17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전방위 강제수사에 나섰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김건희 여사 로저 비비에 가방 수수의혹사건' 과 관련해, 차량출입기록 확인 등을 위해 국회사무처 의회방호담당관실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시진은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3년 12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특검팀은 이와 함께 김 의원의 서울 성동구 자택,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돌입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여사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260만원 상당 로저비비에 클러치백과 김 의원의 배우자 이모 씨가 작성한 편지를 발견했다. 2023년 3월 17일이 적힌 편지엔 김 의원의 당대표 당선에 대한 감사 인사가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검팀은 해당 가방이 2023년 3월 8일 김 의원의 당선 직후 건네진 대가성 선물이라고 보고 최근 이씨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김 여사 측이 당초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했으나 당시 권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김 의원을 지지했고, 이씨가 답례로 가방을 건넸다는 특검팀의 관측이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가방 구매 대금이 김 의원에게서 빠져나갔을 가능성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 의원은 김 여사 측에 대한 청탁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아내가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의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을 한 것"이라며 "이미 여당 대표로 당선된 나와 내 아내가 청탁할 내용도, 이유도 없었다. 사인 간의 의례적인 예의 차원의 인사였을 뿐"이라고 했다.  이날 김 의원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민주당 하청으로 전락한 민중기 특검의 무도함을 여러분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박노수 특별검사보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yek105@newspim.com 2025-12-1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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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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