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외교·경제 영역을 넘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수준으로 급속히 고조되고 있다.
최근 오키나와 남동쪽 공해 상에서 중국군 전투기가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에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한 사건은 양국 긴장이 '위험한 선'을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를 촉발한 것은 동중국해 인근 공역에서 중국군 전투기가 일본 F-15 전투기에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한 행위였다. 사격통제 레이더(STIR) 조사는 통상 실제 미사일 발사 직전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절차로, 상대방은 이를 "공격 준비 신호"로 받아들이게 된다.
일본 정부는 즉각 중국 측에 항의하며 "명백한 적대 행위이자 위험한 도발"라고 규정하고, 자위대의 대응 태세 점검에 나섰다. 반면 중국은 일본 전투기의 '위협적 접근'이 원인이었다며 책임을 부인하고, 오히려 일본이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양측의 공방과 무관하게, 실제 현장에서 근접 비행과 레이더 조사 같은 고위험 행동이 반복됐다는 사실 자체가 군사 충돌의 위험을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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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오성홍기와 일본 일장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대만을 둘러싼 '회색지대 군사행동'
최근의 군사적 긴장 배경에는 중일 양국이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전략적으로 정면충돌하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은 대만 통일을 국가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고 군사·외교·법리 수단을 총동원해 압박 수위를 올려왔고, 일본은 대만 주변 유사 상황을 자국 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점점 더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를 일본의 '존립 위기사태'로 간주할 수 있다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공개 언급한 이후, 중국의 대일 압박은 외교·여론전은 물론 군사 행동까지 한층 노골화됐다는 평가다.
중국은 관영 매체와 외교 채널을 동원해 일본을 거세게 비난하는 동시에, 대만과 동중국해, 류큐 열도 인근에서 해군·공군 활동을 확대하며 사실상의 '전방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일 갈등은 전통적인 외교적 비난과 경제적 압박을 넘어, 이른바 '회색지대 군사행동' 양상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양국 군용기의 근접 비행과 요격 빈도 증가 ▲함정·해경선 간 거리 축소와 경고 신호 교환
▲대만 주변 항모·폭격기 전개 확대 ▲오키나와·미야코 해협을 중심으로 한 감시·정찰 경쟁 심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행동은 직접 충돌로 번질 수 있는 고위험 활동으로, 한국과 대만은 물론 미국과 동남아 국가들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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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J-15 전투기가 랴오닝호 항공모함에서 이함하고 있다. [사진=CCTV] |
◆ 우발적 충돌 상시화와 블록 구도 심화
중일 갈등의 군사적 성격이 강해지면서 동북아 안보 지형은 최소 세 가지 방향에서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첫째, 우발적 충돌 위험의 상시화다. 레이더 조사, 근접 비행, 영공·접속수역 진입 확대 등은 사소한 실수나 판단 착오가 곧바로 교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동중국해·대만 해협·오키나와 주변은 미중일 전력이 동시에 교차하는 전략 요충지로, 단순한 접촉이 위기 촉발 사건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거듭 제기되고 있다.
둘째, '미일 vs 중러'라는 블록 구도의 심화다. 일본이 대만 문제 개입 의지를 공개적으로 강화할수록, 중국과 러시아는 연합 공중 순항과 해상 연습 등 군사 협력을 확대하며 대응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미일 동맹과 중러 연대의 대립 축이 한층 뚜렷해질수록, 역내 위기 하나하나가 '대국 간 경쟁'의 일부로 해석되며 갈등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셋째, 한국의 전략적 딜레마 심화다. 미중 경쟁에 중일 갈등까지 더해지면, 한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요구와 동시에 중국의 경제·외교적 보복 가능성을 관리해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여기에 동중국해·대만 유사시 한반도 주변 해·공역에서의 군사 활동이 급증할 경우, 한국은 직접적 개입 여부와 범위를 둘러싼 복합적인 압박과 국내·외 정책 선택에 맞닥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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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블룸버그통신] |
◆ 새로운 위험의 시대가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당장 의도적으로 상대를 공격할 가능성은 낮지만, 상대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오판과 과잉 대응이 발생할 위험은 급격히 높아졌다고 경고한다. 이를 막기 위한 위기관리 메커니즘 구축이 동북아 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일 양국은 이미 해·공군 충돌 방지를 위한 해상·공중 연락 메커니즘과 국방 당국 간 핫라인을 마련했지만, 실제 사건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핫라인의 실질적 가동, 근접 비행과 사격통제 레이더 조사에 대한 상호 금지 규정, 동북아 다자 안보 규범 강화, 미일중 간 군사·외교 소통 채널 복원이 시급하다.
특히 이번처럼 레이더 조사라는 명백한 적대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사전 경고와 사후 공동 조사 절차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수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단발성 사건의 반복이 아니라, 대만 문제를 매개로 중일이 구조적으로 정면충돌하는 새로운 경쟁 국면이 현실화된 만큼, 동북아 전체는 사소한 충돌이 대규모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위험한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