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성차별 체감과 성평등 과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 교환
2026년 연내 청년 성별균형 문화확산 사업 추진 예고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황혜영 인턴기자 = "성평등을 말하기 전에 이 사회에 성차별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인식과 구조에서의 성별격차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 참석자 30대 여성 오씨의 설명이다.

성평등가족부는 17일 서울 성수동 KT&G 상상플래닛에서 2030 청년 21명과 함께 제5차 소다팝을 열고 앞선 네 차례 논의를 종합해 제도·정책 과제와 2026년 '청년세대 성별균형 문화확산' 사업 방향을 공유했다.
여성들은 여전히 직장과 돌봄 사이, 일·가정 양립의 지점에서 성차별을 절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30대 여성 오씨는 경력 단절 예방은 일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단기적인 문제 해결에 급급하기보다 장기적인 로드맵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별 고정관념이 성별에 따라 특정 업무가 주어지는 이유가 된다는 점도 지적됐다. 30대 남성 조씨는 "복지 현장에서 남성 사회복지사는 '힘쓰는 사람'으로만 취급된다"며 "사람의 삶을 설계하는 전문직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무거운 걸 들거나 힘 쓰는 일을 주로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성평등가족부가 정리한 사례에서도 "네트워크 기술자로 입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데스크 업무 지시", "남학생이라 산부인과 간호 실습 제한" 등 보건·사회복지·이공계 등에서 성별 고정관념이 진로·직무를 제한하는 현실이 공유됐다.
이와 관련해 유년기부터의 성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20대 여성 이씨는 "학교 다닐 때 성평등 교육이 없었다"며 "성평등 교육을 법제화해 어릴 때부터 인식을 바르게 가질 수 있게 하고 오늘 토론회처럼 안전하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문화가 어릴 때부터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남성 역차별'이 구조적 차별인지를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30대 남성 김씨는 "'남성 역차별'이라는 말 속에 남성도 구조적으로 차별받는다는 주장과 그저 양쪽 모두 힘들다는 감정이 뒤섞여 논의가 자주 엇갈린다"며 "남성이 실제로 구조적으로 차별받는지 아니면 일부 영역에서의 어려움과 박탈감을 말하는 것인지부터 나눠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성 참가자들이 설명하는 젠더 갈등의 중요한 배경으로는 '고용'과 경제 구조가 꼽혔다. 20대 남성 이씨는 "경제가 둔화되다 보니 고용의 공급이 줄어든 상태인데 남성들 입장에서는 여성을 비율로 정해두는 방식에서 차별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며 "고용, 경제적인 부분이 해소돼야 완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30대 여성 이씨는 "불법촬영, 데이트 폭력, 여성 대상 살인 사건 등에서 여전히 심각한 불안을 느낀다. 화장실을 사용할 때 벽이나 칸막이에 난 나사 구멍을 휴지로 막는 것이 일상이 됐다"며 "'피해보는 것도 없는 예민하다'는 식으로 일단락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또 이씨는 "최근 파주 부사관 사건처럼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은 조용히 사라지고 남성이 피해자인 사건은 크게 조명된다"며 "남성은 일자리를 늘려달라 말하지만 여성은 살려달라고 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남성과 여성 사이 성차별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30대 여성 장씨는 "토론을 진행하면서 여성이 태어나면서부터 느꼈던 성차별이 남성 사이에서 이 정도로 공감이 안 될 수 있나. 언제까지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청년세대가 체감하는 성차별과 성평등 과제를 놓고 정부와 청년이 머리를 맞댄 성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이 다섯 차례 여정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성평등부는 이번 소다팝 활동 결과를 토대로 2026년부터 '청년세대 성별균형 문화확산' 사업을 추진한다. 성평등부는 '청년 공존·공감 네트워크'를 통해 청년이 직접 성별 불균형 의제를 발굴하고 공론화와 숙의를 거쳐 정책대안을 제안하는 자리를 만든다. 또 온라인 국민 제안제도, 성별 불균형 현장 방문, 홍보 콘텐츠 공모전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예산은 6억6300만 원 투입된다.
한편 '소다팝'이 성별 인식격차를 확인하는 데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성평등부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이제껏 전문가, 언론 중심으로 이뤄지던 논의에서 당사자들이 허심탄회하게 경청하고 공감하며 공유하는 자리였다"며 "이는 하나의 해묵은 과제를 풀어나가는 출발점이자 경청 구조를 만들어가는 계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hyeng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