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 침해 직접성 인정되지 않아 청구 부적법"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이 국가안보 관련 정보를 장기간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한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대통령기록물법)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18일 대통령기록물법 제11조 제1항 일부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이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사건을 끝내는 결정이다.

이래진 씨는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진 씨의 친형이다. 그는 동생의 사망 경위와 관련된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비공개 결정을 통보받았고, 이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공개 거부에 대한 일부 취소 판결을 받았다.
이후 이래진 씨는 대통령 임기가 종료돼 대통령기록물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거나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 해당 기록물에 대한 정보공개 소송이 소각하돼 사실상 정보공개가 차단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아울러 헌재는 이른바 '김정숙 여사 옷값' 등 문재인정부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 판단을 받았던 한국납세자연맹 측이 제기한 대통령기록물법 일부 조항 사건도 병합해 함께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관 행위는 헌법소원심판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관조항은 대통령기록물 관리 업무 수행 기관의 변경이나 관련 기관 간의 권한분장에 관한 것으로서, 관할 기록관이 일정한 기간 내에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즉 청구인들에게 어떠한 의무를 부담을 지우거나 법적 지위를 불리하게 변경시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해당 이관조항으로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제한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알권리 등의 제한은 열람을 원하는 특정 대통령기록물이 존재하고 정보공개를 청구했음에도 기록물에 대한 보호기간 지정이 있었으며, 예외적으로 열람 등이 가능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아 법률에 따라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공개가 거부됐다는 사정이 존재하는 때에 비로소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정 행위만으로는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권력 작용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우며 그로 인해 청구인들의 기본권 침해의 법적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끝으로 재판부는 "열람을 원하는 기록물에 대한 보호기간 지정이 있었고 예외적으로 열람 등이 가능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개가 거부되는 경우 보호기간 설정행위가 그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삼아 해당 거부처분을 다툴 수 있고, 법원은 해당 기록물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하고 보호기간을 정한 행위의 적법성을 심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리구제의 기대가능성이 없거나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경우 내지 국민의 권리관계가 집행행위의 유무나 내용에 의해 좌우될 수 없을 정도로 확정된 상태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지 않아 모두 부적법하다"며 사건을 각하했다.
hyun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