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해법은 배터리 실적 회복"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SK온이 포드와의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을 정리하며 대규모 자산·차입금 축소에 나섰지만, 배터리 업황 둔화와 누적된 재무부담을 감안할 때 신용도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유휴 설비 축소와 차입 부담 완화라는 구조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신용도 제고를 위해서는 배터리 부문의 영업실적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19일 SK온과 포드가 북미 합작법인 블루오벌SK(BlueOval SK·BOSK)를 종료하기로 한 결정이 유휴 설비 축소와 차입 부담 완화로 이어질 것으로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1일 이와 관련한 유형자산 처분과 포드 보유 지분 유상감자 결정을 공시한 바 있다.

공시에 따르면 SK온과 포드는 자산 효율화와 운영 유연성 제고를 목적으로 BOSK 합작법인을 정리하고, BOSK 명의로 보유하던 미국 테네시 공장과 켄터키 공장을 각각 나눠 소유·운영하는 구조로 전환하기로 했다. 포드는 BOSK가 보유하던 켄터키 공장 관련 자산·부채·계약을 인수하고, 대가로 자신이 보유한 BOSK 지분 50%를 유상감자 방식으로 소각해 실질적인 현금 유출입 없이 지배 구조를 재편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로 인해 SK온의 연결 기준 유형자산과 차입금이 각각 9조9000억원, 6조원 줄고 비지배지분을 중심으로 자본도 3조9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형식상 BOSK는 SK온과 포드가 지분을 50%씩 나눠 가진 합작 구조다. 하지만 주주 간 약정에 따른 콜옵션과 의결권 행사 가능성을 감안할 때 SK온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돼 그동안 SK온의 연결 종속회사로 분류돼 왔다. 이번 합작법인 종결로 BOSK 자산·부채가 연결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SK온의 생산능력(캐파)이 줄고, 연결 기준 차입 부담이 완화되는 점은 신용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다만 한국신용평가는 전방 수요 둔화에 따른 배터리 부문의 부진한 영업실적과 누적된 재무부담을 감안할 때, 이번 조정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SK온은 그간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SK엔무브 등 계열사와의 합병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올해 8월에는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외형·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안정성 제고를 도모해 왔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합작법인 종결 역시 이러한 재무부담 완화 기조의 연장선에 있는 의사결정으로 해석했다. 다만 미국 전기차(EV) 구매 보조금 종료 등으로 핵심 시장 수요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SK온이 추진하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서의 물량 확대 효과가 2026년까지는 EV 물량 감소분을 충분히 보완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유휴 설비 축소에도 단기간 실적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합작법인 종결 이후에도 SK온과 포드의 거래관계 유지 수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SK온이 테네시 공장을 통해 포드향 물량 공급을 이어갈 계획이지만, 포드의 전동화 전환 축소 기조를 감안할 때 공급 물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재무 측면에서는 BOSK 종결로 약 6조원의 차입금 감축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면서 SK엔무브 합병 효과까지 반영할 경우 9월 말 기준 SK온의 연결 순차입금이 약 21조2000억원 수준에서 15조2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신용도 방어를 위한 유의미한 개선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현금창출력 제고가 요구된다는 평가다. 합작법인 정리 이후에도 SK온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 규모는 2023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계열사 합병으로 편입된 석유·윤활기유·윤활유 사업 부문의 실적 보완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중장기적인 신용도 제고를 위해서는 주력 사업인 배터리 부문의 실질적인 실적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