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고예림의 동반 난조
팀 리시브 효율 최하위권···상대의 목적타 서브에 속수무책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이번 시즌만큼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시즌 초반만 놓고 보면 그 기대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1라운드를 4승 2패로 마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한때는 상위권 경쟁도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어느덧 패배는 11개로 늘었고, 지난 4시즌 동안 반복돼 온 '꼴찌의 악몽'이 다시금 페퍼저축은행을 옥죄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26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한국도로공사와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18-25, 19-25, 19-25)으로 완패했다. 이 패배로 페퍼는 연패 숫자가 9까지 늘어났고, 지난달 18일 현대건설을 3-1로 꺾은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다가오는 일정은 더욱 부담스럽다. 오는 30일 광주 홈에서 열리는 GS칼텍스전에서도 패할 경우, 페퍼는 또 하나의 불명예 기록과 마주하게 된다. 2023-2024시즌의 23연패, 2022-2023시즌과 2021-2022시즌의 두 차례 17연패에 이어, 창단 이후 네 번째 두 자릿수 연패라는 씁쓸한 이정표다.
성적표 역시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한때 반등을 꿈꾸던 페퍼는 현재 6승 11패, 승점 17로 7개 팀 가운데 6위까지 내려앉았다. 최하위 정관장(5승 13패·승점 15)과의 승점 차는 불과 2에 불과하다. 반면 5위 IBK기업은행(7승 11패·승점 24)과의 간격은 점점 벌어지며, 이제는 위를 바라보기보다 꼴찌 탈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페퍼의 부진은 낯설지 않다. 창단 첫해였던 2021-2022시즌부터 직전 시즌까지 페퍼는 매년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여자부 역사상 최초의 4시즌 연속 꼴찌라는 불명예 기록도 이 팀의 몫이다. 첫 시즌 3승 28패, 승률 0.097이라는 최저 기록을 시작으로 수많은 굴욕적인 기록이 쌓여왔다.

그렇기에 이번 시즌은 더욱 특별해 보였다. 페퍼는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나섰다. 현대건설에서 경험을 쌓은 아웃사이드 히터 고예림을 영입했고, 외국인 공격수 조이 웨더링턴(등록명 조이)과 일본 대표팀 출신 미들블로커 시마무라 하루요(등록명 시마무라)까지 가세하며 전력 업그레이드를 자신했다.
출발은 이상적이었다. 1라운드 4승 2패, 이후 6승 2패로 상승세를 타며 순위표 상단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 중심에는 시마무라의 존재감이 컸다. 매 시즌 약점으로 지적돼 온 미들블로커 자리에서 그는 공수 양면에서 안정감을 제공하며 팀 공격의 축을 맡았다.
그러나 1라운드 이후 각 팀들은 페퍼의 약점을 빠르게 파악했다. 그 결과는 냉혹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배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리시브였다. 페퍼의 팀 리시브 효율은 24.51%로 리그 6위에 머물고 있으며, 1위 한국도로공사와는 무려 10% 이상 차이가 난다. 리시브가 흔들리자 공격 전개는 자연스럽게 단조로워졌고, 상대의 서브 공략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여기에 국내 공격수들의 동반 부진이 겹쳤다. 특히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박정아의 컨디션 하락은 뼈아프다. 박정아는 이번 시즌 115득점, 공격 성공률 29.75%에 그치며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수비에서도 리시브 효율 15.35%로 고전하며 상대 팀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 악순환 속에서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유계약신분(FA) 자격으로 팀에 합류한 고예림 역시 기대만큼의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고예림은 32득점, 공격 성공률 29.03%에 머물며 박정아와 함께 부진의 늪에 빠졌다. 시마무라와 조이가 분전하고 있음에도, 양쪽 날개가 힘을 잃은 상황에서는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장소연 감독의 리더십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감독 교체론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장소연 감독 역시 답답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도로공사전 이후 그는 "오늘 경기에 대해 어떤 총평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경기가 전혀 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모든 부분을 돌아봐야 할 것 같다"고 고개를 숙인 뒤 1분 만에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왔다.
결국 해법은 분명하다. 무너진 리시브를 안정시키고, 국내 아웃사이드 히터진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수비 밸런스가 잡히지 않고 박정아가 예전의 경기력을 되찾지 못한다면,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시즌 역시 최하위 탈출이라는 오랜 숙제를 풀지 못한 채 또 하나의 힘겨운 시즌을 보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