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적 지지 법안 잇단 저지…재표결 주목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연방 의회를 통과한 법안들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야의 초당적 지지를 받은 법안들을 전격 반려하면서, 반대 세력을 겨냥한 '정치적 보복'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백악관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콜로라도주의 식수 공급 사업을 지원하는 '아칸소 밸리 송수관(AVC) 완공법'과 플로리다주 원주민 부족의 유보지 권한 확대를 담은 '미커수키 보호구역 수정법안' 등 두 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공개된 대(對)의회 서한에서 "해당 사업들은 경제적 실행 가능성이 낮으며, 납세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안길 수 있다"며 "국민의 혈세가 비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정책에 투입되는 일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Enough is enough)"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정책적 판단보다 '정치적 복수'에 가깝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두 지역 모두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온 인사나 단체가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콜로라도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조작설을 주장하다 수감된 티나 피터스 전 선거관리관의 사면을 요청했으나, 재러드 폴리스 주지사(민주당)가 이를 거부하며 대립해 왔다. 또한 법안을 주도한 로런 보버트 하원의원(공화당)은 한때 열렬한 '마가(MAGA)' 지지자였으나, 최근 엡스타인 파일 공개 문제로 백악관과 갈등을 빚으며 소원해진 상태다.
플로리다의 미커수키 부족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부지에 추진하던 대규모 이민자 수용시설 '악어 알카트라즈' 건설에 환경 훼손을 이유로 반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연방정부의 특혜를 요구하면서도 내 이민 정책을 방해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마이클 베넷 상원의원(민주·콜로라도)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것은 국정 운영이 아니라 복수 여행(Revenge tour)"이라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보버트 의원 역시 "대통령이 지역 주민 5만 명의 깨끗한 식수권을 빼앗았다"고 성토했다.
두 법안 모두 의회에서 압도적 지지로 통과된 만큼, 의회가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재표결(Override)에 나설지 주목된다. 해당 법안들은 반대 의견이 거의 없을 때 이뤄지는 '구두 표결(Voice vote)'로 통과돼, 재의결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총 10건의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 중 1건이 재의결을 거쳐 법률로 확정된 바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적대 세력을 상대로 전개해온 보복 캠페인이 본격적인 입법 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