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앤드루 전(前) 왕자에게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연관 의혹과 관련해 "미국 의회에 출석해 증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앤드루는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이자 현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지난 2022년 엡스타인과 관련된 논란이 커지자 앤드루의 왕실 내 역할·권한을 박탈했고, 찰스 3세는 지난해 10월 왕자 칭호와 작위 등을 박탈했다.
왕족 신분은 유지되지만 영국 내에서는 더 이상 왕자로 호칭되지 않는다.
또 현 집권 여당인 노동당 소속의 피터 맨델슨 상원의원이 엡스타인과의 친분 관계가 불거지자 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엡스타인 파문이 영국 정계를 강타하는 양상이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앤드루) 전 왕자는 엡스타인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미 의회 의원들 앞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박4일간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미 의회 증언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그같이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정보는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어떤 형식으로든 요구받는 방식에 따라 그 정보를 공유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피해자 중심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스타머 총리의 반응은 미 법무부가 300만 페이지 분량의 엡스타인 문건을 추가로 공개한 다음날 나온 것이다.
추가 공개된 내용 중에는 앤드루가 바닥에 누워있는 여성 위에서 무릎을 꿇은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진과 그가 엡스타인의 성범죄 유죄 판결 이후에도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연락을 유지했음을 보여주는 이메일이 포함됐다.
엡스타인은 지난 2019년 성범죄 관련 재판을 기다리던 중 뉴욕 맨해튼의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11월 앤드루에게 조사에 응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앤드루 측과 버킹엄궁은 추가 문건 공개와 관련돼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맨델슨 상원의원은 1일 "이번 주말 엡스타인을 둘러싼 논란에 내가 또 다시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돼 유감스럽고 죄송하다"며 "더 이상 당에 곤란을 주지 않기 위해 탈당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 중에는 엡스타인의 JP모간 은행 계좌에서 맨델슨 의원 계좌로 3차례에 걸쳐 각각 2만5000파운드가 이체된 은행거래내역서와 관련 이메일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맨델슨 의원은 "20년 전에 엡스타인이 나에게 금전적 대가를 지불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 주장과 관련된 기록이나 기억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건이 제기한) 주장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는 동안 노동당에 더 이상의 곤란을 초래하고 싶지 않기에 당원 자격을 사퇴한다"고 말했다.
맨델슨 의원은 지난 2024년 12월 주미 영국대사로 임명됐지만 엡스타인 연루 의혹이 확산되면서 작년 9월 해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