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구역 '갭투자' 길 열렸지만
옥석 가리기는 더욱 심해질 것
전문가 "핵심지 상승폭 둔화, 외곽은 급매물 출회"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오는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에서는 단기 매물 출회와 장기 매물 잠김이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계약일 기준 완화 등 매매 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내놓았지만, 대기 수요가 견고한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가격 하락보다는 상승세 둔화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12일 국토교통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예정대로 오는 5월 9일 종료한다는 내용의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유예 기간이 끝나는 5월 10일부터는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p) 3주택자 이상은 30%포인트의 가산세율이 붙는다. 지방소득세까지 합치면 최고세율은 82.5%에 달한다.
정부는 시장 충격 완화를 위해 일정한 '퇴로'를 마련했다. 5월 9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중과가 배제된다. 서울 기존 조정대상지역(강남·서초·송파·용산구)은 계약 후 4개월 내, 지난해 10월 신규 지정된 지역은 6개월 내 잔금을 완료하면 된다. 또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임대주택을 무주택자가 매수할 경우, 실거주 의무 시점을 임대차 계약 종료일까지 유예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5월까지 다주택자 매물이 단기적으로 늘며 거래가 일시적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지만, 집값 급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유예 종료 이후에는 매물 잠김 현상이 다시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매도 러시 있겠지만…가격 하락보단 상승폭 둔화 그칠 것"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다주택자의 매도를 이끌어낼 실질적인 유인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WM추진부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 회복 측면에서 예정된 수순"이라며, "정부가 단순히 종료만 선언한 것이 아니라 계약금 기준 도입과 실거주 의무 유예라는 완충 장치를 마련해, 세 낀 집을 팔지 못해 고민하던 다주택자들에게 실질적인 퇴로를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기존에는 잔금과 등기까지 완료해야 했으나 계약 체결 기준이 완화되면서 실질적 매도 가능 기간이 늘었다"며, "5월 9일까지 계약 체결만으로 중과를 회피할 수 있게 되면서 다주택자의 매도 러시가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역시 "장기간 주택을 보유해온 다주택자들이 세제 혜택 유예기간 내 매도를 서두를 유인이 커지면서 시장의 실질적 거래 가능성도 확대됐다"며, "매물이 늘면 매입자의 거래 협상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매물 증가가 집값 하락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서울 핵심지의 대기 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매물 증가에도 가격의 본격적 하락보다는 상승폭 둔화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다주택 규제 강화에 따른 '똘똘한 한 채' 집중 현상이 우량 매물에 대한 구조적 수요를 견인하고 있고, 무주택 실수요자의 대기 수요가 상당히 두터워 매물을 흡수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매물 증가 국면에서 이번 조치로 매수 수요 역시 동반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주택자의 호가를 크게 낮춘 급매와 가격 급락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갭투자 길 열렸지만 '옥석 가리기' 여전… 5월 이후 전망도 갈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내 유주택 매물에 대한 실거주 의무 완화는 거래 활성화 변수로 꼽히고 있다. 기존에는 허가구역 내 주택을 구입할 경우 즉시 입주해야 해 전세를 끼고 있는 매물은 사실상 거래가 어려웠지만, 이번 보완책으로 무주택자는 임대차 종료 시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게 됐다.
김효선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실거주 의무 유예 혜택을 무주택자에게만 한정한 것은 다주택자 매물을 실수요자가 흡수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라면서도, "전세를 낀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이 어렵다는 점에서, 매수인의 기준을 대출 신청일로 한 부분은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그동안 세입자 존재나 실거주 조건 때문에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며, "무주택자의 토허구역 내 '내 집 마련' 허들이 낮아지면서 단기적으로 거래량 회복과 매물 잠김 해소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대출 규제(DSR 등)로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만큼, 전세보증금을 보유하거나 6억~10억원대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수요자가 주로 유입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지역별 차별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문위원은 "강남3구와 용산은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고 매수자 풀이 무주택자로 제한돼 있어 거래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입지 경쟁력이 약한 신규 조정지역 외곽에서는 매물 소화 속도가 느려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도세 중과가 부활하는 5월 9일 이후의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매물 잠김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송 대표는 "중과 유예 종료가 확정된 만큼 5월 9일 이전에는 매물이 일시적으로 증가하겠지만, 이후에는 중과 부담으로 매물이 다시 잠길 가능성이 높다"며 "강남3구와 용산 등은 기한이 짧아 단기 매물 집중 후 급감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조치로 매수 수요 역시 동반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가격 급락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양도세 중과 종료가 확정되면서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곽 지역 매물을 먼저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 외곽에는 급매물이 늘어나는 반면, 강남 등 핵심지의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강해지는 양극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조치가 계약 기준 도입과 실거주 의무 유예를 다주택자의 매물을 실수요자가 흡수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절충적 보완책이라는 의미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은 '5월 8일까지 팔라'는 정책 기조와 다주택자 규제가 지속되는 양상이므로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단기에 시장 가격을 끌어내릴 정도의 유의미한 물량이 나올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