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컬링장에 선 미국 남자 컬링 대표팀의 리치 루호넨. 생애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그의 나이는 만 54세다.
루호넨은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코르티나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컬링 라운드로빈 2차전 스위스전에서 교체로 빙판을 밟았다. 미국이 2-8로 크게 뒤진 상황에서 24세 리드 에이든 올든버그 대신 투입돼 한 엔드 동안 스톤 두 개를 던지고 동료 샷 스위핑을 도우며 팀이 1점을 만회하는 데 기여했다. 경기는 3-8 패배로 끝났지만, 그의 이름은 미국 동계올림픽 역사에 길이 남았다.

1971년생인 루호넨은 동계올림픽에 나선 최고령 미국 선수가 됐다. 종전 기록은 1932년 레이크플래시드 대회 피겨스케이팅 페어에 나섰던 조셉 새비지가 갖고 있던 52세였다.
그의 올림픽 스토리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된다. 1981년 컬링을 처음 접한 루호넨은, 컬링이 시범 종목으로 치러졌던 1988년 캘거리 대회를 시작으로 수차례 올림픽을 노렸다. 2006년부터 2022년까지 5회 연속 미국 올림픽 선발전에 나섰지만 번번이 본선 티켓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특히 2018년 평창 대회 선발전에선 2위를 차지하고도 끝내 탈락했다. 2022 베이징 올림픽 이후에는 잠시 스포츠계를 떠나기도 했다.
전기가 된 건 지난해였다. 같은 팀 스킵 대니얼 캐스퍼(24)가 길랭-바레 증후군 진단을 받으며 대표팀에서 이탈하자, 루호넨이 후보 선수 자격으로 호출됐다. 이후 캐스퍼가 복귀한 뒤에도 팀에 남았고, 결국 이번 대회 본선에서 교체 출전 기회를 잡으면서 오랜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루호넨은 팀 내에서 '명예 삼촌(uncle)' 같은 존재다. 아침 훈련 전 Z세대 후배들을 깨우고, 경기장까지 차로 데려다주고, 간식을 챙겨주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그는 독일 dpa통신에 "가족이 모두 현장에서 응원해줬다. 이겼다면 더 좋았겠지만, 나에게 기회를 준 동료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이들과 함께 올림픽 얼음 위에서 몇 개의 스톤을 던질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링크 밖에서는 잘나가는 변호사다. 미네소타주 브루클린파크에서 개인 상해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미네소타 올해의 변호사'에만 6차례 이름을 올렸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일주일에 세 번은 새벽 5시에 일어나 48㎞를 운전해 훈련장으로 간다. 연습을 마치면 로펌으로 출근해 하루 종일 일하고, 저녁 6시쯤 다시 빙판으로 돌아와 훈련한다"며 "이동 중에는 줌(Zoom)으로 재판에 접속할 수 있도록 셔츠와 넥타이를 차 안에 상비해 둔다"고 웃었다.
"자녀 또래이지만, 이제는 가장 친한 친구들"이라는 루호넨의 말처럼, 50대 변호사와 20대 국가대표들이 한 팀으로 어깨를 맞대고 있는 미국 컬링 대표팀은 그 자체로 세대와 삶을 넘나드는 '팀 스포츠'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