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습관을 고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13일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유하준(10) 초단과 '영재에서 정상으로' 특별 대국 후 신진서 9단이 꺼낸 말이다. 이날 바둑은 소목으로 포석을 시작해 속기로 진행됐다.
대국후 한국 바둑의 간판 스타가 된 지금도 "경솔한 게 남아있다"고 털어놓은 신진서 9단은 "습관이 무섭기 때문에 최대한 어릴 때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며 후배 영재들을 향한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유하준 초단은 11일부터 조훈현, 최정, 신진서와 차례대로 대국을 뒀다.

특히 "요즘은 AI 수법까지 함께 배워야 하는 시대라 더 어려워졌다"는 신진서 9단의 말은 현재 바둑 영재들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신진서 9단은 이날 유하준 초단과의 대국 후 인터뷰에서 AI가 바둑계에 가져온 변화를 진단했다. "원래 수법도 다 배워야 하고 AI 수법도 배워야 하기 때문에 공부하기 더 어려워진 것 같다"는 것이다.
실제로 알파고가 등장한 2016년 이후 바둑계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수천 년간 축적된 정석과 정형이 AI의 혁신 앞에서 재평가됐다.
신진서 9단이 프로에 입단한 2012년만 해도 바둑 공부는 주로 기보 연구와 선배 기사들의 대국 분석, 그리고 실전 경험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의 바둑 영재들은 여기에 AI 분석 도구를 활용한 연구까지 더해야 한다. 과거보다 훨씬 넓고 깊은 공부가 요구되는 셈이다.
신진서 9단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하루에 10시간씩 공부를 하기는 했는데, 솔직히 어떻게 놀 지 그것부터 생각했다"고 고했다. 그는 "습관이 되다 보니까 바둑을 한 것 같다"며 "제가 바둑을 엄청 좋아해서 그렇게 했다기보다는 루틴적으로 바둑부터 두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천재 기사로 불리며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았던 신진서 9단이지만, 그 역시 평범한 아이처럼 놀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고백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인터넷 바둑에서 세계 정상급 기사 멍타이링을 호선으로 이긴 그였지만, "그 이후에 타이젬 8단에게 지기도 했다"고 웃으며 털어놨다.


신진서 9단이 거듭 강조한 것은 '습관'의 중요성이었다. "아버지가 셀 수도 없이 바둑 경우의 수보다 더 많이 말씀하셨다"며 "너무 많이 들어서도 사실 잘 못 고쳤다"고 회상했다.
신진서는 바둑 영재를 향해 조언했다. "바둑을 잘 하는 것도 당연히 좋지만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는 "어릴 때는 굉장히 승패를 중요시했던 것 같다"며 "인터넷 대국에서 마우스 미스 하거나 시간패 하면 되게 억울해 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릴 때는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유하준 초단에게도 "프로 시합에서는 정말 많이 질 텐데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자기 바둑을 두는 게 먼저"라며 "실전에서 조금만 더 천천히 두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창호 9단과의 대국을 앞두고 "전날부터 너무 긴장해서 몸이 안 좋았다"던 신진서 9단. 당시 그에게 이창호 9단은 "신"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AI가 나와서 제가 그런 존재는 아닌 것 같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AI 시대 이전에는 절대 강자의 존재가 명확했다. 초일류 기사들의 기보를 연구하고 그들의 수를 배우는 것이 정석이었다. 하지만 AI의 등장으로 또다른 '스승'이 생기면서 바둑 영재들이 목표로 해야 할 지점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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