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시스템과 스포츠 철학 차이…노르웨이, 선순환 구조로 겨울왕국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730km의 국경을 공유한 북유럽 이웃 국가다. 길고 혹독한 겨울, 다소 과하다 싶을 만큼 촘촘한 복지 모델, 500만 명대 인구 규모까지 쏙 빼닮았다. 하지만 동계올림픽 메달 테이블을 펼치는 순간, 두 나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노르웨이는 4개 대회 연속 종합 우승을 차지한 동계 스포츠 최강국이다. 핀란드는 전통 강호이되 최근 들어서는 절대 강자와는 거리가 있다.
노르웨이는 2014 소치, 2018 평창, 2022 베이징에 이어 23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까지 4회 연속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동계올림픽 누적 메달은 400개를 훌쩍 넘고, 금메달만 140개 이상으로 이 부문 역시 1위다. 반면 핀란드는 통산 메달이 170개 안팎이다. 이번 대회에서 노르웨이는 금 18·은 12·동 11개로 총 41개의 메달을 쓸어 담았다. 핀란드는 금메달 없이 은 1·동 5개, 총 6개에 그치며 종합 순위 23위로 밀렸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노르웨이는 메달이 많이 걸린 종목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왔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바이애슬론, 스키점프, 노르딕 복합 등 이른바 노르딕 계열 종목에서 두터운 선수층을 형성했다. 이 종목들은 세부 종목 수가 많아 메달 수가 많다. 하계올림픽으로 치면 수영과 육상 같은 종목이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만 보더라도 남자부에는 스키애슬론(10km+10km), 개인 스프린트, 10km 인터벌, 4×7.5km 계주, 팀 스프린트, 50km 매스스타트 등 다양한 세부 종목이 있다. 거리와 형식은 달라도 체력·기술·전술이 크게 겹친다. 한 명의 에이스가 여러 종목을 석권할 수 있다.
실제로 요한네스 클레보는 이번 대회에서 출전한 전 종목을 석권하며 6관왕에 올랐다. 그는 평창(3관왕), 베이징(3관왕)에 이어 세 대회 연속 다관왕 행진을 이어가며 통산 금메달 12개, 전체 메달 15개(은 2·동 1 포함)를 기록했다.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다 금메달 기록을 새로 썼다.


핀란드는 한때 노르웨이와 노르딕 종목을 양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이스하키 같은 팀 스포츠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여름철에는 육상·모터스포츠 등으로 관심과 자원이 분산되는 구조다. 포트폴리오 자체가 다르다. 팀 종목은 인기는 높지만, 한 대회에서 확보할 수 있는 메달 수가 제한적이다. 경쟁도 치열하다. 이번 대회에서 핀란드는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남자 아이스하키에서 동메달을 따냈지만, 전체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비해 노르웨이는 다메달 종목을 전략의 중심에 두고, 종목 간 훈련 데이터와 장비 기술, 코칭 노하우를 공유하는 이른바 '노르딕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바이애슬론, 노르딕 복합이 통째로 세계 최강 수준을 유지하는 배경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노르웨이는 크로스컨트리에서 14개 메달을 휩쓴 것을 비롯해 바이애슬론(11개), 스키점프(5개), 노르딕 복합(금메달만 3개) 등에서 메달을 대거 수확했다. 빙상에서 거둔 메달은 스피드스케이팅 4개에 그쳤다. 전략적 선택의 결과가 숫자로 드러난 셈이다.

유소년 시스템과 스포츠 철학에서도 차이가 보인다. 노르웨이는 유소년 단계에서 순위 공개를 최소화하고, 성적보다 참여와 즐거움을 우선하는 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조기 탈락과 번아웃을 줄이고, 저변을 두껍게 만드는 방식이다. 겨울철 일상 자체가 크로스컨트리와 맞닿아 있는 생활 문화는 전국 어디서든 스키 코스를 만든다. 그 거대한 저변에서 클레보 같은 슈퍼스타가 탄생하고, 스타의 성공은 다시 종목 저변을 넓히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국가 전체가 하나의 겨울 스포츠 클럽처럼 움직인다'는 구조다. 인구가 적은 만큼 종목 간 정보 공유와 협업이 활발하고, 트레이닝 방법과 데이터 분석, 장비 기술이 종목의 벽을 넘어 축적·확산된다. 중복 투자를 줄이고 공용 인프라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작은 인구에도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유지한다.
결국 두 나라의 동계올림픽 메달 격차는 '스포츠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세부 종목이 많은 종목군에 집중하고, 다관왕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며, 그 구조를 끝까지 활용하는 전략의 차이다. 이게 같은 위도와 비슷한 인구 조건에서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배경이다. 물론 메달 숫자가 국가의 가치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동계올림픽이라는 경쟁의 무대에서만큼은, 겨울 스포츠를 국가 브랜드로 키워온 노르웨이식 설계가 한 수 위임을 이번 대회가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