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결제 규제 완화...은행급 규율도 병행
저축은행 상위 5개사 자산 40%…양극화 심화 전망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금융위원회의 '저축은행 건전 발전방안' 발표를 계기로 업권 재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자산 5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을 '전국 단위 서민금융기관'으로 재정의하고 지방·인터넷은행 전환 후보군으로 제시하면서, 단일 규제 체계에 묶여 있던 업권 구조가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발표한 개편안에서 자산 5조원 이상 저축은행을 전국 단위 금융기관으로 재정의했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대형사를 중심으로 규제 완화와 규율 강화를 병행하는 차등 규제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자산 5조원 이상 저축은행은 SBI저축은행(14조2000억원), OK저축은행(13조2000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8조5000억원), 웰컴저축은행(6조원), 애큐온저축은행(5조3000억원) 등 5곳이다. 외형은 이미 일부 지방은행과 맞먹는다. SBI저축은행은 전국 6개 권역 중 5개 권역에서 영업 중이며 자산 규모는 14조원 수준으로, 제주은행(약 7조원)의 두 배에 달한다.
정책 배경에는 업권 구조 변화에 대한 금융당국의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금융위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정상화 과정에서 건전성 관리 성과는 인정하면서도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른 부실 위험과 디지털 전환 가속, 업권 내 양극화 심화 등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1~2014년 구조조정 이후 업권 자산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저축은행 간 자산과 수익 양극화가 심화됐다.
정책 방향은 '성장과 규율 병행'이다. 금융위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영업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지배구조·건전성 규율은 강화하기로 했다. 중견기업 대출 확대가 대표적이다. 영업구역 내 의무여신 산정 대상을 중견기업까지 넓혀 성장 여력을 확보하도록 했다.

유가증권 투자 규제도 완화된다. 주식 보유 한도는 자기자본 대비 50%에서 100%로 확대되고, 비상장주식·회사채는 10%에서 20%로 늘어난다. 집합투자증권 한도도 40%로 상향된다. 업계에서는 자산 운용 자율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유가증권 종류별로 한도를 제한해 업권별 차별 논란이 있었다. 은행의 경우 종류에 상관없이 자기자본 100% 이내로 허용하고 있으며, 금융투자회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는 관련 규제가 없다.
지급결제 기능 확대도 포함됐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대형사는 독자적 체크카드와 선불전자지급수단 취급이 가능해진다. 현재 저축은행 체크카드는 중앙회 공동사업 형태로 운영되지만, 2025년 체크카드 이용액 1710억원 가운데 SBI(925억원)와 웰컴(656억원) 등 두 곳이 92.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제 기능 역시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대신 규율은 강화된다. 자산 규모에 따라 대주주 지분 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등 은행 수준 관리 체계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연구원은 대형 저축은행이 지방은행급 외형에도 불구하고 소유 집중도가 높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이들 규제 완화는 올해 하반기 또는 3분기 관련 법 개정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편안은 저축은행의 역할을 재정의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일정 규모 이상 저축은행을 사실상 '준은행권'으로 편입하려는 방향성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업권 내 양극화는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자산 5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 5곳은 전체 79개사의 6%에 불과하지만 총자산의 약 40%를 차지한다. 정책 시행 시 상위 집중 구조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 지방은행 수준 경쟁력을 갖춘 대형 저축은행 등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일부 대형 저축은행은 이미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은행과 유사한 규모로 성장했다"며 "규모에 맞는 책임성과 건전성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가 요구해온 규모별 차등 규제가 정책에 처음으로 의미 있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다만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 확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M&A나 자산 구조조정 역량이 향후 생존 변수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yuny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