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 주식시장에 파문을 일으킨 시트리니리서치의 보고서에 대해 사실관계와 분석의 정밀도를 둘러싸고 물음표가 붙는 대목이 여럿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미 상장이 폐지된 종목이 버젓이 미래 시나리오의 주가 하락 대목에서 기술돼 있다거나 예시로 등장한 기업의 경쟁 우위 분석이 실제 구조와는 다르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

파이낸셜타임스의 금융시장 전문 칼럼 알파빌(Alphaville)은 시트리니가 다룬 인공지능(AI)발 대량 실업 가상 시나리오의 보고서는 사실상 사변 소설이자 약세론 포르노와 같다고 했다.
시트리니가 보고서에서 '예측이 아니라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전제를 달았으나 저자가 의도를 규정한다고 해서 독자에게 전달되는 효과까지 통제할 권한은 없기에 그 전제만으로 관련 비판에서 면책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알파빌은 보고서를 사변 소설급으로 격하한 배경 중 하나로 사실 관계상의 허점을 들었다. 대표적으로 보고서에 기술된 싱크로니와 캐피털원, 디스커버의 주가가 수주 안에 10% 넘게 하락했다는 내용이다.
관련 내용이 사실관계와 어긋나는 것은 디스커버는 작년 5월 캐피털원에 합병돼 상장폐지된 종목이기 때문이다. 보고서 작성 시점인 지난 22일에 이미 9개월쨰 존재하지 않는 법인이다.
가상의 미래를 그린 시나리오라 해도 집필 시점에 이미 소멸한 법인을 상장 종목처럼 등장시킨 것은 기초적인 사실 확인조차 부재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라는 게 알파빌 주장의 취지다.
알파빌은 시나리오 개연성에 대한 의문점도 재기했다. "AI 에이전트들이 카드보다 빠르고 저렴한 결제 수단을 모색했고, 대부분 솔라나나 이더리움 L2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안착했다"는 서술이다.
보고서 작성 시점으로부터 불과 1년 뒤인 2027년에 '안착했다'는 설정인데 현행 카드 결제 인프라에는 수십년간 구축된 가맹점-발급사-소비자 3자 구조와 소비자 보호 장치가 내장돼 있어 수수료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단기간에 대체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사실관계뿐 아니라 개별 기업에 대한 분석의 정밀도에도 외부에서 반론이 제기됐다. 시트리니는 도어대시의 경쟁 우위를 '습관적 앱 충성도'로 환원한 뒤 코딩 에이전트가 수 주 만에 경쟁 플랫폼을 복제할 수 있어 '해자'가 무력화된다고 서술했다.
하지만 애초에 이런 서술은 도어대시의 플랫폼 복제 자체는 AI 시대 전에도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았음에도 도어대시의 시장 지위가 유지돼 왔다는 점에서 그 전제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지적(경제학자 노아 스미스 논평)이 따른다.
도어대시의 실제 경쟁력은 수년간 축적된 배달 기사 네트워크와 가맹점 밀도, 이를 기반으로 한 물류 속도에 있다는 것이 관련 반론의 골자다.
알파빌은 보고서의 개별 허점을 넘어 이번 사태가 드러낸 시장 구조 자체에 더 깊은 우려를 표했다. 도발적인 사변 소설 한 편이 주가지수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극도로 불안한 징후라는 것이다.
감정에 좌우되는 개인투자자 역학이 시장 일부를 실제로 움직이고 있거나 나아가 기관투자자의 행태에까지 침투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장이 아직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알파빌은 "시장 내러티브가 이토록 '내러티브' 였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시장을 움직인 서사가 실체적 데이터나 펀더멘털에서 나온 게 아니라 입증도 반증도 불가능한 '이야기' 그 자체였다는 비판이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