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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노 세갈, 그림 한점, 조각 한점 안내고 '상황'만으로 리움을 꽉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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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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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움미술관이 3일 티노 세갈 국내 첫 개인전을 개막했다.
  • 티노 세갈은 물질적 작품 없이 퍼포머의 신체·언어·상호작용으로 구성된 '구성된 상황' 8점을 선보이며 리움 컬렉션 조각과 결합했다.
  • 전시는 사진·영상 촬영 금지하며 관객의 기억만으로 영속성을 가지며 28일까지 이어진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리움미술관,3월3일 '티노 세갈'전 개막 6월28일까지
-구성된 상황 속 관객이 작품 일부가 되는 색다른 경험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오는 3월 3일 개막하는 리움미술관의 티노 세갈(Tino Sehgal·50) 전시는 여러모로 '파격'이다. 드라마틱한 작품을 기대하며 뮤지엄을 찾는다면 이 전시는 적절치 않다. 티노 세갈의 국내 첫 개인전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혁신적 전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람객은 기존의 전시관람 태도를 내려놓고, 리움의 문턱을 들어서야 한다.

[서울=뉴스핌]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오는 3월 3일 개막하는 '티노 세갈'전을 알리는 안내판. 동시대미술의 패러다임을 확 바꿔놓으며 '비물질적 예술'을 지향해온 티노 세갈은 이같은 사인물조차 원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2.27 art29@newspim.com

램프처럼 기다란 한남동 리움의 입구에 진입하면 진회색 수트차림의 퍼포머 세 명이 느닷없이 큰 소리를 지르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퍼포머들은 입장객 주위를 격렬하게 오가며 "This is so contemporary!(이건 너무 현대적이야)"를 반복해 외친다. 입장객이 없을 땐 미술관 보안요원처럼 조용히 입구를 지키던 퍼포머들은, 관객이 보이면 즉발적으로 춤사위에 돌입하는 것.

여기서 '컨템포러리'는 현대미술을 비꼬는 말일 수도 있고, 지금 여기서 벌어지는 '상황' 자체를 가리키는 말일 수도 있다. 관객은 이들의 춤사위에 맞춰 함께 몸을 흔들어도 되고, 살짝 추임새를 넣어도 된다. 물론 눈을 휘둥그레 하며 그냥 지나쳐도 된다. 세갈의 2004년 작품 '이건 너무 현대적이야'는 이렇게 관람객과 함께 완성된다.  

경제학과 무용을 전공하고 예술가의 길로 접어든 티노 세갈은 물질적인 결과물을 남기는 기존의 예술 창작방식에 도전하며 인간의 신체, 언어,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만으로 구성된 작품을 선보인다. 세갈은 자신의 퍼포먼스 작품을 '구성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이라 부르고, 퍼포머는 '해석자(Interpreters)'라고 부른다. 바로 이 상황과 그 순간이 세갈의 작품인 것이다. 따라서 해석자(퍼포머)들에 의해 실현되는 작품들은 관람객이 그들과 직접 조우하고,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통상적으로 미술관 전시에 와서 작가가 만든 압도적인 조각이나 회화, 영상 등을 보고 찬사를 내뿜었던 관객에게는 적잖이 낯선 체험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세갈이 기획한 이같은 실시간 만남은 조각이나 회화 만큼이나 즉각적이고 파워풀한 실재감을 선사한다. 일회적 퍼포먼스로 여길 수 있으나 미술관이란 맥락 안에서 그의 작품은 지속적인 상황으로 존재하고, 이어진다.

이처럼 티노 세갈의 전시는 사물이 아닌 '삶의 경험'과 '기억'에 기반한 티노 세갈의 독특한 창작언어를 개개인이 즉각적으로 마주하는 과정이다. 흥미로운 것은 '물질적인 것은 아무 것도 남기지 않겠다'는 작가의 집요하고도 끈질긴 철학에 따라 이번 전시에서도 도록, 레이블, 월텍스트가 일절 제공되지 않는다. 전시를 보도하는 프레스는 물론, 일반 관람객도 사진이라든가 영상 촬영이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오로지 관객의 '기억'만이 작품의 영속성을 가지는 유일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술관 내에 아무런 물질적 작품이 없는 건 아니다. 영리하게도 티노 세갈은 장 누벨이라는 세계적 건축가가 디자인한 리움미술관의 건축적 공간과 리움의 다양한 소장품들을 그 어떤 작가 보다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직접 리움의 컬렉션 리스트를 면밀히 살펴보고, 자신의 '구성된 상황'과 어우러질만한 작품을 큐레이팅해 전시장 곳곳에 풀어놓은 것. 티노 세갈은 미술관 입구부터 M2전시장 2개 층, 그리고 정원을 두루 가로지르며 이들 작품과 함께 총 8점의 '구성된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티노 세갈의 대표작 중 하나인 '키스'(2002)다. 이번에 세갈은 '지옥의 문' '키스' 등으로 잘 알려진 19세기 조각가 로댕의 인체조각 12점을 리움 수장고에서 불러내 자신의 21세기 '키스'와 연결지었다. 2002년 세갈은 미술사 속 다양한 '키스' 장면들을 참조해, 두 명의 남녀 해석자가 서로를 껴안은 채 천천히 사랑의 동작을 이어나가도록 한 작품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 리움 전시에서는 로댕의 고전적인 검은 브론즈 조각 12점이 둥글게 늘어선 뮤지엄 공간에서 두 퍼포머가 무언의 춤사위를 이어감으로써 절묘한 작품을 창조해냈다. 클래식한 청동상에, 인간 실재의 생명력이 오버랩되며 형언키 어려운 대비의 순간을 직조한 것. 세기를 뛰어넘으며 미술사의 재해석과 오늘의 미술이 청초하고도 사랑스런 작품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리움은 이 작품을 위해 실제 커플인 무용수들을 공개 모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핌] 대학에서 정치경제학과 무용을 전공한 티노 세갈은 날로 물질화되어가는 미술전시와 '투자'에 급급한 미술시장에 반기를 들며, 아무런 결과물이 남지 않는 기억의 미술, 상황의 미술을 끈질기게 추구하고 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2.27 art29@newspim.com

리움의 M2 B1층 너른 중앙전시실에서는 '이 입장(this entry,2003)'이라는 작업이 햇살 속에서 전개된다. 바이올린 연주자, 사이클 선수, 무용수, 축구선수 등 4인의 해석자들이 각각 바이올린, 자전거, 축구공 등을 몸의 일부처럼 다루며 서로의 움직임과 소리에 반응하는 이 작품은 세계적인 축구선수 후안 마타와의 협업에서 시작됐다.

지하층에서 한층 올라가 M2 1층에서는 작가의 초기작인 '무언가 당신 코 앞에 나타나게 놔두는 대신 춤추는 브루스와 댄, 그리고 다른 것들'(2000)이 리움 조각들과 함께 펼쳐진다. 권오상의 사실적인 남녀 인물조각을 시작으로 전시장에 넓게 포진된 작품 중에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여성 조각 '그랑 팜므'와 안토니 곰리, 솔 르윗, 수보드 굽타, 이사무 노구치, 아르프, 엘림그린&드라그셋의 조각들이 포함됐다.

또 강서경의 의인화된 추상조각과 김정숙, 정관모, 최만린, 존 배, 이정자, 김홍석 등의 작품까지 리움의 컬렉션 중 조각작품 26점이 이어진다. 구상에서 추상으로 길게 이어지는 선형적 서사로 구성된 이들 조각행렬 한 켠에는, 한 명의 해석자가 전시장 바닥에 엎드려 느릿느릿 몸을 비틀며 고독한 춤을 춘다. 브루스 나우먼과 댄 그레이엄의 신체와 몸짓을 연상시키는 퍼포머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조각' 그 자체다.       

한국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어째서 그토록 철저하게 물질적 대상이 없는 예술을 고집하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나는 복제 가능한 물질적 작품 보다, 인간 자신이 직접 경험하는 '기억'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그래서 택한 것이 여러 분이 본 탈생산적 작업"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명국가 시민 대다수가 하루 7, 8시간 이상씩 들여다보는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저마다 보고 느낀 '현재의 이 순간'에 몰입하기를 권하고 있다

또 "어린아이에게 야구를 가르칠 때 책을 쥐여주기 보다는 몸으로 보여주듯, 몸으로 지식을 전파하는 것은 지금도 유효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극장보다 전시 공간이 관객과 상호작용하기 더 쉬운 장소"라며 "예술은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게임"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독일의 공업도시에서 성장한 세갈은 "어릴 적 내 방에선 도시의 거대한 산업시설이 코 앞에 보였다. 그러면서 인간의 끝없는 자원채굴과 생산중심의 삶이 생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느꼈다"며 "그래서 택한 게 무용과 미술간 학제간 연계였다"고 전했다.

날로 거대해지는 미술전시와 투기판으로 치닫는 미술시장에 반기를 든 티노 세갈의 엉뚱한 작업은 오히려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0년에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을 통째로 비우고, 오직 '대화'로만 채워 관객에게 강렬한 경험을 선사했다. 이후 런던 테이트 모던(2012)의 넓은 터바인홀에 수십명의 해석자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규모 퍼포먼스를 시도했고, 2013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장을 수상했다. 파리 팔레 드 도쿄(2016), 스위스 바이엘러재단(2021)으로 이어지며, 인공적인 미술관 구조를 넘어 자연과 인간, 예술이 경계없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작가가 추구해온 '현존'의 가치는 이제 예술적 공간은 물론, 생태적 맥락으로 넓어지고 있다.

'지구의 어떤 에너지도 이용하지 않으면서 작업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인간의 몸짓과 목소리로 작품을 만드는 그는 유럽과 미국간 이동은 선박과 기차편을 이용하고 있다. 이번 방한 때도 저탄소 항공유를 사용하는 비행기 기종으로 골라 탔다.

이어 "한국은 동시대 미술에 대해 매우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영광"이라며 "요즘 한국은 아주 흥미로운 순간, 좋은 순간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그렇진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또 "예술이라는 게임은 시간을 넘어서는 작업"이라며 "(프랑스 누보레알리즘 작가로 일찌기 1958년에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전람회를 열며 파란을 일으켰던) 이브 클라인은 자신의 작품을 금덩어리를 받고 팔아, 그 금가루를 강에 뿌리며 또다른 작업을 했다. 그 작업은 비록 형체는 남아있지 않지만 영원히 회자되지 않느냐 그런 예술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현대인 모두가 습관적으로 길들여진 휴대폰 촬영은 잠시 접어두고, 눈과 귀를 열고 작가 작업을 경험하려는 '열려있는 마음'이 필요한 티노 세갈의 전시는 오는 6월 28일까지 계속된다. 입장료 1만6천원.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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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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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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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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