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낸드 인수 5년…'아픈 손가락' 반전 주목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SK하이닉스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던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이 인공지능(AI) 시대의 숨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고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이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맞물리며 글로벌 빅테크의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D램 중심이었던 SK하이닉스의 메모리 포트폴리오가 AI 인프라 확장과 함께 낸드까지 넓어지면서 인텔 낸드 사업 인수 5년 만에 솔리다임이 본격적인 '효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AI 인프라 투자 확대…낸드 시장 훈풍
4일 업계에 따르면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용 스토리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해야 하는 AI 서비스 확산으로 기업용 SSD 수요가 늘어나며 낸드 시장 전반에도 온기가 퍼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이러한 낸드 시장 성장 배경으로 북미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의 AI 서버 투자를 지목했다. AI 인프라 확장 과정에서 기업용 SSD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공급 부족까지 겹치며 스토리지 수요가 낸드로 빠르게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시장 지표도 개선되는 흐름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낸드플래시 상위 5개 업체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11억7000만달러로 전 분기 대비 23.8% 증가했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합산 매출은 52억1150만달러로 전 분기 대비 47.8% 늘었다. 시장 점유율은 22.1%로 삼성전자(28%)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 10조 투자로 시작된 낸드 승부수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2020년 10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약 10조3104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매출 대부분이 D램에서 발생하면서 낸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인수한 사업을 기반으로 2021년 낸드 제품을 담당하는 자회사 솔리다임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초기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솔리다임은 설립 이듬해인 2022년 매출 4조6958억원을 기록하며 인수 전 수준에 머물렀고, 2023년에는 3조110억원으로 역성장했다. SK하이닉스 편입 이후 누적 순손실도 7조4675억원에 달했다. 당시 낸드 업황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감산에 나설 정도로 시장 상황이 악화된 영향이 컸다.
◆ AI 데이터 폭증…QLC SSD 수요 확대
분위기가 바뀐 것은 AI 시장이 급격히 확대된 이후다. 생성형 AI와 데이터 분석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데이터센터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스토리지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AI 산업이 모델 학습 중심에서 추론(Inference) 단계로 확장되면서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고 빠르게 불러오는 스토리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솔리다임이 강점을 가진 쿼드레벨셀(QLC) 기반 기업용 SSD 수요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낸드플래시는 하나의 셀에 여러 개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구조로, 저장 비트 수가 많을수록 같은 공간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다. QLC는 데이터 밀도를 높여 비용 효율적인 대용량 스토리지를 구현할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 환경에 적합한 기술로 평가된다.
솔리다임 역시 ▲PCIe 5.0 기반 데이터센터 SSD D7-PS1010 ▲PCIe 4.0 기업용 SSD D7-P5520 등 다양한 제품군을 앞세워 AI 데이터센터용 스토리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확산 과정에서 스토리지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솔리다임은 지난 1월 자사 홈페이지에 "AI 시스템 성능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연산 능력뿐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고성능 SSD는 앞으로 GPU 메모리를 보완하는 고대역폭 스토리지 계층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ji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