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지정학 리스크 탓 금리 하락 전환은 제한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한국은행이 3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 카드로 최근 급등한 국채 금리 안정에 직접 나섰다. 1회차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국제유가 급등으로 커진 금리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키움증권은 10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조치는 시장 안정에 방점을 둔 결정으로 단기적으로는 국고채 금리 레벨을 누르는 수급 안정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서의 단순매입은 한 차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금리 상승 속도를 줄이는 역할에 머물렀다. 방향성을 바꾸기보다는 단기 수급 불균형을 조정하는 기술적 성격이 강했다는 의미다.
반면 기준금리가 동결되거나 인하되는 구간에서는 단순매입이 3~4차례 반복되는 패턴을 보이며 금리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일부 구간에서는 시장금리의 방향성 전환에도 영향을 미친 바 있다.
현재도 기준금리는 동결된 상황에서 시장 국채 금리가 '과도한 레벨'까지 올라왔다는 인식이 한은의 이번 결정 배경으로 작용했다.
보고서는 이를 감안할 때 추가 단순매입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2017년 이후 단순매입 전후 20일간 국고 3년물 흐름을 보면 매입 전에는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시행 이후로는 보합권 등락으로 상승세가 제약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최근에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만큼, 이번에도 유사한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의 국채 보유 여력도 추가 매입 기대를 뒷받침한다. 국고채 잔액 대비 한은 보유 비중은 2025년 12월 기준 약 2.0%로, 2017~2019년 평균 수준인 2.6%에 비해 아직 낮다.
코로나19 이후와 같은 특수 국면을 가정할 경우 3.6%까지도 올라갔던 전례가 있어, 현 국면에서는 2.5~2.6% 선까지는 무리 없는 확대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2015년 12월 기준 국고채 잔액과 비교해 약 7조원 가량 추가 매수 여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번 3조원 매입 이후에도 약 4조원 정도의 추가 단순매입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다만 단순매입이 곧바로 금리 하락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된다. 향후 금리 흐름의 핵심 변수는 여전히 국제유가와 지정학 리스크다.
최근 중동 긴장 고조와 산유국의 추가 감산 가능성으로 에너지 가격 상방 압력이 남아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이 감산을 강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된다.
이 경우 비용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지지만 한은이 성장 둔화 리스크를 고려해 단순히 유가 급등만으로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동결이 이어진다고 해도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자극되면 시장금리에는 상방 압력이 재차 형성될 수 있다.
그럼에도 간밤 국제유가 하락이 단기 심리안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단순매입 시행으로 "불안시 금융당국이 수급에 개입한다"는 신호가 강화된 만큼 금리 상단은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보고서는 지정학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하는 만큼 유가의 재상승 가능성을 열어둔 채 금리 레벨 조정 국면에서 분할 매수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peterbreak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