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축구연맹 "소녀들 인질로 잡아… 누가 월드컵에 대표팀 보내겠나"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국제 대회에서 국가 연주에 침묵했던 이란 여자축구대표팀 선수 5명이 호주에 망명한 데 이어 호주 정부가 이란 대표팀 소속 2명의 망명을 추가로 허용했다. 이란은 호주가 사실상 이들을 '납치'했다며 강하게 반발하며 선수들의 '침묵'이 국가 간 외교·인권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토니 버크 호주 내무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이란 대표팀의 선수 2명이 추가로 망명 의사를 밝혀 인도주의 비자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이 2명은 호주 측의 망명 제안을 수락한 뒤 대표팀 나머지 인원과 분리돼 안전한 곳으로 이송됐고, 버크 장관이 이들을 직접 만나 비자 발급 서류에 서명했다.
2명 중 선수는 공격수 모하데세 졸피(21), 스태프는 자흐라 솔탄 모슈케흐카르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발표가 있은 지 몇시간 뒤 버크 장관은 망명을 결정한 "2명 중 1명이 이미 떠난 팀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고 나서 마음을 바꿨다"고 의회에서 밝혔다. 이에 호주 측 관계자들이 망명을 철회한 1명에게 스스로 내린 결정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으며, 당사자는 주호주 이란대사관과 연락해 대사관 측과 합류했다고 버크 장관은 전했다. 2명 중 누가 망명 의사를 번복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전날 밤 선수 5명에게 했던 것과 같은 (망명) 제안을 했다"면서 "그들이 영주 비자로 이어질 수 있는 인도주의 비자를 받고 싶다면 즉시 발급할 수 있도록 서류를 준비해 뒀다"고 말했다.

버크 장관은 또 나머지 이란 대표팀 인원도 시드니 국제공항에서 출국하기 전에 전원이 경호원 없이 호주 관리들과 개별 면담을 갖고 망명 여부를 자발적으로 선택할 기회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단계에서 일부 이란 대표팀 인원은 이란의 가족과 통화해 상의하기도 했지만, 결국 아무도 망명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이란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버크 장관은 전했다. 그는 "우리가 확실히 하려고 한 것은 재촉하거나 압박하지 않는 것이었다"면서 "(이란 대표팀의) 개인들이 존엄성을 갖고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또 호주 정부가 이란 대표팀의 출국을 막았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호주의 목표는 특정 결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었다"면서 "우리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란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축구협회 메흐디 타지 회장은 국영방송에 출연해 "경기 후 호주 경찰이 호텔에 있던 선수 한두 명을 직접 데려갔다"며 "일부 인사들이 공항으로 가는 선수단 버스 앞에 드러누워 길을 막고 게이트를 봉쇄한 채 모두에게 난민이 되라고 종용했다"고 주장하며 호주가 선수단을 사실상 '납치'했다고 비난했다.
타지 회장은 "트럼프가 이란 여자대표팀을 향해 '그들은 난민이 돼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연달아 올리고, 호주가 망명을 허용하지 않으면 미국이 받겠다고 말했다"며 "이런 식이라면 미국에서 열릴 월드컵에 누가 제정신으로 대표팀을 보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란 검찰총장실은 성명을 통해 "대표팀의 성실한 일부 선수들이 적의 음모와 악의에서 비롯된 감정적 선동에 영향을 받아 의도치 않게 행동한 것"이라며 "평온함과 확신을 가지고 조국으로 돌아오길 권고한다"고 밝혔다.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수석부통령 역시 "이란은 자국민을 두 팔 벌려 환영하며 정부는 그들의 안전을 보장한다. 누구도 이란 국민의 가족사에 간섭하거나 어머니보다 더 친절한 보모 역할을 할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psoq133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