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韓 좋은 라이벌"… 亞 배터리 동맹으로 시장 주도권 사수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글로벌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돌파구로 인공지능(AI) 기반 공정 혁신과 휴머노이드 로봇·에너지저장장치(ESS) 등 포스트 전기차 시장 선점을 제시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와 일본 파나소닉의 기술 수장들은 차세대 기술 로드맵의 핵심 키워드로 AI 전환과 안전성 기반의 '신뢰 기술'을 꼽으며 시장 변화에 따른 공격적 전략 수정을 공식화했다.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6'은 14개국 667개 사가 참여해 2382부스 규모로 꾸려진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 3사 CTO와 일본 파나소닉 에너지 CTO가 '더 배터리 콘퍼런스'에 동시에 참석해 산업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양극재 제조 공정에 '스프레이 열분해' 시스템을 도입해 원가를 혁신적으로 낮추는 전략을 공개했다. 김제영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존 공침법 대신 새로운 공법을 적용하고, LG AI연구원과 협력한 '가스 프리' 전해질 기술로 제품 완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독자적인 BMS 기술을 통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충전량 예측 정확도를 경쟁사 대비 30% 향상시켰으며,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연구개발 속도를 10배 압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파나소닉 등과 결성한 특허 풀 '툴립(Tulip)'을 통한 지식재산권 수익화도 추진한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분야의 압도적 특허 경쟁력을 바탕으로 '특허 경영' 강화에 나섰다. 주용락 연구소장(부사장)은 각형 배터리의 새 명칭인 '프리즘스택(PrismStack)'을 공개하며, 관련 기술 도용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삼성SDI는 AI 데이터센터용 UPS의 투자비를 40% 절감하는 하이파워 시스템과 2027년 양산 예정인 무음극 구조 전고체 배터리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로보틱스와 UAM 시장에는 경량화된 폼팩터를, 전기차에는 안전성이 강화된 각형을 공급하는 맞춤형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SK온은 배터리 가치를 재정의하는 '트러시티(신뢰 밀도)'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기수 미래기술원장은 화재 리스크 제어를 위해 가스를 특정 방향으로 배출하는 '디렉셔널 벤팅' 기술과 주황색 신물질을 개발해 포드 등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파우치 셀을 각형 캔에 담는 하이브리드 각형 기술과 침지 냉각 솔루션을 개발해 안전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SK온은 2027년까지 근본 원인 분석이 가능한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완벽히 구축해 설계 최적화를 이룰 계획이다.

이날 파나소닉그룹 계열사 파나소닉 에너지 와타나베 쇼이치로 CTO도 콘퍼런스에 처음 참여했다. 그는 아시아 기업 간의 협력을 강조하며 한국 업계를 "미래를 함께 만들 좋은 라이벌"이라고 정의했다. 와타나베 CTO는 "아시아 국가들의 기술력과 근면함이 배터리 산업 성장의 토대가 됐다"며 "LG에너지솔루션과 지식재산권(IP)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듯, 발전 과정에서의 파트너십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업황 변화에 대해 "최근 1년 사이 데이터센터 성장과 AI 확산으로 배터리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며 "원통형 구조는 열폭주 대응에 유리하고 차세대 소재 적용이 용이하다"고 밝혔다. 이어 "니켈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리터당 900Wh 이상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하는 저니켈 고성능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등 신시장 대응에 대해서는 안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꼽았다. 와타나베 CTO는 테슬라와의 로보틱스 협력설에는 말을 아끼면서도 "휴머노이드는 넘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에 메인 배터리가 죽더라도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이중화 기술과 안전 설계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와타나베 CTO는 ESS 시장 전략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LFP 생산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으며 "서버 단위의 정밀 지원 서비스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