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민사·행정소송도 적용…분쟁 장기화 가능성
李대통령, 임기 내 대법관 22명 임명…사법부 독립성 우려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 신설·재판소원 도입·대법관 증원)이 오늘 공포됐다. 사법부의 책임성과 국민의 권리 구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실효성과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법 3법 시행] 세 편의 연재를 통해 새 제도의 핵심 쟁점, 그리고 공포 이후 가시화될 사법부 전반의 과제를 종합적으로 짚어보고 제도 안착을 위한 방향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홍석희 박민경 기자 = 법왜곡죄와 재판소원 도입,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사법개혁 3법'(법 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이 12일 공포됐다.
이에 따라 형사사법 절차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고, 재판소원·대법관 증원에 따라 민사·행정 사건을 포함한 소송 구조 전반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법왜곡죄, '형사사법 체계'에 전례 없는 파급력 예상
법관이나 검사 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법왜곡죄 시행은 형사사법 체계에 전례 없는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법왜곡죄는 법관, 검사 또는 수사 직무 수행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법왜곡 행위로는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변조하거나 위조·변조된 증거를 사용한 경우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 등이 포함된다.
여권은 법왜곡죄 도입으로 일부 검사나 법관들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수사·판결을 왜곡하는 행위를 차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 등이 주요 사례로 거론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판·검사의 직무 위축으로 인한 '실체적 진실 규명'의 저해와 더불어, 사법 절차 전반에 대한 불신 및 재판 불복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검사장을 역임한 한 변호사는 "고소·고발에 시달린 검사나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가장 안전한 방향만 택하려 할 것"이라며 "수사기관이 안전지대만 찾게 되면 사회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거나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법왜곡죄가 판·검사들에게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함부로 하면 처벌될 수 있다'는 압박감을 주기 때문에 (판·검사가) 재판이나 수사를 함부로 못하게 된다"며 "전반적인 사법 절차가 신중하고 친절하게 바뀌면서 사법 신뢰는 더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재판소원, 국민 실생활에 영향…1호는 '시리아인 강제퇴거 취소' 사건
민사·행정 소송도 적용받는 재판소원은 국민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행으로 기존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법원의 재판'에 대해 헌재가 판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법원의 확정 재판이 ▲기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헌법·법률을 명백히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청구 가능하다.
헌재는 재판소원제가 시행되면 연간 약 1만~1만5000건의 사건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재판소원제 시행 첫날인 이날 오전 9시 기준 총 4건의 재판소원 사건이 접수됐으며, 1호 사건은 시리아 국적의 외국인이 강제퇴거명령 취소소송 관련 판결을 취소해 달라고 낸 헌법소원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개인 사이의 분쟁이 장기화하고 소송 당사자의 비용이 늘어나며, 헌재의 업무처리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헌재가 보충성 원칙 위반 등 각하 사유를 신속하게 정리해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종 판결이 나와야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정리되는 데 (재판소원으로 인해) 문제 해결에 시간이 오래 걸려 법적 불안정성이 심화할 것"이며 "적어도 민사 소송은 당분간 재판소원에서 제외하는 등의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14명인 대법관은 오는 2028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4명씩 늘어 총 26명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새로 임명하게 될 12명의 대법관을 포함해 총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예정이다. 한 정권에서 과반을 훌쩍 넘는 대법관을 임명할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 충실한 심리가 가능해질 수 있겠으나, 대법관 지원을 위해 판사들이 빠져나감에 따라 하급심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법부도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른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전국 법원장들은 이날부터 13일까지 충북 제천에서 법원장 간담회를 열어 사법개혁 3법 관련 후속 방안을 논의한다. 간담회 안건은 ▲사법제도 개편에 대한 후속 조치 방안 ▲법왜곡죄에 따른 형사법관 지원 방안 ▲대국민 사법 서비스 접근성 제고를 위한 인공지능(AI) 개발의 필요성과 단계적 추진 과제 등이다.
hong9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