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12일 공포·시행된 법왜곡죄와 재판소원 제도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법개혁을 통해 사법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오히려 사회적 혼란과 사법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고의로 법을 잘못 적용하거나 사실관계를 조작해 재판·수사 결과를 왜곡했을 때 처벌하는 조항이다. 검찰 수사나 법원 재판에서 '부당한 목적의 법 왜곡'과 사실관계 조작을 처벌해 사법농단이나 정치적 봐주기 수사·재판을 막겠다는 의도에서 신설됐다. 형사사건에서 법을 고의로 잘못 적용해 결과에 영향을 미친 판사·검사는 물론, 이를 지시한 대법원장·검찰총장까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 실효성과 적법성 여전히 논란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여전히 실효성과 적법성 논란이 가시지 않는다. 쟁점은 결국 '고의성' 입증 여부다. 처벌 기준은 ▲법령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적용한 경우 ▲적용해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배제해 수사·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등 '인식'을 전제로 한다. 수사기관이 판·검사의 의도적 왜곡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처벌이 가능하다.
검사는 피의자 행위에 맞는 혐의를 적용하고,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혐의에 대해 판결을 선고한다. 이 과정에서 판·검사는 각자의 고유 권한과 재량을 갖는데, 이를 '특정 의도'로 해석해 처벌하게 되면 수사와 재판이 '기계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판사가 자기 마음대로 재판을 하는 게 아니라, 변론주의에 따라 검사나 피고인의 주장에 기초해 심리한다"며 "결국 법왜곡죄는 실효성 없이 정치적 사건 등에서 법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법왜곡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관이나 검사는 이미 직권남용죄나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별도의 신설죄로 다시 처벌하는 것은 형벌권 남용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곽준호 형사전문변호사는 "법왜곡죄 고소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무고죄 형량을 대폭 강화해 남용을 억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 '4심제' 논란 재점화…재판소원제도의 구조적 혼란
'4심제' 논란을 낳은 재판소원 제도 역시 시행 초기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공포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삭제해, 앞으로는 '확정된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게 됐다.
대상은 확정된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헌법·법률에 정한 절차를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다. 청구는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가능하다. 재판소원이 인용되면 해당 판결은 무효로 되고, 법원은 '재판하지 않은 상태'로 되돌아간다. 즉, 1심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모두 취소될 수 있어 '초상고심' 또는 '4심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는 예고된 혼란의 핵심으로 '남소(소송 남발)'와 '절차 공백'을 꼽는다. 판례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 1만~1만5000건의 재판소원 사건이 접수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는 이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법조경력 15년 이상 헌법연구관으로 구성된 사전심사부를 운영해 초기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재판소원 소용돌이' 가능성 우려는 여전하다. 청구인의 재판소원이 인용됐음에도 법원이 헌재의 취지에 따르지 않고 다시 판결한 경우, 그 판결에 대해 또다시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이론상 판결과 재판소원이 무한 반복될 수 있어 법적 안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형사절차상 공백 문제도 남는다. 형사소송법상 재판을 위한 구속기간은 최대 1년 6개월인데, 구속된 피고인이 대법원 확정 후 재판소원을 제기해 인용된 경우에는 이후 구속 상태나 재구속 가능 여부 등이 명확하지 않다.
헌재는 재판소원 인용을 '재판을 하지 않은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정의했지만, 구체적인 운용기준은 제시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동일 범죄사실에 대한 재구속이 불가능하고, 헌재 취지에 따른 재심리 절차도 불명확해 사실상 법적 공백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정주백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자기록 이송 방식, 사실확정 관여 범위, 파기 이후 재심리 주체 등 어느 것 하나 논의된 것이 없다"며 "대법원과 헌재 간 공식 협의 채널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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