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학계 출신 사외이사 대거 영입
조직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 총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건설시장에서 주요 기업들이 이사회 재편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사업의 수익성 강화와 더불어 신규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 주총 막 오른 건설업계…안전·신사업·주주환원에 방점
19일 업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장 건설사들이 이달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본격 돌입한다. 이달 20일 삼성물산을 필두로 24일 GS건설, 25일 DL이앤씨가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어 26일에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주주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핵심 안건은 ▲재무건전성 확보 ▲신사업 확대 ▲안전경영 강화 ▲인력 확충 및 조직 안정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
안전이 최우선 과제로 부각됨에 따라 각 건설사는 사내외 전문가를 이사회 후보로 대거 추천했다. 삼성물산은 2022년 제9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정식 전 장관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낙점했다. 폭넓은 노동 정책 경험을 토대로 노사 상생을 이끌고 강화된 규제 속 이사회 차원의 안전보건 점검 체계를 고도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내부 인사 발탁으로 안전 관리 체계와 조직적 대응을 강화한다. 현대건설은 신재점 안전품질본부장(CSO)을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상정했다. 전사적 안전 역량을 제고하고 중장기 안전 대책을 제시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GS건설도 현재 최고안전전략책임자(CSSO)인 김태진 사장을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해 안전경영을 핵심 의제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신사업 확대 전략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현대건설은 정은혜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와 장화진 코히어 아태지역 총괄사장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나란히 추천했다. 소형모듈원전 등 신사업 추진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로드맵 전문성 확보에 주력한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GS건설은 사업목적 추가 안건을 이사회에 올려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을 핵심으로 삼았다. 발전소 개발, 시공, 운영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달성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재무건전성 확보와 주주가치 제고 안건도 다룬다. 대우건설은 자사주 약 471만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2009년 주당 50원의 현금 배당 후 17년 동안 주주환원을 중단했다. 중흥그룹이 부채 비율 100% 달성 전까지 배당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 당분간 현금 배당은 없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건설 부채비율은 약 284%다.
삼성물산은 보통주 1주당 2800원의 배당금 지급 안건을 처리한다. 결산 연도 기준 4년 연속 주당 배당금을 늘린 셈이다. 최소 배당금 2500원을 보장하는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마련해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조직 안정과 인력 확충 측면에서 DL이앤씨는 조홍희 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이찬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세무, 법률 및 인력 개발 전문가를 통해 투명한 경영체제를 확립하고 지속가능한 회사로 발전시키려는 목표에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사명을 'IPARK현대산업개발'로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자사의 핵심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IPARK)를 기업 명칭 전면에 내세워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 체질 개선 흐름…스마트 혁신으로 생존 전략 모색
최근 건설산업은 디지털 전환, 기후 위기, 고령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복합적인 구조 변화에 직면했다. 개별 기업 차원의 선제적 대응 없이는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건설업계가 앞다퉈 체질 개선에 나서는 핵심 이유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성격을 동시에 지닌 복합 산업으로 지속적인 혁신 없이는 경쟁력 유지가 힘들다"며 "데이터 사용 가속화, 저탄소 경제 등 환경 변화 속에서 민간 건설업계는 중장기 관점에서 산업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스마트·디지털 기술 기반의 생산성 혁신 방안이 주총 안건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저성장 기조와 인력 부족 상황에서 BIM(빌딩정보 모델링), AI(인공지능), 자동화 장비 등 스마트 건설 기술의 현장 적용을 확대해야 역량 강화가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선 업역을 확장해야 하기에 주총 안건으로 등장하곤 한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일차적으로 수주 산업이므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가절감이 필수"이라며 "스마트 건설 기술 확산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체질 개선을 위한 사외이사 라인업 확충도 포착된다. 기저에는 다각적인 위기관리와 경쟁력 제고 목적이 깔려 있다. 고용노동부 고위 관료나 법조계 출신 영입을 통해 각종 법적 리스크를 방어하고, 관련 조사 과정에서 핵심 자문을 얻을 수 있다.
장·차관 출신 인사를 선임해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관 업무와 규제 대응력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책이다. 학계 전문가를 통해 신사업 로드맵을 구체화하거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우려를 막고자 재무 및 회계 전문가와 함께 자금 흐름 통제와 위기 대응책 등을 고민하기도 한다.
박영석 서강대 교수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로 규모가 큰 이사회를 구성하면 경영자에게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다수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최고경영자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이 증대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라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