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장기화에 성장 우려…유로 약세·달러 강세
트럼프 "호르무즈 열지 않으면 에너지 시설 파괴"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중동 전쟁이 5주째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이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경기 둔화 리스크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유가 급등이 여전히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소비와 성장에 미치는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미국 국채는 강세를 보였고, 외환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 속 미 달러화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30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미 국채가 전 만기 구간에서 일제히 상승(수익률 하락)했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9.6bp(1bp=0.01%포인트) 내린 4.344%를 기록하며 3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초 이후 최대 일일 하락폭이다.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도 8.8bp 하락한 3.828%로, 8월 말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나타냈다. 장기물인 30년물 수익률 역시 8bp 내린 4.902%를 기록했다.

다만 월간 기준으로는 상승 흐름이 여전히 뚜렷하다. 10년물은 3월 한 달 동안 38bp 올라 2024년 12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고, 2년물은 45bp 올라 2024년 10월 이후 가장 크게 뛰었다.
◆ 파월 의장 "장기 기대인플레 안정"…국채 매수세 확대
국채 강세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잘 고정돼 있다(well-anchored)"고 평가한 뒤 더욱 힘을 받았다.
파월 의장은 급등한 유가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은 공급 충격을 대체로 일시적 요인으로 본다며, 당장 금리 인상이나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물가가 오랫동안 목표치 2%를 웃돌아온 만큼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뉴욕 에버코어 ISI의 스탠 시플리 전략가는 "시장은 지난 두 달 동안 인플레이션에만 집착했지만 이제는 유가 급등이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보기 시작했다"며 "그것이 국채 랠리의 직접적인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3월 초 이후 50% 넘게 급등해 코로나 팬데믹 충격기였던 2020년 5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 전쟁 장기화에 성장 우려…유로 약세·달러 강세
외환시장에서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성장 우려가 그대로 반영됐다.
유로화는 미 달러화 대비 0.44% 하락한 1.1457달러를 기록했고, 영국 파운드화도 0.57% 내린 1.3181달러로 밀렸다. 장중 한때 1.3170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11월 26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마켓의 노엘 딕슨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이제는 물가보다 성장 측면을 보기 시작했다"며 "특히 영국과 유럽연합(EU)처럼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0.22% 오른 100.53을 기록했고, 장중 100.61까지 상승하며 5월 19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달러 강세는 안전자산 선호 수요와 함께 미국이 순에너지 수출국이라는 상대적 우위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달러의 강세 속 달러/원 환율은 한국시간 31일 오전 7시 10분 기준 전장 대비 0.54% 상승한 1517.10원에 거래되고 있다.
◆ 트럼프 "호르무즈 열지 않으면 에너지 시설 파괴"
전쟁 리스크는 여전히 시장의 핵심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에너지 시설과 유전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및 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운송로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의 평화 제안을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하며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 재점화에 더해, 예멘 후티 반군까지 전선에 가세하면서 투자자들의 피로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브린모어 트러스트의 짐 반스 채권 책임자는 "전쟁이 이 정도 진행됐다면 시장은 종결에 가까워졌다고 기대했겠지만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며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단기 물가보다 장기 성장 전망을 더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