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2R 작용제 확보로 수면의학 영역 진출
기면증 및 과다수면 치료제 파이프라인 확보
복용 편의성 높은 클레미노렉스톤 주목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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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종목코드: LLY)가 영국에 본사를 둔 임상 단계 바이오테크 기업 센테사 파마슈티컬스(CNTA)를 최대 78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확정 계약을 체결했다고 3월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거래는 릴리가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로 축적한 막대한 현금을 기반으로, 신경과학 포트폴리오 내 수면 의학이라는 전략적 공백을 채우기 위한 결정적 행보로 풀이된다.

릴리는 센테사 주식을 주당 38달러(총 63억 달러) 현금으로 매입하며, 이는 직전 거래일 종가 27.58달러 대비 38%의 프리미엄이자 최근 30일 거래량 가중 평균가 대비 40.5%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여기에 향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여부에 따라 주당 최대 9달러의 양도 불가능한 조건부 가치권(CVR)이 추가되어, 거래 규모는 최대 78억 달러(주당 47달러)에 달할 수 있다. 양사 이사회는 이미 거래를 만장일치로 승인했으며, 영국·웨일스 법에 따른 '합병 방식'으로 진행되어 올해 3분기 내 종결이 예상된다.
◆ 오렉신 수용체 2 작용제 파이프라인 확보
이번 인수의 핵심은 센테사가 구축한 오렉신 수용체 2(OX2R) 작용제 파이프라인이다. 오렉신 수용체 2는 뇌의 각성 회로를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로, 기면증·특발성 과다수면 등 수면-각성 장애의 병태생리 기전과 직결된다. 이 수용체를 직접 자극하는 OX2R 작용제는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작용 기전으로 수면 의학 분야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센테사의 선두 후보물질 클레미노렉스톤(구 ORX750)은 기면증 1형과 2형, 특발성 과다수면을 대상으로 실시한 2a상 임상시험에서 최고 수준의 치료 효능을 보여줬다. 현재 세 가지 적응증을 대상으로 핵심 임상시험 개시를 앞두고 있으며, 하루 한 번 복용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주목받는다.
경쟁사인 일본 다케다제약의 오베포렉스톤(oveporexton)이 하루 두 번 복용해야 하는 것과 대비되어, 환자 순응도와 복약 편의성 측면에서 분명한 차별점을 가진다. 한 수면장애 전문의는 RBC 캐피털 보고서를 통해 "효능보다 복용 횟수가 적은 것이 환자 순응도와 내약성 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후보물질 ORX142는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1상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으며, 환자 대상 시험이 곧 개시될 예정이다. 센테사의 파이프라인에는 이 외에도 임상 및 전임상 단계의 추가 자산들이 포함되어 있어, 더 광범위한 신경퇴행성·신경정신학적 질환으로의 적응 확장 가능성도 열려 있다.
◆ CVR 마일스톤의 상세 조건
이번 거래에서 주당 최대 9달러에 해당하는 조건부 가치권(CVR)은 세 가지 마일스톤 달성 여부와 연계된다.
첫째, 거래 종결 후 5년 이내에 FDA가 클레미노렉스톤 또는 ORX142를 기면증 2형 치료제로 승인할 경우, CVR 보유자에게 주당 2달러의 현금이 지급된다.
둘째, 거래 종결 후 5년 이내에 FDA가 클레미노렉스톤 또는 ORX142를 특발성 과다수면 치료제로 승인할 경우, 주당 5달러의 현금이 지급된다.
셋째, 2030년 1월 1일 이전에 두 후보물질 중 하나가 어떤 적응증으로든 최초 FDA 승인을 받을 경우, 주당 2달러의 현금이 지급된다.
CVR 관련 지급은 규제 승인이라는 조건부 이벤트에 종속되므로 실제 지급 여부는 불확실하나, 마일스톤이 모두 달성될 경우 전체 잠재 거래 가치는 약 78억 달러(총 지분 가치 기준)에 달한다.
오펜하이머의 코스타스 빌리우리스 애널리스트는 센테사 약물의 FDA 승인 시점을 2028년으로 전망했으며, 시장 침투율이 환자의 25%에 불과해도 오렉신 작용제 시장 규모는 150억~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클레미노렉스톤이 2028년 승인될 경우, 월가는 2034년까지 최대 23억 달러의 연간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 일라이 릴리가 수면 의학에 주목하는 이유
이번 인수는 일라이 릴리가 수면 의학이라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영역'에 처음으로 신뢰할 만한 입지를 마련하는 계기라는 점에서 전략적 의의가 크다. RBC 캐피털 마켓의 브라이언 아브라함스 애널리스트는 "릴리는 우울증, 통증, 신경퇴행성 질환 등 중추신경계 분야에서 포지션을 확대해왔지만, 수면 분야에서는 신뢰할 만한 입지가 없었다"며 "오렉신 생물학이 차별화를 이끄는 이 고도의 미충족 수요 영역에서 이번 인수가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데이브 릭스 일라이 릴리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각성과 수면은 우리의 기능에 핵심적이며, 수면이나 각성이 방해받으면 많은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GLP-1과 어느 정도 유사한 점이 있다. 이 경로가 더 넓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GLP-1이 비만이라는 단일 질환을 넘어 대사 전반에 영향을 미치듯, 오렉신 신호 경로도 수면-각성 장애를 넘어 알츠하이머병,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다양한 신경학적 상태와 연관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릴리는 이미 알츠하이머 치료제 키순라(Kisunla), 편두통 주사제 엠갈리티(Emgality), 수면무호흡증 치료제로 승인받은 젭바운드(Zepbound)를 통해 신경과학과 수면 분야에 걸쳐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번 인수가 그 연장선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캐롤 호 일라이 릴리 신경과학 부문 사장은 "오렉신 수용체 생물학은 수면-각성 주기의 '마스터 스위치'를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신경과학에서 가장 매력적인 기전적 기회 중 하나"라며 "센테사가 구축한 포트폴리오는 다양한 적응증에서 각성을 개선할 수 있는 폭과 깊이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결합을 통해 릴리가 센테사의 파이프라인을 그에 걸맞은 속도와 규모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②편에서 계속됨
kimhyun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