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단순화 명목이지만 실제 관세 비용은 오히려 급증 가능성
韓 자동차 부품·알루미늄 파생품 '직격탄' 우려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및 알루미늄에 부과되는 관세 체계를 전면 재편할 준비를 하고 있어 파장이 주목된다.
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전면 개편할 예정이며, 금속 완제품에 대한 관세율 조정으로 기업들의 규정 준수는 단순화되겠지만 결과적으로 상당수 수입품의 실질적인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뒤이어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되는 광범위한 관세 체계를 '계층형(tiered)' 구조로 정리해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품목에 따라 50%·25%·0%가 각각 적용되는 3단계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발표는 빠르면 목요일 나올 수 있으며, 철강·알루미늄 소재가 포함된 제품에 트럼프 대통령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입업체들이 적용 관세를 신속하게 계산하기 어려워졌다는 미국 기업들의 거센 반발에 대응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관세 산정 방식이 변경됨에 따라 한국의 핵심 수출 산업인 자동차 부품과 기계 등 수입 완제품 시장에 치명적인 '비용 폭탄'이 청구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관세 구조,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이번 개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관세를 매기는 기준과 세율 두 가지가 동시에 바뀐다.
먼저 기준부터 살펴보면, 지금까지는 완제품 가격 중 철강·알루미늄 소재가 차지하는 가치에만 세율을 곱하는 이른바 '금속 함량 기준' 방식이었다. 1000달러짜리 자동차 부품에 철강이 100달러어치 들어 있다면, 관세는 100달러×50% = 50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복잡한 함량 계산이 사라지고, 금속이 얼마나 들었든 상관없이 수입품 전체 가격을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율은 단일화가 아닌 품목별 3단계 구조로 재편될 전망이다.
가장 많은 품목이 해당하는 것은 50% 유지 구간이다. 관세청 품목분류표(HS코드) 72류(철강 원자재) 전체와 73류(철강 제품) 대부분, 76류(알루미늄 제품) 일부가 여기 속한다. 수입 철강 파이프를 예로 들면, 파이프 안의 철강 함량이 아닌 파이프 전체 가격에 50%가 부과된다.
세율 자체는 그대로지만 과세 기준이 '함량'에서 '전체 가격'으로 확대되는 만큼, 금속 비중이 낮은 제품일수록 실질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두 번째는 25% 적용 구간이다. 72류·73류·76류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군 가운데 철강·알루미늄이 포함된 제품들이 해당한다. 자동차 부품·기계류·가전제품 등 복합 제조품 상당수가 이 범주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같은 1000달러짜리 자동차 부품이라면 1000달러×25% = 250달러가 관세가 된다. 세율 숫자는 50%에서 25%로 절반이 됐지만, 실제 납부액은 50달러에서 250달러로 5배가 뛰는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다.
세 번째는 0% 면세 구간이다. 제품 전체 가격 중 철강·알루미늄 함량이 15% 미만이면 관세율이 0%로 내려간다. 치실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됐다.
치실 끝에 달린 금속 절단 조각은 제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미해, 현행 체계에서는 함량 계산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이처럼 철강·알루미늄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한 소비재들이 면세 혜택을 받게 된다.
다만 이번에 제시된 세율 구조가 최종 확정은 아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향후 수입이 줄어들지 않거나 수입 데이터가 상황 개선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세율은 언제든 다시 조정될 수 있다.
◆ 관세 효과…세수 확대 vs 기업 부담
WSJ는 이번 관세 변경의 결과는 제품별로 크게 다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많은 품목에서 관세율 자체는 낮아지더라도, 실제 부과되는 관세 비용은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인데, 이는 관세가 철강이나 알루미늄 함량 가치에만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수입품의 '전체 가치'에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부과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통해 미국 정부가 더 많은 세수를 거둬들이게 됨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는 지난 2월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여러 관세 부과 조치들을 무효화한 이후 줄어든 관세 수입을 부분적으로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보호무역 성향 단체 '번영하는 미국을 위한 연합(Coalition for a Prosperous America)'의 존 투미 회장은 "이번 조치는 관세가 의도한 대로 국내 생산과 미국 노동자를 지원하는 기능을 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단체는 미국 철강·알루미늄 기업들을 다수 대표하며 이번 관세 개편 작업에 행정부와 협력해왔다.
◆ 韓 자동차 부품·가전 부담 확대 우려…거세지는 현지화 압박
블룸버그가 전한 3단계 관세 구조가 현실화될 경우, 철강·알루미늄 함량이 제품 가격의 15%를 넘는 한국산 완제품 상당수는 관세 부담 확대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기존에는 철강·알루미늄 '함량 가치'에만 관세가 부과됐지만, 새 체계에서는 제품 전체 가치 기준으로 과세 방식이 전환되면서 실제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부품은 가장 우려되는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엔진 부품, 차체 패널, 서스펜션 등 주요 부품은 HS 코드상 87류 등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 블룸버그가 언급한 '72·73·76류 외 품목에 적용될 25% 관세 구간'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경우 기존에는 금속 함량에 한정해 산정되던 관세가 완제품 전체 가격에 적용되면서 실질 부담이 수배로 확대될 수 있다.
현대차·기아처럼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완성차 업체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될 수 있지만, 한국에서 생산한 부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중소 부품사들은 비용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완성차 관세의 경우 별도의 자동차 관세 정책 변화 여부에 따라 부담이 중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제품 역시 철강·알루미늄 사용량이 적지 않은 만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해당 제품들이 25% 관세 구간에 포함될 경우, 관세가 소재 가치가 아니라 완제품 전체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면서 제품의 부가가치 부분까지 과세 대상이 되는 구조가 된다.
양사 모두 미국 현지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생산지 조정 여지가 있지만,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비용 상승 압박이 불가피할 수 있다.
결국 이번 개편은 미국 정부가 '단순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입 완제품의 관세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외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한국 수출 기업들은 자사 완제품의 금속 함량 비중이 15%를 넘는지 긴급 점검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부품 조달망을 미국으로 옮겨야 하는 거센 공급망 재편 압력에 직면할 전망이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