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지영 감독이 15일 영화 '내 이름은'을 개봉했다.
- 제주 4·3 사건과 1998년 학교 폭력을 직조해 폭력 본질을 해부했다.
- 염혜란·신우빈 등 배우 열연과 1만명 크라우드펀딩으로 연대 메시지를 전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대형 투자 없이 1만명이 빚어낸 먹먹한 진실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역사적 비극을 스크린으로 소환하는 방식은 자칫 무겁게 느껴지기 쉽다. 특히 제주 4·3 사건은 오랜 기간 금기시되다가 소설가 현기영의 작품을 통해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고 1999년에 들어서야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을 정도로 다루기 조심스러운 소재다.
이토록 무거운 역사를 마주하는 데 있어 노장 정지영 감독의 시선은 영리하고 날카로웠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내 이름은'은 1948년 촉발된 제주 4·3 사건이라는 거대한 현대사의 아픔을 1998년 고등학교 교실의 학교 폭력과 직조해 내며 세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성찰을 이끌어낸다.

작품의 표면적인 줄거리는 촌스러운 이름을 지우고 싶은 18세 소년 영옥(신우빈)과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려는 어머니 정순(염혜란)의 궤적을 쫓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기억을 찾고자 하는 어머니와 아들의 일상만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폭력의 본질'에 대한 날카로운 해부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외부인이 개입해 공동체의 질서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폭력의 메커니즘이 국가 폭력(4·3 사건)이나 일상 속 학교 폭력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짚어내는 연출의 통찰이 서늘하다. 감독은 4·3의 비극을 날것으로 전시하는 대신 1998년 교실의 폭력으로 완충하며 관객들을 비극의 한가운데로 조심스럽게 안내한다.
이러한 감독의 치밀한 연출에 깊은 숨결을 불어넣은 것은 단연 배우들의 열연이다. 그 중에서도 염혜란은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또 한 번 대중을 사로잡는다. 극 중 정순은 봄 햇살에 쓰러지는 지병과 어릴 적 잃어버린 기억을 안고 있는, 다소 불안정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다. 이런 정순을 연기하기 위해 염혜란은 실제 생존자들의 증언집을 바탕으로 감정을 섬세하게 직조하며 자신만의 깊은 연기 내공을 선보였다.

과거의 아픔을 염혜란이 홀로 감내한다면, 1998년 현재 교실의 긴장감은 젊은 피들의 몫이다. 착하지만 우유부단한 영옥을 연기한 신우빈은 이번이 첫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게 극의 흐름을 이끌어간다. 어머니인 염혜란과의 호흡도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여기에 영옥의 단짝 친구인 민수를 연기한 최준우는 전형적인 모범생 역의 중심을 탄탄하게 잡았다. 연기 경력 25년 차 박지빈은 교실 내의 권력 구조를 뒤흔드는 경태 역을 가감 없이 표현하며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각자의 위치에서 빛난 이들의 서사는 거대한 폭력에 맞서는 방법이 단일한 영웅의 거창한 저항이 아니라 평범한 이들의 연약하지만 질긴 '연대'에 있음을 웅변한다.

영화가 던지는 이 '연대'의 메시지는 스크린 밖 현실과 맞닿아 있어 더욱 뜻깊다. '내 이름은'은 특정 대형 투자자 없이, 이 아픈 이야기가 세상에 나와야 한다고 믿은 1만명의 사람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 탄생했기 때문이다. 엔딩 크레딧을 빼곡히 채우는 이름들은 그 자체로 폭력을 이겨내는 연대의 살아있는 기록이자 뜨거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결국 어떤 영화는 보는 것을 넘어 스크린의 감정을 온전히 겪어내게 만든다. 영화 '내 이름은'이 그렇다. 아픈 비밀에서 찬란한 진실로 나아가는 두 세대의 여정은 4·3을 교과서나 활자로만 접했던 이들에게조차 결코 잊히지 않을 진한 울림을 남긴다. 오는 15일 개봉이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