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미국 해군이 30일 이란 항구를 봉쇄했다.
- 이란의 중국 원유 수출과 그림자 선박 전략이 막혔다.
- 이란 내부 온건파 협상과 강경파 반격 갈등이 심화됐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해군이 이란 항구를 전면 봉쇄하면서, 이란이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생존 전략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3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중국으로의 원유 수출과 호르무즈 해협 교란이라는 '전통 카드'가 사실상 봉쇄에 막히면서, 이란 내부에서는 협상과 확전 사이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이란은 거의 50년 동안 중국에 석유를 판매하며 미국의 금융 압박을 버텨왔다. 또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대해서는 게릴라식 전술로 맞서며 제재와 고립을 견뎌왔다.
하지만 미 해군의 봉쇄 작전이 시작되면서 이 같은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은 2월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는 선박을 공격하면서 주도권을 잡았다고 판단했다. 상업용 선박 통행이 끊기며 전 세계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약 5분의 1이 막혔고 시장 불안도 증폭됐다.
하지만 분쟁이 시작된 지 6주가 지나자 미국이 이란의 모든 항구에서 출항하는 선적을 봉쇄하는 방식으로 역공에 나서면서 균열이 드러났다.
국방부에서 페르시아만 정책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데 로슈는 "이란은 시장 신뢰를 흔드는 위기를 만들어낼 수는 있었지만 교란(disruption)은 통제(control)가 아니다"라며 "미국의 봉쇄에 직면한 이란은 이제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그림자 선박'도 뚫지 못해…이란 수출 전략 정면 타격
미국의 봉쇄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이란의 '그림자 선박(shadow fleet)' 네트워크도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이란은 수년간 미국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해상에서 선박 위치 추적 장치를 꺼 '잠수'한 뒤 은밀히 화물을 중국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원유 수출을 이어왔다. 그러나 현재 이란 유조선들은 미 군함이 형성한 봉쇄선을 뚫지 못하고 있으며, 미 해군은 이란 선박을 인도양까지 추격해왔다.
대체 무역 경로도 한계가 뚜렷하다. 이란은 일부 원유를 철도로 중국에 보내고 식료품은 캅카스 지역과 파키스탄에서 육로로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란 해운협회는 "봉쇄된 항구를 피해 우회할 수 있는 무역은 전체의 40%에 불과하다"고 인정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을 위해 운항하던 상업 선박 44척이 회항하거나 항구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원자재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Kpler) 역시 미국 봉쇄를 뚫고 중국이나 다른 구매자에게 도달한 이란산 원유 화물이 현재까지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장관이 "해상 운송 제한을 무력화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지만, 재래식 해군 전력의 최대 90%가 미 폭격으로 파괴된 상황에서 미 해군과의 정면 충돌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많다.
◆ 온건파 "협상" vs 강경파 "반격"…정권 내부 균열
봉쇄 장기화로 경제 위기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란 정치권 내부도 온건파와 강경파로 갈라지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등 온건파는 대응 공격을 자제한 채 트럼프 대통령과 유리한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트럼프가 복잡한 전쟁에서 가능한 한 빨리 빠져나오려 한다고 보고 있다. 전쟁 초기 민족주의적 결집 분위기가 약화되면서 국민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란 전문가 사이드 골카르 채터누가대 교수는 "정권은 교착 상태를 깨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며 "온건파는 더 이상의 파괴가 정치적 자살이라고 보기 때문에 합의를 원한다"고 말했다.
반면 강경파 진영에서는 군사적 주도권을 잡고 교전을 재개해 유가를 끌어올리고 트럼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은 이번 봉쇄가 과거 이란이 견뎌낸 제재 수준을 넘어 사실상 전쟁 행위이며 군사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성명을 통해 "악행을 저지르는 외부인들은 물속 깊은 곳에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2월 28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의 뒤를 이어 최고지도자에 올랐지만 아직 공개석상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SWP의 하미드레자 아지지 연구원은 "이란에서는 봉쇄를 전쟁의 대체물이 아니라 전쟁의 또 다른 형태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며 장기 봉쇄를 견디는 것보다 전면전을 다시 여는 편이 비용이 낮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 해저 통신 케이블 절단 가능성을 거론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겠다고 위협했다. 혁명수비대 연계 통신사 타스님은 해협을 지나는 해저 인터넷 케이블 지도를 공개하며 통신 인프라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 누가 먼저 굴복할까
이란은 미국이 글로벌 시장 불안과 자국 휘발유 가격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먼저 봉쇄를 풀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이 심화되는 경제 위기로 인해 먼저 굴복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주말 이란은 역내 중재국들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공격 중단과 전쟁 완전 종식, 미국의 항구 봉쇄 해제, 핵 협상 연기를 묶은 패키지 제안을 건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핵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장기 봉쇄를 유지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하며 "봉쇄는 천재적인 조치이며 100% 완벽했다"고 자평했다.
경제 지표는 이란에 불리하다. 실업자는 100만 명 이상으로 늘었고 식료품 가격은 폭등했다. 장기간 인터넷 차단은 온라인 기반 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란 통화 가치는 1년 전 대비 절반 이상 하락했으며, 달러 대비 환율은 최근 1달러당 181만 리알까지 급등했다.
결국 이번 봉쇄 사태가 드러낸 그림은 명확하다.
미국의 해상 봉쇄는 이란이 수십 년간 의존해온 '그림자 선단+호르무즈' 전략의 구조적 한계를 노출시켰고, 그 충격이 이란 내부의 온건파 대 강경파 파워게임을 더욱 거칠게 만들고 있다.
봉쇄가 길어질수록 이란의 선택지는 좁아진다. 협상이냐 확전이냐, 이란의 결단에 따라 중동 정세의 향방이 달라질 전망이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