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입법조사처가 2일 농가소득 간담회를 열어 농업소득 정체와 정책 개선을 논의했다.
- 평균 농가소득은 5467만원이지만 농업소득은 비중 20% 내외로 생산비 상승과 가격 정체로 수십년째 제자리다.
- 전문가들은 농가 유형별 맞춤 정책과 농업소득 회복 중심의 구조적 해법으로 농정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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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외소득·정부지원금 의존…농업소득은 '이중압박'
"평균보다 소득 원천 봐야"…생애주기별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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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지난해 국내 농가의 연평균 소득은 5467만원으로, 규모만 보면 크게 나쁘지 않아 보이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숫자에는 농사 외에 벌어들인 소득과 정부 지원금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정작 농업 활동만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은 지난 30여년간 1000만원 안팎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평균 농가소득이라는 숫자보다 '농가가 실제 무엇으로 돈을 벌고 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업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농외소득과 이전소득이 평균을 끌어올린 만큼, 평균치만으로 농가의 현실을 판단하거나 정책을 설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농업소득 자체를 높일 수 있는 정부 차원의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평균소득의 착시…'농업소득 비중 20%'의 의미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2일 '농가 소득 문제와 관련 정책 개선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농가 평균소득의 착시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소득 합산의 평균 추이만으로 농가 경제를 진단하고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농가 유형별로 맞춤형 소득안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5월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농가소득은 5467만으로 집계됐다. 이 중 농업소득은 1171만원, 농외소득은 1964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전소득은 1990만원으로 조사됐다.
농가소득은 ▲농업소득 ▲농외소득 ▲이전소득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농업소득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해 얻는 소득을, 농외소득은 겸업이나 근로를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을 말한다. 이전소득은 직불금과 각종 보조금, 연금 등 정부나 사회로부터 이전받는 소득을 의미한다.

이번 간담회에서 제기된 핵심은 최근 평균 농가소득 증가가 농외소득과 이전소득 증가의 영향이 컸다는 점이다. 실제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내외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소득만 보면 농촌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농업 자체의 수익성은 여전히 제자리라는 의미다.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농가의 농업 경영비가 총수입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를 소득의 '이중압박' 현상으로 규정했다. 농산물 판매가격은 정체되거나 불안정한 반면, 영농 비용은 계속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제조업과 달리 농산물은 시장 수급과 유통 구조, 정부의 물가 관리 정책 영향을 크게 받아 농가가 가격을 자율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원가가 올라가도 그 부담을 소비자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상당 부분을 농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생애주기별 정책 전환 필요…'평균 농가'는 없다
전문가들은 평균 농가를 전제로 한 획일적인 정책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적이고 규모화된 농가는 농업소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가격 변동과 자연재해에 따른 소득 감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연재해로 인한 수확량 감소에서 시장가격 하락에 따른 수입 손실까지 일정 수준 보장하는 '수입안정보험'의 확대가 핵심 개선과제로 제시됐다.
반면 영세·고령농은 농지를 계속 보유하면서도 이용권을 법인 등에 넘겨 공동·협업 영농에 참여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안됐다.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농지를 잃는다는 불안감과 사회적 고립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지 확보에 제약이 많고 낮은 농업소득으로 겸업이 불가피한 청년·신규농을 위해서는 현행 '선택직불제'를 메뉴형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과제가 강조됐다. 직불금 형태로 재탄생할 예정인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의 지난 실적을 참고해, 겸업에 준하는 직불 대상 활동을 늘리자는 제안이다.

올해 시범사업으로 처음 도입된 '농어촌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인구이동 동향에 초점을 맞춘 성과 평가 방식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여러 부문에서의 엄정한 영향 분석을 거친 뒤 본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소득 안정화 정책의 다각화 기준으로 영농 진입기·안정기·은퇴기로 구분되는 농업인의 생애주기를 고려해 정책을 차별화하는 방식도 제언됐다. 농가소득이 늘더라도 이전소득 비중이 너무 높아서는 건강한 구조라 할 수 없으며, 이는 오히려 청년 농업인들에게 매력 없는 산업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우려다. 이에 정부 역할이 보조금 지원을 넘어 규모화 유도 등으로 확장돼야 하고, 이를 통해 농업 자체만으로도 고소득과 성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평균소득을 높이는 정책보다 '어떤 농가가 왜 소득이 부족한지'를 먼저 구분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간담회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 직불금 확대 vs 규모화…전문가 진단 엇갈려
토론 과정에서는 영농 규모화의 현실적 방안을 둘러싸고 견해차도 드러났다. 유찬희 연구위원이 규모화 방안의 하나로 농지 임대차의 양성화를 제시한 반면,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과감한 시설 투자나 장기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자가 농지 소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해 대조를 이뤘다.
신지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농민이 가장 바라는 것은 '농사만 지어도 기본 생활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겸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고, 이때도 농사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어서 일선 농가의 노동 강도가 극심할 수밖에 없는 고충이 있다고 전했다. 부부 중 한 명이 다른 일에 종사하지 않고 함께 농사만 지어서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는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반문도 따랐다.
또 그는 수입안정보험을 비롯한 몇몇 소득 안정 정책이 있어도 농가의 소득 부족분을 충분히 메워준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단순히 보조금을 늘리는 것보다 계약재배와 산지 조직화 등을 통한 농가의 가격 결정권 강화 모델을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의 빈번한 농산물 가격 인하 정책이 농가소득의 이중압박 현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 의견을 개진했다.

장경호 농업제도정책연구원 원장은 발제 내용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3300가구만을 표본으로 하는 농가경제조사 자료는 농가 유형을 세분해 들여다보기에는 통계적 유의성 등의 측면에서 심각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통상 규범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농가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소득 보전 수단은 직불금이며, 근 몇 년간 지급 규모가 늘어온 것도 사실이나 머잖아 한정된 재원을 두고 기본소득과의 기능적 중복이나 정책적 유사성 등이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다만 이런 소득 정책 간의 대체성이나 상호 보완성이 단편적인 농업정책 차원으로만 이해돼서는 안 되며, 과거 우루과이라운드(UR) 개방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가 그랬듯 미래 농업·농촌상에 대한 거시적 전망과 새로운 국가적 비전 하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 핵심은 '얼마'보다 '어떻게'…농업소득 회복이 과제
이번 간담회는 농가소득이 얼마인지를 넘어 농가가 어떤 방식으로 소득을 얻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시사점을 남겼다.
평균 농가소득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그 증가분 상당수는 농외소득과 이전소득에서 비롯됐다. 반면 농업소득은 생산비 상승과 가격 정체라는 이중압박 속에서 수십 년째 큰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이는 농가소득 증가가 곧 농업의 경쟁력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직불금 등 공적 보조를 중심으로 한 이전소득의 증대가 농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농업인의 직업적 긍지라는 측면에서는 이중압박 상황에 놓인 농업소득 자체를 회복하는 정책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업농과 청년농, 영세·고령농은 처한 환경과 소득 구조가 다른 만큼 해법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농가 규모와 연령, 영농 형태를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뒷받침될 때 농업의 지속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입법조사처는 "다양한 농가 유형별로 경제적 상황이 각기 다른 것을 고려하면, 단순히 소득 합산의 평균 추이만으로 농가 경제를 진단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농가 특성별 소득 여건과 특징을 검토하고, 소득 안정 정책 다변화의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한 줄 요약
농가 평균소득은 5467만원까지 늘었지만, 정작 농사로 버는 돈은 30년째 1000만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균소득이라는 숫자보다 소득의 원천을 들여다보고, 농업소득 자체를 높이는 방향으로 농정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