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AI 선택살포로 농약 사용과 작업시간을 줄였다
- 농기계 기업은 데이터 플랫폼으로 수익모델을 바꿨다
- 한국은 공유센터·데이터표준이 확산의 관건이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AI, 산업의 판을 바꾸다] 기획시리즈 2편
비잔류성 제초제 평균 약 50% 절감…장비·구독·데이터 비용은 새 부담
한국 농지 96%가 노지지만 스마트화 더뎌…소규모·다품종 구조가 병목
장비 보조보다 주산지 공동 데이터·공유센터·독립적인 효과 검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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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이제 문서를 작성하고 질문에 답하는 소프트웨어를 넘어 공장과 농장, 연구소와 선박을 직접 움직이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AI는 생산량을 늘리고 불량과 연료비, 농약과 연구개발 기간을 줄이지만 새로운 설비투자와 데이터 종속, 고용 변화와 책임 문제, 그리고 막대한 전력수요를 만들어낸다. <뉴스핌>은 산업 현장에 적용된 국내외 AI 사례를 통해 누가 비용을 줄이고 누가 새로운 비용을 부담하는지, 그 편익이 전력망과 정부 거버넌스라는 한계 안에서 지속 가능한지를 10회에 걸쳐 분석한다. [AI, 산업의 판을 바꾸다] 기획시리즈 10부작 |
[세종=뉴스핌] 정성훈 경제부장 = 대형 방제기가 콩밭을 지나가지만 노즐은 계속 열려 있지 않다. 붐대에 달린 카메라가 초당 수많은 이미지를 읽고 작물과 잡초를 구분하면, 잡초가 있는 지점의 노즐만 짧게 열린다. 밭 전체를 한 번에 적시는 관행적 살포와 달리 농약이 필요한 곳과 필요하지 않은 곳을 기계가 나누는 것이다.
이 장면이 보여주는 변화는 단순한 농기계 자동화가 아니다. 기존 농업은 한 필지에 같은 양의 농약·비료·물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계산했다. 인공지능(AI) 정밀농업은 농업 투입의 단위를 밭 전체에서 잡초 한 포기, 작물 한 줄, 토양 한 지점으로 낮춘다. 문제는 농약 가격이 아니라 정보가 부족해 모든 구역을 똑같이 처리해 온 생산구조였던 셈이다.
다만 농약을 덜 쓰는 만큼 농가소득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카메라와 연산장치, 개별 노즐, 통신망, 소프트웨어 구독과 유지보수 비용이 새롭게 발생한다. 농기계 기업이 농업데이터를 축적해 플랫폼 사업자로 변하면 농민은 장비 구매자에서 데이터 서비스 이용자로 바뀔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AI 선택 살포가 농업 원가를 바꾸는 경로와 한국 농업에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살펴봤다.

| 밭 전체가 아니라 잡초 한 포기만 본다 |
미국 존디어의 '시앤드스프레이(See & Spray)'는 방제기 붐대에 장착한 카메라와 내장형 연산장치로 작물과 잡초를 구분하고, 필요한 노즐만 개별적으로 작동시키는 기술이다. 농민이 미리 입력한 처방대로 일정량을 뿌리는 수준을 넘어, 이동 중 촬영한 영상을 AI가 판단하고 즉시 분사 여부를 결정한다.
존디어는 2024년 이 기술이 100만에이커 이상의 농지에서 사용돼 제초제 사용량을 평균 59% 줄이고 약 800만갤런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2025년에는 적용 면적이 500만에이커 이상으로 확대됐고, 비잔류성 제초제 사용량을 평균 약 50% 줄여 약 3100만갤런의 혼합액을 절약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이 고객 운행 데이터를 토대로 제시한 수치로, 작물과 잡초 밀도, 날씨, 약제 조합에 따라 실제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절감률 자체보다 농약 살포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관행 방제는 잡초가 드문 구역에도 같은 양을 투입한다. 선택 살포는 잡초 분포의 차이를 비용 절감으로 전환한다. 농지의 '불균일성'이 관리의 불편이 아니라 이익을 만드는 데이터가 되는 구조다.

| 문제는 농약 가격이 아니라 '일괄 투입' 구조다 |
농업은 같은 밭 안에서도 토양 수분, 잡초 밀도, 작물 생육, 병해충 발생이 다르다. 그러나 농민이 모든 지점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기존 기계가 구역별로 투입량을 바꾸기 어려워 평균값에 맞춰 살포해 왔다. 정보 부족과 제어장치의 한계가 과잉 투입을 만드는 원인이었다.
AI 선택 살포가 원가에 영향을 주는 경로는 다섯 가지다. 첫째 약제 사용량이 줄어든다. 둘째 희석에 필요한 물과 약제 운반량이 감소한다. 셋째 탱크를 다시 채우기 위한 이동과 대기시간이 줄어 작업면적이 늘어난다. 넷째 불필요한 살포에 따른 작물 스트레스와 비산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다섯째 살포 위치와 잡초 분포가 데이터로 남아 다음 방제와 파종 의사결정에 활용된다.
하지만 절감되는 비용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카메라와 고성능 프로세서가 달린 장비의 가격, 기존 기계 개조비, 소프트웨어 이용료, 통신비, 고장 시 부품과 서비스 비용, 농민 교육비까지 포함해야 한다. 농약비 100을 50으로 줄였더라도 장비·서비스 비용이 40 추가된다면 농가가 체감하는 순절감은 10에 그친다. 정밀농업의 경제성은 '농약 몇 퍼센트를 줄였나'가 아니라 총비용을 얼마나 낮췄나로 평가해야 한다.

| 농기계 회사는 데이터 플랫폼으로 바뀐다 |
AI가 농기계에 들어가면 기업의 수익모델도 바뀐다. 기존에는 트랙터와 방제기를 판매하고 부품·정비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제는 카메라가 수집한 잡초 지도, 작업속도, 약제 사용량, 수확량 데이터를 분석해 처방과 업데이트를 제공할 수 있다. 기계 한 대를 파는 제조업에서 매년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업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농민에게는 편리함과 함께 종속 위험이 생긴다. 장비 교체 시 과거 영농데이터를 다른 업체로 옮길 수 있는지, 서비스 계약을 종료해도 기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지, 농장의 잡초·수확·토양 데이터를 기업이 신제품 개발이나 제3자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데이터가 많이 쌓인 기업은 모델 정확도를 높이고 더 많은 농민을 끌어들이는 선순환을 만들지만, 후발기업과 농민의 협상력은 약해질 수 있다.
문제는 농업데이터가 단순한 기계 운행기록이 아니라 농가의 생산성과 비용, 품질을 보여주는 경영정보라는 점이다. 데이터 접근권과 이전권, 활용 동의, 수익 배분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농민은 자신의 밭에서 만들어진 데이터의 이용료를 다시 내는 구조에 놓일 수 있다.

| 미국 대농 모델, 한국에 그대로 들어오긴 어렵다 |
미국의 대규모 옥수수·콩·면화 농장은 넓고 비교적 규격화된 필지에서 같은 작물을 재배한다. 장비 한 대가 처리하는 면적이 넓어 농약 절감액으로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기 쉽고, 동일 작물의 영상데이터도 대량으로 축적된다. 반면 한국 노지는 필지가 작고 분산돼 있으며 경사와 형태가 다양하고 품목도 많다. 작물과 생육단계가 달라질 때마다 별도의 학습데이터와 검증이 필요하다.
정부의 2026년 스마트농업 육성 시행계획도 이런 간극을 인정한다. 전체 경지의 96%를 차지하는 노지는 스마트화가 저조하다고 진단하고, 노지 스마트농업 교육·체험장 1개소와 육성지구 5개소를 신규 선정하기로 했다. 센서 기반 모니터링과 스마트 방제·관수기술을 현장에서 실습하고, 토양수분과 병해충 예찰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맞춤형 영농관리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농촌진흥청도 과수의 유무와 형상을 라이다로 판별해 나무가 있는 곳에만 약제를 분사하는 지능형 방제기 연구에서 농약 살포량을 최대 40% 줄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해외 기술을 그대로 들여오지 않아도 한국의 과수원과 밭 구조에 맞춘 선택 살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연구성과가 다양한 지역과 품종, 기상조건에서도 반복되는지 상용화 단계의 검증이 필요하다.

| 농가별 장비 보조금만으로는 확산되지 않는다 |
한국에서 AI 농업의 핵심 병목은 기술의 존재 여부보다 장비의 이용률이다. 연중 특정 기간에만 사용하는 고가 방제기를 농가마다 구매하면 가동시간이 짧아 투자비 회수가 어렵다. 장비가 고장 났을 때 가까운 지역에서 정비와 모델 업데이트를 제공할 서비스망도 필요하다. 노지에서 안정적인 통신과 전력, 정확한 농지 경계정보가 없으면 AI 기능을 온전히 활용하기 어렵다.
정부는 2026년 농기계임대사업소를 활용한 '스마트 농기자재 공유센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개별 농가가 장비를 소유하지 않고 필요한 시기에 임대하거나 작업 서비스를 구매하는 구조다. 방향은 맞지만 공유센터가 단순히 고가 장비를 보관하는 창고에 그쳐서는 안 된다. 품목별 데이터 수집, 작업자 교육, 성과 측정, 유지보수, 데이터 이전을 묶은 지역 서비스센터로 설계해야 한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72억원 규모의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무인 정밀제초와 정밀 방제·파종을 포함한 18개 핵심과제를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개발과 함께 농업 인공지능 전환(AX) 데이터 표준과 실증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각 장비가 서로 다른 형식으로 데이터를 쌓고 사업이 끝난 뒤 연결되지 않는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새 비용을 부담하나 |
AI 선택 살포의 수혜자는 하나가 아니다. 농민은 약제비와 작업시간을 줄이고 농약 노출을 낮출 수 있다. 농기계 기업은 장비 판매 이후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서비스 수익을 확보한다. 약제 기업은 전체 판매량이 줄 수 있지만, 특정 잡초를 겨냥한 고부가 혼합제와 처방 서비스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는 농약 사용과 환경부담 감소의 간접적 편익을 얻지만, 농가의 원가 절감이 소비자가격으로 전달될지는 유통구조에 달려 있다.
반대로 초기비용과 실패 위험은 농가에 집중될 수 있다. AI가 잡초를 놓치거나 작물을 잘못 인식해 방제 효과가 떨어질 경우 수확량 손실을 누가 보상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장비 제조사, 소프트웨어 기업, 작업 대행업체, 농민 중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 표준계약과 보험체계가 필요하다.
노동 측면에서도 단순한 일자리 감소로 볼 수 없다. 농약을 직접 살포하거나 무거운 호스를 다루는 고강도 작업은 줄지만, 장비 운용과 데이터 품질 확인, AI 오판 검증, 예외상황 대응 업무는 늘어난다. 고령농이 사용하기 어려운 복잡한 화면과 메뉴를 그대로 두고 교육만 강조하면 디지털 격차가 커질 수 있다. 기술은 농민에게 맞춰 단순해져야 한다.

| 정책 목표는 보급 대수가 아니라 '순절감액'이어야 한다 |
정밀농업 정책의 성과를 장비 설치 대수나 시범단지 면적으로 평가하면 현장 경제성을 놓치기 쉽다. 핵심 지표는 1헥타르(㏊)당 농약·비료·물 사용량, 작업시간, 수확량과 품질, 장비 감가상각과 구독료를 포함한 총생산비, 농가의 실제 순소득 변화여야 한다. 기업이 제시한 절감률과 정부 지원을 제외한 농가 자부담 기준의 투자회수기간도 공개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장비 지원 전 농지 규모와 품목, 기존 농기계, 통신환경을 진단하고 AI 적용이 경제적인 농가와 공동체를 선별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주산지 단위의 작물·잡초·병해충 데이터를 공동으로 구축하고 장비 간 데이터 이동을 보장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농민이 데이터 활용범위를 결정하고 플랫폼 기업과 가치가 발생했을 때 수익을 나눌 수 있는 농업데이터 협동조합이나 신탁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AI 농업은 농민을 농기계에서 떼어내는 기술이 아니라, 농민의 경험을 더 작은 단위의 판단으로 확장하는 도구다. 밭 전체에 같은 양을 뿌리는 방식을 필요한 곳에만 정확히 투입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비용과 환경부담을 동시에 낮출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가 농가소득으로 남으려면 장비 보조보다 데이터와 서비스, 책임과 이익배분 구조가 먼저 설계돼야 한다.
■ 한 줄 요약
AI 정밀농업의 본질은 농약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밭 전체를 동일하게 처리하던 일괄 투입 구조를 필요한 곳에만 공급하는 선택적 생산으로 바꾸는 데 있으며, 해법은 개별 장비 보조가 아니라 주산지 공동 데이터·공유 인프라·총비용 검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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