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국가유산청과 서울시는 27일 한양도성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했다
- 중구 주민 3500여명은 재개발 지연과 재산권 제한을 우려해 반대했다
- 등재되면 영향평가로 도심 정비사업의 기간과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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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영향평가 기준·완충구역 불명확…불확실성 커질 것
서울시 "HIA 절차만 추가"…정비업계 "개발사업 큰 위축 전망"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문화재가 무서워"...한양도성의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서울 도심 정비사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가 한양도성 성곽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중구를 비롯한 도심 일대의 재개발·재건축 등 각종 개발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와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세운4구역 사례처럼 세계유산 등재 이후 주변 개발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한양도성 성곽 주변에는 각종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등재 이후 보존 관리 기준이 강화되거나 개발 심의가 까다로워질 경우 일대 정비사업의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 문화유산 보존과 도심 정비·개발 사이의 갈등이 한층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 유산청-서울시, 한양도성 성곽 세계문화유산 신청…신당 8·9·10 재개발 타격
27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국가유산청과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한양도성 성곽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놓고 주변 개발사업에 대한 타격을 우려하고 있는 주민들의 반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는 한양도성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반대하는 주민 의견서를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유네스코,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에 잇달아 전달했다. 주민 35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의견서에는 세계유산 등재에 따른 정비사업 지연과 재산권 제한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담겼다는 게 중구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의 2기 시정 때인 2010년부터 한양 도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했다. 당초 처음에는 4대문안의 도성 성곽에 대해서만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다가 이를 반려하고 한양 도성과 북한산성, 탕춘대성까지 포함해 문화유산 등재를 시도하고 있다. 서울시 등은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문화유산 심의를 거쳐 지난 1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공식 신청한 상태다. 최종 등재 여부는 내년 7월 확정된다.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실현될 경우 서울 중구 등 도심부 주민들은 주변 개발사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르면 도성 주변은 100m 이내 구역이 완충구역으로 지정돼 건축·정비사업 등 추진 시 세계유산영향평가(HIA)가 의무화된다.
영향평가 절차에만 평균 1년~3년가량이 추가로 소요돼 정비사업 일정 지연은 불가피하다. 앞서 세계유산에 등재된 공주 공산성의 경우 주변 정비 사업계획에 대한 대폭 조정이 요구되며 사업이 약 3년간 지연되기도 했다. 더욱이 완충구역 밖의 사업이더라도 국가유산청에서 영향평가의 실시를 요청할 수 있어 대상 범위가 대폭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가운데 이번 등재 추진 반대 의견을 밝힌 중구의 경우 신당 8·9·10 재개발구역을 비롯해 주변 재개발 및 소규모 정비사업이 '타깃'이 된다. 반면 같은 한양도성 성곽 주변인 종로구에서는 현재 성곽 주변의 정비사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표면화된 불만은 없는 상태다.
중구에서는 현재 계획으로 한양도성 성곽주변에서만 5000가구 이상의 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신당 8·9·10구역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3곳의 사업은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다. 8구역은 철거를 진행하고 있으며 9구역은 사업시행 인가를 앞두고 있다. 10구역은 시행인가를 받은 상태다. 이들 구역은 원칙적으로 등재 이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만큼 세계문화유산영향평가를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세운4구역처럼 정비계획 변경이 있을 경우 HIA를 받아야한다.
◆ 정비업계 "세계문화유산영향평가, 기준 모호…완충구역도 명확치 않아"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올 3월 국가유산청 유산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이미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서도 소급되고 있다. 아울러 HIA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게 정비업계의 불만이다. 완충구역은 기본적으로 100m지만 국가유산청의 판단에 따라 최대 500m까지 늘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3월 유산법 시행령 개정 이후 층수 변경을 담은 정비계획 변경을 신청한 세운4구역은 완충지역인 100m 밖에 있음에도 HIA를 받으라는 국가유산청의 판단이 내려진 바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미 철거가 끝난 세운4구역은 완충지역인 100m 밖에 위치해 있는데도 이를 뒤집는 정부의 판단이 이미 나왔다"며 "그때그때 정부의 판단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한양도성 주변 지역 개발사업은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규제가 더 강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한양도성은 중구 등 서울 도심부 일대 개발사업을 막고 있다. 성곽 주변은 성곽 높이를 넘는 4m 이상 건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로 신청한 중구 다산구역은 한양도성 성곽 주변이란 입지여건 때문에 민간 정비사업 대신 도심복합사업으로 선회했다. 특별법으로 진행되는 도심복합사업으로 문화재 규제를 넘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하지만 결국 도심복합사업 후보지로 지정되지 못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사업이 까다로워질 뿐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무래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 사업자로선 거쳐야할 단계가 늘어나는 만큼 이 과정에서 시간과 금융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불확실성이 커져 불편할 것"이라면서도 "기존 사업 절차에 세계문화유산영향평가가 추가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양도성 성곽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시장 시절부터 추진돼 15년이 넘은 데다 주변 개발사업 방해를 이유로 중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는 이달부터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돌입했다. 시는 내달 이후 한양도성 주변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 설명회를 열고 주민 의견을 듣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엄중하게 등재 신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업계와 정비사업 주민들은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명확히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세계문화유산 주변 개발사업에 적용한 규제는 명확한 기준 없이 그때 그때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규정의 명확화를 우선추진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다만 한양도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현실화되면 주변 개발사업은 크게 위축될 것이란 게 이들의 진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화재는 주변 개발사업을 가로막는 가장 큰 규제인 만큼 앞으로 중구, 동대문구, 종로구의 한양도성 주변은 개발사업 추진이 매우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주민들에게 주변 문화재를 무서워하는 '문화재 포비아' 현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