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 감사에 휘청…민영화 차질 우려
- 감사원 “금호생명 터무니 없이 비싸게 사고 절차도 무시”
- 실제론 두 차례 실사하고 삼일 딜로이트 로펌 등 다수 동원
- 금융당국, 민영화 영향 줄 만한 사례 아니라고 판단
- 금호그룹 구조조정에 산은, 전략상 실수도 범해
[뉴스핌=한기진 기자] 산업은행(회장 강만수, 사진)이 2009년 당시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실제 가치보다 높게 평가해 인수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와 산은이 크게 당혹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줄곧 제기됐던 부실 인수 의혹을 감사원이 뒷받침해 준 것이다. “앞으로 M&A(인수합병)는 겁나서 못할 것”이라는 한탄이 내부서 나올 정도다.
재정건전성도 정부 지원을 빼면 지방은행보다 낮은 D등급이라고 함께 지적되자 산은의 민영화도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우려까지 덮쳤다. 산은은 이대로 감사원의 감사에 휘청이는 것일까?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금융업을 이해 차이가 있고 사실과 다른 내용도 있는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다만 금호생명 인수 관련 업무를 맡은 직원들의 인사조치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 재무실사 시기 감사원과 산은 주장 달라
산업은행이 금호생명을 인수가 잘못됐다는 감사원의 지적은 ▲ 1836억원 규모의 추가 부실이 발생할 줄 알면서도 회계법인 등의 재무실사를 거치지 않은 점 ▲ 사외이사들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채 인수를 결정한 점 ▲ 결과적으로 최대 2589억원의 손실 발생이 우려된다는 점 등 세 가지다.
산은은 금호생명 인수를 위해 A자산운용사와 2009년 5월과 10월 두 차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면서 삼일회계법인과 딜로이트 등 회계법인을 통해 실사하도록 계약했다. A 법무법인과 컨설팅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도 포함됐다. 이를 근거로 산은은 ‘두 차례’나 재무실사를 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A자산운용사가 금호생명 인수를 구두로 요청한 2009년 12월 8일부터 추가 실사 없이 열흘 뒤인 17일 최종 인수계약에 서명했다고 지적한다. 금호생명의 해외자산이 부실하고 순자산가치가 마이너스 122억원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주당 순자산가치가 액면가인 5000원에 못 미친다는 걸 알면서 실사를 하지 않았다고 문제 삼는 것이다.
특히 산은 정관 34조 3항은 은행 업무에 중요한 사항은 이사회에서 의결하도록 돼 있다. 금호생명 인수 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산은은 “절차는 다 밟았다”고 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추가 부실과 인수조건 협상까지 사외이사에게 알리지 않은 것을 문제삼고 있다.
결과적으로 산은은 금호생명의 순자산가치 1211억원에서 실제 투입한 금액인 3800억원을 차감한 만큼 손실(2589억원)을 본 것으로 감사원은 결론냈다.
증권사 M&A 전문가는 “경영권 프리미엄과 금호생명의 부실도 감안한 가격이면 산은 입장에서는 잘한 딜(deal)”이라면서, “감사원이 M&A를 보는 시각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 민영화 미리 대비 못한 점, 건전성 문제로 비춰져
산은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감사원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산은은 수신 기반 중 48%(51조원, 2009년 기준)가 산업금융채권으로 조달된다. 예수금 비중이 13%로 다른 은행들의 70%대와는 격차가 크다. 그래서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에서도 뒤쳐진다.
감사원은 “정부 지원 제외 시 신용등급(현재 A1)이 하락하고 조달금리가 상승할 것이며, 이를 감안한 결과가 민영화 이후의 산은의 진짜 건전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시중은행처럼 금리가 1%에도 못 미치는 요구불예금 등의 수신 기능이 있었다면, 수익성과 예대율이 지금보다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른 은행도 이것저것 빼면 같은 입장”이라며 “민영화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 금융당국, 인사조치 착수 예정
산은에서 금호생명 인수 담당자들이 감사원의 요구대로 인사상 조치를 받는 것으로 이번 감사에 대한 후속조치도 마무리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규정에 의해 감사원에 두 달 안에 후속 조치를 통보하기로 하고 절차를 밟기로 했다. 다만 개정 산은법으로 인사조치는 주총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어 금융위가 직접적인 명령은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산은 자체적으로 징계를 하되, 수위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감사원의 이번 발표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이래 한 차례 발표된 것에다 몇 가지 내용을 추가한 것에 그쳐, 파괴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선 많다. 또 M&A에 대해 감사원과 이해를 좁히지 못한 것도 있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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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